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과 함께 추락한 10대 우주강국의 꿈 “왜?”

2010.06.15 09:13:11 호수 0호

추락한 나로호, 발사 강행 미스터리



대한민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지난 10일 2차 발사된 지 137초 만에 고도 70km 상공에서 폭발, 추락했다. 이날 오후 5시1분 정상적인 발사가 이뤄진 듯 했으나, 이륙 137초가 지나 통신이 두절되더니 결국 추락한 것으로 밝혀진 것. 지난해 1차 발사에 이어 2차 발사까지 실패로 돌아가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나로호 2차 발사는 발사 전부터 이상한 조짐이 속출했다. 때문에 정확한 점검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기상 상황을 고려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혹과 러시아 연구팀의 발사강행 종용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발사강행에 과학 외에 다른 분야가 개입했다면 정말 큰 문제”라며 정부의 분명한 조사와 확인, 해명을 요구했다.

발사 137초만에 통신두절 폭발·추락, 무너진 나로호의 ‘꿈’
전기신호 불안정·소화장비 오작동…발사 전 이상 조짐 속출



나로호 2차 발사가 추락과 함께 실패로 끝나면서 정확한 원인 규명 요구와 함께 무리한 발사 강행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발사에 앞서 전기신호 오류로 인한 기립 지연, 소방장비 오작동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점검 없이 발사를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나로호 2차 발사는 발사 전부터 이상 조짐이 속출했다. 먼저 첫번째 이상 징후는 지난 7일 나로호를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우기 전에 발생했다.

발사 전 이상 조짐 셋

나로호 1단 지상관측시스템 연결 부위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 현상을 나타낸 것. 이 사고로 나로호는 기립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오랜시간 불안정한 전기신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고, 결국 기립작업은 중단됐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갑자기 “발사대 현장 관계자들과 자료 분석 작업반의 시차로 인해 벌어진 단순 착오였다”면서 기립작업을 20여분 만에 끝냈다. 명확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로호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나로호는 전날에도 전기 신호 오류로 소화장비가 오작동하면서 발사가 중지됐다. 이에 따라 이날 나로호 기립 작업에서 불거진 문제는 소화장비 오작동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당초 발사 예정일이었던 지난 9일, 발사 3시간을 앞두고 발사대에서 갑자기 소화용액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나로호 선체 밑이 하얀 소화액으로 뒤덮이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당국은 “한국, 러시아 전문가가 회의를 진행한 결과 소화장치가 발사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현재 문제점이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발사체가 발사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만큼 이날 발사 운용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사 재개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 5일에는 나로우주센터에 근무하는 러시아 기술자가 부산에서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불안한 조짐들이 있었던 나로호가 10일 예정대로 발사되면서 너무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이상 조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0일 급하게 발사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 연구진들의 피로 누적과, 기상상황, 러시아 연구진의 강행종용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무리한 발사 강행 왜?

연일 이어진 밤샘 작업으로 연구원의 피로도가 누적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구진은 7일 저녁 발사체를 세우는 작업에 5시간 이상을 소요하고, 밤샘 작업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8일 리허설을 진행했다.

피로누적과 스트레스 등에 지친 러시아 연구원들 중 일부가 9일 소화노즐 오작동으로 당일 발사가 취소되자 1차 발사 기한인 19일 이후로 발사가 미뤄지면 한국에서 철수할 뜻을 비쳤다는 것.

이에 일각에서는 러시아 연구진이 없는 상황에서의 발사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준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발사를 강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10일 이후 기상조건 난제로 발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발사를 강행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발사 장소인 전남 고흥군 일대는 11일부터 우천이 예보되어 있었고, 그날 이후로도 비구름의 영향으로 흐릴 전망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일본장마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장마와 태풍이 찾아와 상당기간 발사일을 정하기 어렵게 된다. 사실상 나로호 발사에 실패한 지난 10일이 유일한 날짜였던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나로호 발사 강행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발사 이전에 몇 가지 반복된 문제가 있었는데 왜 무리하게 서둘러 발사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간 준비를 해 왔던 만큼, 문제가 생기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충분히 논의하고 수십 차례 수백 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한 뒤 발사해도 늦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혹시라도 나로호의 성급한 발사강행에 과학 외에 다른 분야가 개입했다면 정말 큰 문제”라면서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는 분명한 조사와 확인, 그리고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의 공식 발언에 이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가 선거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나로호를 성급하게 발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편, 정부와 러시아 전문가들이 나로호 추락 원인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3차 발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차 발사 여부결정의 핵심은 한국과 러시아 중 어느 쪽이 발사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있다.

한-러 책임론, 3차 발사는?

러시아의 책임으로 규명되면 3차 발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지만 잔해 수거가 원활하지 않거나 러시아가 책임을 회피할 경우 3차 발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우리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1, 2차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3차 발사를 보장하기로 했고, 계약서 상 양국은 발사 성공을 ‘탑재 위성이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관련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차 발사 실패 직후 “나로호는 1단 연소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이라면서 “3차 발사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2차 발사 실패 원인이 러시아 측에 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3차 발사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위한 2차 실패의 명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비용의 난제를 해결한 이후 나로호가 실패의 아픔을 딛고 발사에 성공, 세계 10대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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