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풀리지 않는 ‘천안함 미스터리’ 쟁점 넷

2010.06.08 08:57:14 호수 0호

남·북 삿대질 ‘두 동강난 천안함은 알고 있다’



6·2 지방선거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천안함 침몰 원인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있다. 이미 민군 합동조사단과 국방부,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의 소행임을 거듭 밝혔지만 야권을 비롯한 일부 국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 소위 말하는 좌파 언론은 천안함 관련 미스터리를 연일 기사화 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반박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천안함 관련, 국제사회의 공조와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가까운 시일 내에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요시사>는 천안함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앞두고 ‘천안함 미스터리’ 가운데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는 주요 쟁점을 파헤쳐봤다.

군당국, TOD 말 바꾸기 여러 번 신빙성 ‘추락’
최초 공개된 가스터빈 잔해 사진 궁금증 증폭
북 침투 경로 아리송…희생자 시신상태도 양호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민군합동조사단과 군당국,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북한 소행’임을 확실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야당은 이들의 조사결과발표에 반하는 의문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거론된 의혹은 줄잡아 10여 가지에 이른다.

특히 민군합동조사단이 지난 5월20일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 발표 당시 ‘스모킹 건’으로 내세운 북한군이 써놓은 어뢰 추진부 안쪽의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이 일부러 한글 표기를 해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합조단의 주장처럼 천안함이 어뢰 폭발에 의해 침몰했다면 침몰 시 수 백도의 열에 견디기 힘들고, 그 열을 견뎠다고 하더라도 서해바다 해저에 두 달 가까이 노출되어 있었다면 현실적으로 펜글씨가 남아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합조단은 “‘1번’이라는 표식은 인쇄체가 아니라 파란색 펜으로 쓴 손 글씨체이고, 이 서체는 7년 전 포항 앞바다에서 확보한 북한군 어뢰의 ‘4호’ 표식과 서체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북의 소행임을 단정 지었다.

다만 합조단은 필적 감정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1번’과 ‘4호’ 표식을 표기하는데 사용한 잉크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 ‘1번’ 표기
하나, 안하나?

하지만 북한군은 우리측 합조단의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5월28일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처음으로 진행하면서 “우리는 무장장비에 번호를 매길 때 기계로 새긴다”면서 매직으로 쓰인 것 같은 ‘1번’ 표식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6일, 우리측 합조단 신상철 조사위원은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믿을 수 있나’라는 강연에 참석해 “확대해서 봤는데 1번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균일하지 못하다”면서 “북 어뢰에 쓰인 ‘1번’은 우리가 쓴 것 같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이 썼다면 매끄러운 표면에 썼을 것이고 바다에서 녹이 슬면 녹이 파란색 매직 글씨 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신씨는 “녹 위에 글씨를 쓴 것 같다”는 ‘사후 기입’ 의혹을 제기하고, ‘배밑이 지저분한 점’ ‘프로펠러가 휘어진 점’ 등을 들어 기존의 ‘천안함 좌초’ 침몰을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합조단은 “쌍끌이 어선이 어뢰 잔해를 건져낼 때 선원 12명이 인양 현장을 목격했고 인양과 포장, 헬기 수송 등을 시간대별로 사진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주장(사후 기입 의혹)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1번’ 표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정치권에서도 계속됐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5월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잉크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1번’ 글씨는 어뢰가 폭발했다면 발생하는 열로 소실되고 남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어뢰에 쓰인 ‘1번’ 글씨가 고열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의원은 “250㎏의 폭약량에서 발산되는 에너지 양에 근거해 계산을 해보면, 폭발 직후 어뢰의 추진 후부의 온도는 350℃ 혹은 1000℃ 이상까지도 올라가게 된다”면서 “이런 온도에서 유기 마커펜의 잉크는 타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이 의뢰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파란색 잉크는 자일렌, 톨루엔, 알코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끓는점은 순서대로 138.5℃, 110.6℃, 78.4℃이다.

합조단은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어뢰 폭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기본적으로 3000℃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해당 교수의 분석은 신빙성을 가진다.


천안함 침몰 당시 TOD
진짜 없나? 감췄나?

천안함 미스터리 두 번째는 군 당국이 “정말 없다”고 주장해온, 천안함 침몰 직전의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의 존재 여부다.

지난 5월19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된 ‘군의 TOD 동영상 은폐’ 의혹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의 영향으로 침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좌초’의 증거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같은 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 오후 합조단으로부터 전체 3시간10분 분량의 TOD 영상을 대면보고 받았다”면서 “이 영상은 사고 당일인 3월26일 19시59분(실제보다 1분40초 느림)부터 22시16분까지 약 3시간10분 분량”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국방부가 존재를 부인했던 새로운 TOD 영상이 존재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해당 영상은 이미 4월 초에 존재 사실을 발표했던 동영상”이라면서 이날 국회 천안함특위에 해당 영상을 공개하고 이어 지난 5월30일에는 언론에 공개하는 등 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찌감치 동영상 존재여부를 주장해 온 민노당 이정희 의원 등이 “군 당국이 ‘절대 없다’던 새로운 천안함 동영상이 새롭게 나왔다”면서 군 당국이 거짓말을 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이유에서다.

국회 천안함특위와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는 국방부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세 가지의 동영상과는 다른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백령도 해안의 해병대 초병이 천안함 폭발 36초 후인 3월26일 오후 9시22분33초부터 3배로 확대해 찍어 천안함이 보이는 장면이 8초간 등장하는 것.

영상에 등장한 천안함은 어두운 바다 위에 아주 조그마한 크기의 희미한 물체로 보이지만 함수와 함미가 두 동강 났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합조단 문병옥 대변인은 “4월7일 천안함 생존자 인터뷰 때 ‘전체 3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있으며 7분 분량으로 요약해 공개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면서 “너무 흐릿하게 잡힌 바람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후 합조단에 참여한 외국인 영상전문가가 천안함이 동강 나 쓰러진 장면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동영상에는 함수와 함미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민주당 최문순 의원 역시 “어뢰에 맞았다면 큰 파도와 물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영상은 폭발한 뒤 36초 후 상황이 평온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3시간10분짜리 TOD 영상에도 결국 함수와 함미가 분리되는 순간의 영상은 없었지만, 사고 시각 36초 후 천안함이 우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조단 문 대변인은 “4월7일 중간조사 발표 때 우리 역시 이 장면을 파악하지 못해 발표하지 못했을 뿐, 이후 분석해보니 천안함이 이미 절단된 상태임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함미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침수가 시작된 상태로 함수와 함미가 붙어 있다면 부력 때문에 함수가 절대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 천안함이 버블효과에 의해 침몰했다면 함수와 함미가 순식간에 분리됐어야 하는데 36초 이후에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2분 22초 후에야 완전히 분리된 영상이 확인된다.

이와 관련 민노당 이 의원은 “이런 점들이 어뢰 폭발설에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최 의원은 “TOD 영상과 관련해 군은 입장을 계속 번복했고,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국민적 의혹을 부풀렸다”면서 “이에 대해 군은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TOD 영상은 없는지, 지금 현재의 영상이 또 다른 전체의 영상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명확하지 않은 북
침투 경로, 그리고…

천안함 침몰은 이밖에도 많은 의혹을 품고 있으며, 명확하지 않은 북한의 침투 경로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합조단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서해 외곽으로 우회해 사고 해역으로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추정일 뿐 정확한 침투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합조단의 추정이 옳다고 하더라도 북한 잠수정이 우회로를 통해 침투하는 동안 우리 군과 미군은 당시 인근 해역에서 합동군사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북한 잠수정이 위험을 무릅쓰고 천안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잠수정의 특성상 이동 중엔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 군이나 미군에 의해 감지될 가능성이 높고, 인근 해역의 수 많은 어선 그물을 뚫고 들어오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와 관련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은 물론 상어급 잠수정을 비롯, 130t급 잠수정이 없다”면서 “130t짜리 잠수정이 1.7t짜리 중어뢰를 싣고 해군기지를 벗어나 공해를 돌아 ㄷ자형으로 와서 배를 침몰시키고 다시 돌아간다는 게 군사상식으로 이해가 가느냐”고 격하게 반박했다.

국방부가 지난 5월30일 최초 공개한 천안함 가스터빈 역시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국방부는 이날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줄 핵심 열쇠인 가스터빈의 잔해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인양된 가스터빈실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비교적 멀쩡한 잔해 일부만 공개해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가스터빈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면 외부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지점이다. 이와 관련 북한군은 가스터빈 공개에 앞서 같은 날 28일 기자회견에서 “남측이 진실을 밝히자면 가스터빈 문제를 해명했어야 한다”면서 “어뢰 공격에 의한 타격으로 침몰했다면 가스터빈이 형체도 없어야 하고, 내부 폭발이나 좌초라면 원상태 대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30일 공개된 가스터빈은 파이프 일부가 휜 것 말고는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 ‘어뢰설’보다는 ‘좌초설’에 무게를 싣고 있는 해난사고 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뢰 때문이라면 사진속 배관이 물에 직접 노출됐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스테인리스라도 두 달 가량 물과 접촉했다면 이렇게 깨끗할 리가 없다. 고압세척기로 닦아도 이렇게 깨끗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로 물기둥이 100m 높이까지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침몰 당시 구조된 장병들이 경상에 가까웠다는 점 △희생자들의 시신이 훼손되지 않은 점 △사고 해역의 물고기들의 떼죽음이 없었다는 점 △장병들의 ‘물기둥’ 관련 진술이 달라진 점 등도 천안함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있는 의혹에 포함된다.

이 같이 여러 의혹에 둘러싸인 ‘천안함 미스터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상 누리꾼들의 문제 제기는 물론, 지방선거 이후 전열을 다진 정치권에서도 천안함 공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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