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대이은 ‘정치 야망’ 스토리

2010.06.15 09:08:01 호수 0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또 다시 ‘정치 야망’을 드러냈다. 7월 재보궐에 출마를 선언한 것. 이미 ‘파란색 동아줄’을 단단히 잡은 형국. 그동안 충분히 기반도 다졌다. 오너 시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 김 전 회장. 그가 말 많고 탈 많은 정계 진출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두 번째로 금배지에 도전하는 김 전 회장의 포부를 담아봤다.



‘천안을’ 재보궐 재도전…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
2년전 4·9총선 낙마 충격 딛고 꾸준히 기반 다져

벌써부터 7·28 재보궐 선거 열기가 뜨겁다. 6·2 지방선거 후 민심을 읽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탓에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서울, 인천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강원, 호남 등 모두 8곳이다.

이 중 가장 시선이 쏠리는 지역은 충남 ‘천안을’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의 압승으로 굳히기에 나선 민주당과 설욕을 벼르고 있는 한나라당, 텃밭 사수를 노리는 자유선진당의 혈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와 맞물려 민심의 동향을 재확인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백부·숙부 지역구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곳도 천안을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7일 천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일찌감치 한나라당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여당일 땐 시장이 야당, 시장이 여당일 땐 국회의원이 야당이 되는 등 묘하게도 천안은 줄곧 엇박자가 있어 왔다”며 “이번엔 꼭 하나로 뭉쳐서 분산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기업 활동을 하는 동안 정치를 하고 싶다는 강한 소망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며 2008년 4·9 총선에 출마했으나 쓴 맛을 봤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박상돈 전 의원(자유선진당)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접전 끝에 6000여 표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낙마 뒤 집에서 두문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8년 3월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빙그레 회장직에서 물러나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30년 넘게 기업 활동을 하면서 정치인의 뜻을 품은 만큼 낙선의 충격도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의 칩거는 선거 이후 두 달 가까이 계속됐다. 김 전 회장이 낙선의 충격을 훌훌 털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같은 해 6월.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천안발전포럼’발족식에서다. 김 전 회장은 천안발전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천안발전포럼은 천안의 발전과 올바른 정책지식의 공유·확산을 위해 발족한 단체. 천안이 당면하고 있는 교통, 환경, 교육, 복지,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의 현안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분기별 1회씩 정기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백범 김구 기념사업회에도 적극 나섰다. 그의 부인인 김미씨는 김구 선생의 손녀다. 김 전 회장은 김구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소유 주식 등 약 170억원 정도의 사재를 털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김구재단은 천안발전포럼을 지원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또 윤봉길·이봉창 기념사업회 등 독립·민족지도자에 대한 추모사업도 꾸준히 전개하며 운신의 폭을 넓혔다.

그의 한 측근은 “(김 전 회장이) 오너 재임 시절 ‘은둔의 경영자’란 닉네임이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며 “어찌 보면 경영자 시절보다 더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전 회장이 천안을 기반으로 활동 보폭을 넓혔다는 사실이다. 천안발전포럼을 발족한 것도 그렇고, 김구재단 사무실을 서울에서 천안으로 옮긴 것도 그렇다. 그는 같은해 7월 한국자유총연맹 천안시지부장에 취임한데 이어 충청장학문화재단 이사에 새로 선임되기도 했다. 정치권과 지역에서 김 전 회장이 반드시 ‘재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천안은 김 전 회장의 선친인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고향이다. 그의 친형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백부인 고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가 6선 의원을 지낸 지역 또한 천안이다. 둘째 숙부인 김종식 전 의원도 김 전 총재가 작고하자 천안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이런 인연 탓에 김 전 회장은 천안을 ‘정신적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천안은 제 집안의 뿌리이자,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을 펼쳐 온 저에게는 정신적 고향”이라며 천안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정치의 끈’도 놓지 않았다. 그는 2008년 6월 한나라당의 충남도당 당원협의회 조직 정비에서 천안 지역위원장에 올랐다. 김 전 회장도 차기 총선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총선에 출마한 만큼 천안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 김호연’에게는 당연한 과제”라며 “선거에서 선택받고 선택받지 못하고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파란옷’ 부담?

김 전 회장은 당초 2012년 4월 치러질 19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 충남지사로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천안을 재보궐에 다시 나오게 됐다. 정치권과 지역 일부에선 ‘정치 야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텃밭을 가꿔온 김 전 회장의 재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공천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한나라당 천안을 예비후보자는 엄금자 전 도의원, 박중현 전 시의원 등이다.

또 충남지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안희정 당선자·42.3%)이 승리한 점도 김 전 회장으로선 부담이다. 한나라당(박해춘 후보·17.8%)은 자유선진당(박상돈 후보·39.9%)에도 밀리는 망신을 당했다. 민주당에선 박완주 천안을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끝냈다. 자유선진당은 굵직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에 부심 중이다.


오너 없는 빙그레는?

오너 없는 빙그레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지난 2008년 3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빙그레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력해왔다”며 “대표이사 회장직 유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나, 정치에 전념한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퇴임한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대신 당시 이건영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당초 김 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알려졌던 정수용 대표이사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빙그레는 이에 따라 김호연, 정수용 공동대표에서 이건영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김 전 회장은 1992년 한화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빙그레를 맡아 ‘김호연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해오다 2000년 정수용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었다. 그는 현재 빙그레 주식 3백27만여주(33.26%)와 한화 주식 12만여주(0.1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