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후폭풍1>-직격탄 맞은 한나라당

2010.06.08 09:09:42 호수 0호

세종시·4대강 넘어 MB정권까지 위험하다



한나라당이 거센 지방선거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큰 격차로 승리를 예견한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에서 야권 단일화후보의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전통적 텃밭 혹은 강세 지역이라 일컬어지는 곳 중 일부를 야권에 내주고 말았다. 지방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주요 정책들의 추진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했던 당·정·청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청와대에서도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후폭풍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서울·경기·경북만 간신히 챙긴 지방선거 참패 ‘성적표 최악’
길 막힌 4대강·세종시 수정…MB 조기 레임덕 가능성 솔솔



여권이 참담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결과에 당·정·청은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고 있다.
통상 지방선거는 여권에 불리하게 전개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천안함 사태 등으로 인해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여권에 유리한 여론조사에도 불구,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던 이들도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축포를 터뜨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민심은 이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세종시 수정, 무상급식 등에 대한 바닥 민심이 표심으로 연결되고 현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가 살아나면서 한나라당의 참패라는 결과로 귀결된 것이다.

민심의 반격에
한나라당 웃다 울었다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부터 기미가 좋지 않았다. 큰 격차를 보였던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전 총리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마’했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자 한나라당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재선이 확정되자 “매번 큰 폭으로 이겨 왔기 때문에 한 번도 선거에서 패배를 예감하거나 생각하지 못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비록 이겼지만 사실상 패배했다는 교훈을 가지고 시정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을 뿐 서울 25개 구청장 중 21곳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한나라당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중랑 등 4곳만 얻은 급변한 현실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의회마저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서울시교육감도 진보후보가 차지한 상태여서 앞으로 시정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오 시장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재선에 승리했다. 하지만 도내 31개 기초단체장 중 19곳을 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곳은 수원·성남·안양·고양·부천·안산 등 도내 주요 도시들이어서 한나라당이 10곳을 건졌음에도 ‘완패’를 면치 못한 상황이다. 무소속은 2곳에서 승리했다. 인천은 아예 민주당 송영길 후보에게 단체장 자리를 내줬고 10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9곳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전통적 텃밭에서는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지만 경남지사를 무소속으로 나선 김두관 후보에게 내줘 자존심을 구겼다.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으로 인식돼왔던 강원도에서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충청도에서 패색이 짙게 나타나면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정부의 목소리를 단칼에 잘라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세종시 수정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권은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세종시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현 정권 핵심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나라당 수도권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홍준표 의원은 선거 하루 전 “야당이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 문제를 선거 이슈로 들고 나왔고, 또 이번에 그것을 심판하자고 들고 나왔기 때문에 야당 주장에 대한 심판이 간접적으로 된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압승할 경우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세종시 ‘스톱’
친이계조차 제동 걸어

홍 의원은 또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 결정과 관련, “당의 결정은 원내대표의 결심사항인데 6월쯤 김무성 원내대표가 결단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해 지방선거 직후 속도전이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심판’의 결과는 여권이 구상한 핵심 정책들의 ‘정상적 추진’이 불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충청도 민심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가 명확하게 전해진 것. 정치권과 시민단체 뿐 아니라 종교계까지 반대하고 나선 4대강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정두언 의원은 세종시, 4대강 문제와 관련, “이제 국정 전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점검을 해서 민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종시는 애당초 선거하고 상관없이 국가 백년대계를 하면서 세종시 수정을 내놨기 때문에 선거하고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4대강 사업이 이번 지방선거의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면서 “이미 상당 부분 추진돼 있는 것으로 이제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백지화’ ‘4대강 사업’과 같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사업을 전면 중지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이계에서조차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에 대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형편이다.

선거 결과가 전해진 지난 3일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일괄사퇴를 통해 지방선거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여당 지도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선거 결과에 대해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하며 따라서 국정운영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대표로 사의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정무수석-홍보수석 등 관련 수석들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정운찬 국무총리의 사의표명 여부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 총리가 ‘세종시 총리’로 기용됐던 만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 총리의 퇴진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후폭풍이 여권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텃밭조차 내주는 참패로 인해 ‘형식적인’ 수준의 당·정·청 인적 쇄신만으로는 국민의 채찍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미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지난 3일 “지방선거는 2008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자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과, 차기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여권의 지방선거 참패로)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조기 레임덕 걱정도 해야 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실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등 이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핵심 정책들이 흔들린다는 것은 이후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했던 모든 정책들에도 제동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나라당 새 수장을 선출할 전당대회와 청와대의 ‘물갈이’ 수준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조기 레임덕 위기감
친이계 결집 부추길까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안고 물러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대위는 중량감 있는 당 중진의원 5명 정도를 선임해 전당대회와 7월 재보선 준비 작업을 맡게 된다.

당초 차기 당권 경쟁에는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전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이 출마 의사를 내비쳤었다. 여기에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과 홍사덕 의원, 중립성향의 남경필, 권영세 의원, 임기를 마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정 대표는 지방선거 책임론 등으로 차기 당권과는 거리를 두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표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직접 전당대회에 나설 확률은 희박한 만큼 허태열 최고위원이나 홍사덕 의원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친이계의 결집’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조기 레임덕’이 거론될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이 대통령이 현 상황을 타개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친이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여의도 복귀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둬 지방선거의 책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다 당 안팎의 친이계를 규합할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6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8월로 미루자는 친이계 일각의 주장에는 지방선거의 멍자국이 가시기도 전에 당내 당권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도 있지만 7월 재보선을 통해 이 위원장이 여의도에 입성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움켜쥐는 시나리오가 녹아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