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후폭풍2> 민주당 불안한 속내

2010.06.08 09:05:05 호수 0호

“승리는 죽은 노무현이지 산 민주당 아니다?”

민주당이 ‘각본 없는 드라마’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7곳에서 단체장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통적 텃밭으로 분류되는 광주와 전남·북은 물론 인천, 강원, 충남·북에서도 승리를 거둬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소속 후보들이 승리한 경남과 제주도의 경우 야권의 후보단일화 후보이거나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리의 함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뻐하는 와중에도 속울음을 내고 있어 그 속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고전 중 대역전극에 반색 ‘축포 쏘아 올렸다’
호남 넘어 전국 정당으로 ‘우뚝’, 수도권 절반의 승리



민주당은 6·2 지방선거에서 펼쳐진 ‘유쾌한 반전’에 미소 지었다.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수도권 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얻지 못했지만 인천시장을 시작으로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은 물론, 강원도와 충청남·북에서 모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제주지사에 도전했던 우근민 당선자는 당선 소식을 접하자마자 “민주당을 사랑한다”며 “내가 어디로 갈 데가 없다. 앞으로 신중하게 생각하겠다”는 말로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승’을 거두자 정세균 대표는 “투표가 권력을 이겼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힘에 의해 국민들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풍과 관권선거를 포함한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선택은 위대했다”며 국민들을 한껏 치켜세웠다.

당사 울린 환호성
일석다조 단체장 반겨

하지만 공을 ‘국민’에게 돌리더라도 민주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민심은 충청도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것으로 표출됐고 4대강 살리기 사업, 천안함 사태, 무상급식 등 여러 현안에서도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과 전면 개각을 요구한다”며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 곳곳을 누볐던 손학규 전 대표도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국민이 준 힘으로 폭정을 막고, 4대강 사업을 막고, 민생파탄을 막아야 한다. MB정부의 역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후폭풍’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손 전 대표는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도 심판했지만 동시에 민주당과 개혁진보진영 전체가 대승적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이는 집권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을 선택한 것일 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즉, ‘대안’으로 선택된 민주당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도 민주당의 승리보다는 친노 진영의 승리라고 보는 시선이 상당하다. 야권이 얻은 광역단체장 중 대다수가 친노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승리?
‘친노’의 재발견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노 진영의 약진은 대단했다. 비록 당선하지는 못했지만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세론’을 이끌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바짝 따라잡아 한나라당의 가슴을 서늘케 했다.

유시민 전 장관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선전했다. 조직력의 열세에도 불구, 47%의 지지를 얻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놀라게 한 것. 유 전 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동교동의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마지막에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지지까지 얻으며 야권 단일화후보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또한 여권의 집중포화를 견뎌내며 수도권에서 뛴 후보들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

이 때문에 유 전 장관은 ‘지고도 이긴’ 선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출마 당시만 해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던 민주당 안팎에서 유 전 장관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단일화를 해놓고도 충분한 지원을 못했다”고 사과했고, 최재성 의원은 “비록 선거는 졌지만, 야권 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을 가진 정치인이란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장관이 선거에서 패한 후 바로 민주당 영등포당사를 찾아 “이번 선거 패배의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내 역량 부족”이라며 고개를 숙인 것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러한 정치적 자산으로 ‘다음’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방선거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내가 패배한다 하더라고 나의 꿈, 나를 지지했던 이들의 꿈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했다.


전국 방방곡곡
‘친노’ 꽃 피웠다

송영길 전 최고위원은 ‘빅3’로 분류되는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인천시장 선거에 당선, 야권 후보로는 유일하게 승기를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던 안희정·이광재 후보는 각각 충남도지사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당선자’로 변모, 친노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작은 선거혁명’을 이뤘다.

김 전 장관은 당선이 확정된 후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지역주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돼 다행스럽다”며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8번이나 나무를 찍었는데 내가 마지막에 1~2번 도끼질을 해서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를 쓰러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장 등에서도 친노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민주당 김만수 부천시장 당선자나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그룹인 김성환·김영배·차성수 후보도 노원·성북·금천 등에서 ‘당선자’가 됐다. 특히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국민참여당 후보로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구의원에 도전, 살아서 돌아왔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권력구도 개편에 돌입한 것처럼 민주당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7월 말이나 8월 초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당권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정세균 대표 체제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 등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야권 후보단일화를 성공시켜 대승을 거뒀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 결과를 그간 당대표직을 맡아온 성적표로 볼 경우 당대표직 연임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현 지도부가 최선을 다했고, 당내에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지방선거 과정에서 비주류의 거센 공세에 놓였던 ‘정세균 리더십’이 반전되고 있음을 짚었다.
전병헌 의원도 “정 대표가 지난해 두 차례 재·보선에서 승리했고 이번에 전국선거에서도 승리했기 때문에 당원들은 그의 성과나 업적으로 평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정세균 리더십’에 대한 재신임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에 대해 “천안함 사건으로 현 정부의 정책이 전부 묻혀버렸던 것 같이 보였지만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 미디어법 등 그동안 현 정부의 정책 추진이 ‘밀어붙이기식’이었다는 비판여론이 그대로 표심에 반영된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북풍이냐 노풍이냐보다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을 확실히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도 “민주당이 잘 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천이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끝없는 잡음을 내며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 어제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 대표에게는 ‘지방선거 후’로 미뤄졌던 당내 비주류의 호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미묘한 당내 권력구도
정세균 리더십 계속될까

전당대회에서도 고비가 적지 않다. 정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에 비해 조직적 기반이 미약하다. 비주류 진영이 ‘쇄신모임’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는 반면, 정 대표 체제를 유지했던 당 지도부는 상당수가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출마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상태다.

즉, 친노386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쥐었던 정 대표가 다시 당권을 잡기 위해서는 친노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선거에 이겼다고 흩어지는 (야권)연대가 아니라, 계속 이길 수 있는 연대를 하겠다”는 정 대표의 발언도 이와 관련돼 있다. 지방선거 후 거세질 야권 통합 논의를 중심으로 세를 불려나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독자세력화의 가능성을 연 친노 진영이 우선순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간 합당 여부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 당원동지들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도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치전문가들도 “민주당이 전국정당,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불모지’ 득표력을 보여준 친노 인사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향후 야권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친노 진영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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