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6·2지방선거 후 폭풍 대예측

2010.06.01 09:04:20 호수 0호

지방선거 이후 ‘죽을 자’와 ‘살아남을 자’는 누구?


지난 3월26일 천안함이 갑작스럽게 침몰한지 두달여가 지나면서 천안함은 올해 최대의 이슈가 돼버렸다. 천안함으로 세종시 문제와 정가의 여러 난제들이 한꺼번에 소멸됐다.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마저 천안함과 함께 침몰했고 이제 천안함이 모든 이슈들을 잠식해버렸다.

6·2 지방선거마저도 천안함의 파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은 대변혁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론, 정권 심판론, 중간 평가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함 사태’ MB정부 최고의 구원자 
북풍 동반한 여당 압승… 친노 몰락 가속화


눈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에 천안함발(發) 북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여야는 북풍을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우위라고 판단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실수 경계령 속에서 안보 카드를 밀어붙이다가 ‘천안함 정쟁 중단 카드’를 내놓으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빅3 광역단체장 부문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천안함 사태로 야기된 안보 이슈를 적극 이용하면서도 섣부른 축가를 부르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26일 정몽준 대표는 “한나라당은 천안함과 관련해 야당을 공격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이렇게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가 국내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시비꺼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소 짓는 한나라
‘애써 티내지 마라’



정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천안함 사고를 지방선거에 이용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판세 우위 속에 자칫 국민들에게 안이한 자세를 보인다면 북풍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실수경계령을 내렸다. 아직까지 경남과 충남,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가 판세를 읽을 수 없을 정도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두언 스마트전략위원장은 “실수하거나 과잉대응하는 쪽이 무너진다”며 실수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현 국면을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대결구도로 설정하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타깃으로 북풍에 대한 역공을 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 대표의 제안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 천안함 문제를 북풍 바람몰이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어이없는 것은 일주일 이상 민주당을 공격하다가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것이다. 이제 와서 갑자기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북풍의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손을 쓴 것으로 보고 있어 북풍에 대한 역공 수위를 낮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북풍 차단 작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북풍의 힘은 강력하다. 지난달 28일 방송3사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 3대 주요 격전지에서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26일 공동으로 실시한 6·2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3곳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들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 6일 전(27일)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가 금지되기에 지난달 26일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다. 이날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50.4%를 얻어 32.6%에 그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7.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사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역시 44.7%로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32.6%)에 12.1%포인트 앞섰다.

선거 이후 최대 피해자  박근혜·친노?, 승자는 ‘MB’?
정치권 대분열 예고… DY 부활·포스트 YS·DJ 재편  


역시 1차 조사 때보다 유 후보 지지도가 2.9%포인트 떨어지면서 격차를 더욱 벌인 것으로 나타나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자 유 후보는 최근 호남 기반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규합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는 등 노력을 쏟았지만, 여전히 ‘화학적 결합’을 끌어내지 못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인천시장 역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44.2%,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32.9%를 얻어 지난 1차 조사 때와 유의미한 지지 추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다만 적극 투표층에서는 송 후보 지지가 4.4%포인트 상승해 지지율차가 한 자릿수로 좁혔지만 안 후보를 꺾을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특히 경남지사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38.9%를 기록해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4.9%포인트로 앞서고 있으나, 적극적 투표층에서는 이 후보가 41.3%, 김 후보가 40.1%를 기록해 이 후보가 1.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나 뚜껑을 까봐야 한다는 것. 

충청권은 모두 오차범위 싸움이다. 충남지사 선거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29.6%를 얻어 각각 25.2%, 15.0%를 기록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에 앞섰다. 하지만 충남은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30.2%로 높게 나타나 선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자유선진당의 선전이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충북지사 역시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40.1%를 기록해 34.4%의 민주당 이시종 후보를 5.7%포인트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남과 충북사이에서도 민심의 괴리감이 있음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방송 3사가 TNS 등 3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서울·경기는 1000명씩, 다른 지역은 각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이다.

강력한 북풍의 힘,
수도권 판세 뒤흔들어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지방선거 판세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빅 3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국 주도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세는 수도권과 경북, 강원, 충북 등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민주당은 호남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당의 경우도 자신들의 텃밭인 충남지역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최상의 황금분할 구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역대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참패 공식이 깨지게 된다. 현재 한나라당은 승자의 미소를 띠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은 권력구도 재편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야권의 분열이다.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야당의 친노세력은 힘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노세력의 핵심 근간으로 내세웠던 평화 논리와 친북 성향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 사태로 그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즉 명분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정치에서 명분이 사라지면 그 정치세력은 생명을 잃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한명숙, 유시민, 김두관, 송영길, 안희정 등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선거를 이끌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앞두고 노풍(盧風)이 불기를 바랬지만, 침몰한 천안함처럼 일순간에 침몰해버렸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친노 세력의 몰락과 함께 구 민주당 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신호탄은 DJ의 복심이라고 불렸던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에 입성하면서다. 그간 친노세력에게 빼앗겼던 당권을 다시 찾고 구 DJ세력과 정동영계는 다시 제일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추미애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며 “최고위원 선거를 치러 1위를 한 사람이 대표가 되고 차순위자들이 최고위원들이 되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지분이 많지 않은 정세균 현 대표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쏠려있는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속내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낸 정몽준 대표의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3곳에서 승리를 따낸다면 그간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가려졌던 1위 자리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새롭게 원내대표가 된 김무성 의원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박 전 대표와 이견을 보이면서 결별하게 되었고 구YS계를 규합하면서 당내 2인자로 올라섰다. 앞으로 그의 행보는 결국 포스트 YS시대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단연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지원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하고 수술을 받은 뒤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정치권의 중심에 섰다.

박 전 대표는 이 말 한마디로 혼전양상이던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깔끔하게 정리했으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를 굳혔다. 그리하여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까지 받게 되었으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얼마 전만 해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차기 0순위 주자로 꼽혔지만 전국적인 선거판에선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선거 시작 전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머물다 최근 달성군수 선거에 나선 이석원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에만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친노·박근혜 몰락
포스트YS·DJ 재편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친이계와 맞서온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터진 천안함 사태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계속적인 구애작전을 벌이던 지도부도 선을 그은 상태다. 이번 선거판에서 ‘실종’된 건 박 전 대표만이 아니다. 다른 차기주자들의 모습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박 전 대표와 대선 경쟁구도를 벌이고 있는 정몽준 대표만이 여름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지원유세에 ‘올인’하고 있을 뿐이다. 야권에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바람몰이에 나선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 민주당 ‘차기’ 트로이카의 존재감도 약하다. 이들 대신 이번 선거정국에 힘을 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천안함 사태 대국민담화에서 ‘자위권 발동’ ‘국민 안보의식 강화’ 등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26일엔 방한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천안함 사태 국제공조를 논의했고, 28일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천안함 사태를 이끌어 가고 있다. 6월2일 선거일까지 계속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차기’ 대신 ‘현역’인 이 대통령이 선거 판세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가 된 것.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결국 이번 선거에서 주인공은 MB이다. 모든 이슈와 주도권을 MB가 주도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박 전 대표는 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차기 대선구도에서도 박 전 대표는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서울에서 오세훈 시장이, 경기도에서 김문수 지사가 승리한다면 여권은 정몽준·오세훈·김문수 등이 차기 대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