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도작가 탈루 엘.엔

2015.05.11 11:18:16 호수 0호

인도의 어제·오늘·내일이 한눈에 쏙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도작가 탈루 엘.엔.(Tallur L.N.)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공개된 신작 10점은 현대사회에 대한 대담한 은유로 가득하다. 전시 제목인 '임계점(Threshold)'은 산업문명의 모순을 꼬집으려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탈루는 첨예한 경쟁구도 속에 자리한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인도는 전 세계 컬렉터가 주시하는 곳이다. 높은 경제성장률 덕에 자본이 몰리면서 미술시장의 위상과 규모는 날로 커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도 미술계는 양적인 발전뿐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이뤄냈다. 아니쉬 카푸어, 수보드 굽타, 바르티커와 같은 1세대 블루칩 작가군이 화수분처럼 꽃피었다. 이들의 작품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거래되며, 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질주하는 코끼리

'질주하는 코끼리'인 인도 미술계는 최근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 선두에는 탈루 엘.엔이 있다. 인도 현대미술 2세대 '아이콘'인 탈루는 2012년 스코다상(Skoda Prize)을 수상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스코다상은 매년 인도에서 가장 빼어난 예술가(45세 미만)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이다.

탈루는 인도문화 구습인 카스트에서 하층민으로 태어났다. 그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신분의 제약은 탈루의 예술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바탕이 됐다. 2006년 상하이 비엔날레와 2008년 난징 트리엔날레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국립현대미술관(2013)과 서울시립미술관(2014)에 작품을 내걸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탈루는 1년의 절반가량을 한국에 머물고 있다.

탈루의 작품에는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과 문명의 관계다. 자본주의가 파고든 인도는 엄청난 경제성장 이면에 불평등의 심화, 인간성의 상실과 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시제목을 'Threshold(뜨레솔드)'라고 한 것도 탈루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표현이다. 뜨레솔드는 한계점 또는 임계점이란 뜻을 갖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임계점'전 개최
인도미술 2세대…대담한 표현 눈길

전시제목과 동일한 이름이 붙여진 작품 '뜨레솔드'는 구성과 소재 면에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톱날을 반복 생산하는 이 거대한 기계는 길이 수십미터에 달하는 긴 철판을 끊임없이 갈아낸다. 미국 전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의 연설(내게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을 준다면, 나는 그 중 도끼를 가는데 4시간을 쓰겠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뜨레솔드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소비되는 현재의 시간을 가리킨다.

뜨레솔드 옆에는 높이 2미터의 종이 설치됐다. '할랄 1'이란 작품은 이슬람 율법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를 가진 할랄(Halal)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다른 가축을 도살한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작품에서 탈루는 종의 꼭대기를 도축용 칼로 바꿔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했다. 종이 울리는 입구에 사람 머리 형상을 빚어놓은 연출이 흥미롭다.

1층에는 전통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가공된 역사'가 전시됐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원료는 돌이다. 탈루는 인물 형상을 한 표면에 큰 구멍을 내 '시간의 역설'을 강조했다. 작품 완성을 앞두고 가공물을 산 속에 놔둬 '오래된 느낌'이 나도록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무한한 잠재력

터키석을 조각한 작품 '텅 트위스터' 역시 눈길을 끈다. 입을 벌린 인간의 모습을 확대한 이 작품은 생각이 언어화되는 과정에서 말이 꼬이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밖에도 짐을 싣고 가다가 시멘트에 박힌 코끼리를 묘사한 '수용능력', 자위행위를 익살스럽게 풍자한 '공기와의 짝찟기', 검게 탄 나무를 하반신만 남은 여신상 위에 올린 '사이즈 업' 등이 관심을 모았다. 전통조각부터 나무, 철, 돌, 기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가 놀랍다.

탈루의 이번 개인전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니는 "'삶과 죽음' '생각과 언어' '과거와 현재' 등 서로 짝을 이루는 질문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angeli@ilyosisa.co.kr>

 

[탈루 엘.엔은?]

▲영국 리즈대학교, 현대 순수미술 전공
▲개인전 인도 케몰드갤러리(1999), 미국 소호(2000), 중국 아라리오갤러리(2010), 독일 네이처모르테(2012) 미국 SCAD미술관(2013) 인도 국립현대미술관(2013) 등 다수
▲단체전 호주·이스라엘·타이완·싱가폴·영국·멕시코 등 다수
▲수상 산스크리티어워드(2003) 스코다상(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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