검찰발 6·2 지방선거 후폭풍

2010.06.15 09:21:38 호수 0호

선풍(選風)에 감투 쓰자마자 검풍(檢風)에 추풍낙엽 될라 ‘벌~벌’


6·2 지방선거가 반전 속에 끝이 났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검찰은 본연의 임무를 시작했다. 선거 당락 여부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한 승부를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선거법위반자들을 일벌백계할 방침인 것. 실제 대검찰청은 선거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 정황이 포착된 후보들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검풍 앞에 ‘벌벌’ 떨고 있는 당선자는 136명에 이른다. 검찰발 6·2 지방선거 후폭풍에 대해 취재했다.  


지방선거 이후 선거법위반 검찰 수사 본격화
이광재 당선자 항소심서 유죄 판결 직무정지


지방선거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당선자는 모두 176명에 이른다. 광역단체장이 9명, 기초단체장 68명, 광역의원 22명, 기초의원 72명, 교육감 3명, 교육의원 2명 등으로 검찰은 이들 중 혐의가 확인된 2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16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나머지 136명에 대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선거 이후 검풍 쓰나미의 중심에서 칼바람을 제대로 맞은 인물은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다. 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은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국 이 당선자는 이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내달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는다 해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아예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이태종 부장판사)는 11일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했다.

검풍 쓰나미 이광재 쓸고가



지난해 9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814만원보다는 처벌의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직무정지’ 유죄 판결이다.
이 당선자는 검찰에게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으나 이를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당선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당선자는 지방자치법 111조에 의거,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당선자는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 상태를 맞게 된다. 특히, 상고심까지 최종판결이 확정되면 도시사직까지 잃게 될 수 있다. 이날 재판 직후 이 당선자는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고심 재판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강원도는 위기에 빠졌다. 취임과 함께 직무정지가 되는 바람에 당장 내년 7월에 결정되는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활동은 도지사 없이 치러야 하고,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조기 착공과 알펜시아리조트 사업 문제 해결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원도민들 역시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민주당 열세 지역인 강원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춰봤을 때 새로운 강원도의 미래를 염원했던 도민들의 기대가 컸던 이유에서다.

실제 강원지역 시민단체는 항소심에 앞서 이 당선자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가 하면 성명을 통해 이 당선자에 대한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의 항소심 재판에 이어 검찰의 선거법위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변창훈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된 11명을 포함해 61명을 입건했으며, 그 가운데 기초의원 후보 2명을 기소하고 7명을 불기소 처분, 나머지 52명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힌 대상 가운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곽상욱 오산시장 당선자, 채인석 화성시장 당선자, 김학규 용인시장 당선자 등 단체장 당선자 5명이 포함되어 있다.

검풍 속 ‘추풍낙엽’ 계속될 듯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전국공무원노조의 고발로 복지시설과 종교단체에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영수증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의 경우, 선거구민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기도 교육국 신설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진보 성향의 특정단체 강연회에 참석한 이유로 경기도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해 그 건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검찰청 역시 기초단체장 3명을 포함해 6·2 지방선거 인천지역 당선자 10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 또 인천지검은 평민당 백석두 인천시장 전 후보가 고발한 송영길 당선자의 뇌물수수와 관련해서 인천지검 공안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백 전 후보에 따르면 송 당선자는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 5명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술과 성접대를 비롯해 뇌물을 수수했다.  이에 백 전 후보는 지난 5월31일 대검찰청에 송 당선자를 고발했고, 인천지검은 송 당선자에 대한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백 전 후보의 허위, 비방 여부도 함께 가려낼 전망이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도 재개

대구·경북지역 당선자 23명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7일 지방선거 당선자 23명을 입건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기소 처리하는 한편 나머지 10명을 수사 중이다. 입건된 당선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비롯해 기초단체장이 5명인 것으로 드러났고, 나머지 16명은 지방의원들이다.

한편, 관건선거로 기소된 후 6·2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재선에 성공한 전주언 광주 서구청장 당선자가 당선 1주일 만에 인사 비리로 구속됐다. 지방선거 자치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경우는 광주·전남에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9일 부하 직원에게 승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전 당선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전 당선자는 자신의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당선자는 아니지만 출마에서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논란을 몰고 다녔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수사를 잠정 유보했던 검찰이 지방선거 이후 수사를 재개해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에서다.

향후 정치권의 동향과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수사재개 시기와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무부장관 등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경우 올 하반기에나 수사가 재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