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2세들 ‘한울모임’ 완벽해부

2010.06.01 10:05:00 호수 0호

아버지로부터 ‘정치 DNA’를 이어받은 ‘정치인 2세’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원로 정치인들의 아들들이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정가는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단순한 ‘정치인 2세’에서 대를 이어 정치권에 뛰어들 ‘2세 정치인’으로 탈바꿈하지 않을까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왔다. 최근 이 모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참여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이러한 시선은 더 짙어지고 있다. 소문의 중심에 선 ‘정치인 2세’들의 ‘한울모임’을 밀착 취재했다.



원로 정치인 2세들 ‘한울모임’으로 뭉쳤다
회원 8명 중 3명, 현역 정치에서 도약 노려

원로 정치인 2세들의 모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말의 일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 원로 정치인의 아들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포착된 것.

지난해 11월25일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가진 모임에는 권정민(40·권노갑 전 의원 아들), 김영호(43·김상현 전 의원 아들), 노웅래(53·노승환 전 의원 아들), 박석원(39·박실 전 의원 아들), 조성범(35·조윤형 전 의원 아들), 정호준(39·정대철 전 의원 아들), 최용규(34·최도환 전 의원 아들), 최호석(43·최훈 전 의원 아들)씨 등 정치인 2세 8명이 참석했다.

권정민씨는 이날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것이었으며 김병욱(44·김동영 전 의원 아들)씨는 불참했다.

권노갑·한화갑·정대철 전 의원도 자리를 같이 했다. 이날은 한 전 의원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들 우영씨의 장례식 때 도움을 줬던 이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권 전 의원은 “정치인은 신의가 있어야 하고 정직해야 하며 비전을 가져야 하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열심히 책과 신문을 읽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치인이 돼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갑·정대철 전 의원도 자신의 정치 경험을 들려줬다.

원로 정치인과 함께
모습 드러낸 한울모임

하지만 모임 참석자들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숨소리도 못 내고 자랐던 동병상련 친구들의 친목 모임일 뿐”이라고 모임의 범위를 규정했다. 실제 이날 참석한 이들 중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이는 3명 뿐이어서 ‘정치적 해석’이 크게 따르지 않았고 모임의 이름이나, 모임이 만들어진 이유 등 주요한 내용들도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차남 현철씨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차남 홍업씨가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정치인 2세들의 모임에 현철씨와 홍업씨가 참여하려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이 모임은 일약 ‘차세대 이너서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홍업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리전력자 공천배제’라는 공천심사위의 기준에 걸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탈당 후 전남 무안·신안에 무소속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DJ 서거 후 정치활동 재개를 염두에 두고 복당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이 노리고 있는 곳은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로 알려졌다. ‘DJ의 복심’이라 불리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이기는 하지만 19대 총선에 출마한다면 ‘양보’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전 의원이 목포를 바라보고 있다면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노리고 있는 곳은 경남 거제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금고형 이상의 경우 공천신청 불가’라는 규정 때문에 출마 선언 보름 만에 거제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거제를 방문, “정치는 여기에서 해야 한다”는 말로 19대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여연 부소장으로 활동하며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다음’을 노려보겠다는 것. 김 부소장은 “2년 정도는 연구소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해 이후 지역으로 돌아와 민심을 잡을 것임을 넌지시 전했다.

DJ 서거를 계기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잦은 만남을 가지면서 이들이 DJ와 YS의 ‘2세’인 김 전 의원과 김 부소장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2세’들의 정치적 재기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치인 2세들의 모임 또한 이와 같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2세’들이 원로 정치인들을 연결시킬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구심점이 되거나 세력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중 일부도 ‘정치’에 시선을 던지고 있어 가능성이 그리 낮지만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중 정대철 고문의 아들 호준씨는 끊임없이 정치입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한양대 사회학과를 졸업, 미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공천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선을 온전히 정치권으로 돌렸다.

호준씨가 당시 구속 중이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출마를 결심하자 정 고문은 공천 신청에 앞서 서울구치소에 면회 온 호준씨에게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준씨는 오히려 “아버지의 명예를 기필코 회복시켜드리겠다”며 정 고문을 설득했다.

DJ·YS 아들 뜨자
정치인 2세 모임 시선집중

그가 출사표를 던진 서울 중구는 1982년 타계한 조부 정일형 전 신민당 대표권한대행이 1950년 2대 총선 이후 9대까지 내리 8선을 기록했고 그의 아들인 정 고문이 1977년 9대 보궐선거 당선 이후 5선(9·10·13·14·16)을 한 ‘가문의 텃밭’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출마는 헌정 사상 첫 3대 국회의원 집안의 탄생 여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호준씨는 18대 총선을 노렸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 중구 선거구에 정범구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자 ‘중구’를 양보했다. 대신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당선권(24번)에서 밀리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호준씨는 지난 2008년 3월26일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24번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배포한 성명서에서 “손학규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에게 중구 선거구에 정범구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는 대신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배려한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 약속을 전제로 지난 4년 동안 공들여 온 서울 중구 지역구를 정범구 후보에게 양보했음에도 손 대표와 강 최고위원은 당선권과 먼 비례대표 순위를 확정,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고문은 호준씨가 비례대표 24번을 배정받자 손 대표 등을 찾아 “나만 죽이면 됐지, 내 아들까지 죽이려 하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호준씨는 최근 민주당 서울 중구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총선을 바라보고 있기는 노웅래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노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신촌 거구장 컨벤션홀에서 ‘블루 차이나-붉은 중국은 더 이상 없다’ 출판기념회를 가졌으며 최근에는 민주당 마포구(갑) 지역위원장으로 지방선거 지원유세에 나섰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에 도전했던 김영호씨는 민주당 서대문(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2세들의 모임인 ‘한울모임’측은 김홍업 전 의원과 김현철 부소장의 가입설을 일축했다.

한울모임의 회장은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서울 서대문에서 출마한 적이 있는 김영호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맡고 있다. 그는 한울모임에 대해 “기자생활을 하던 중 정치인 2세들에 대한 기사를 다룬 것이 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 2세들을 몇 알게 됐고 가끔 만나왔다”며 “아버지들에 대한 근황을 묻고 하다가 다른 정치인 2세가 있다고 하면 ‘같이 보자’고들 하여 모임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모임에 함께 하는 이는 여럿이지만 주로 활동하는 이는 10여 명 정도라는 것.

한울모임은 매월 한 차례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은 “연말 이후 한번 자리를 만들려고 하다가 일정이 맞지 않았다”며 “노웅래 전 의원과 둘이 만난 것 외에는 2달 정도는 서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YS와 DJ의 아들들이 모임에 참여한다는 말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홍업, 김현철씨에 대한 말이 나온 적은 있지만 “함께 하려고 한 적도 없고 모임에 온다고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김홍업 전 의원이 언론을 통해 ‘그런 모임이 있다’는 정도로 한울모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가입이 웬 말?
정치적 모임 손사래

한울모임은 ‘비공식 모임’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시선을 경계했다. 이들은 “정치인 2세들의 모임이라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중 실제로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는 3명 정도”라며 “대부분 사업을 하는 등 정치에 관심없는 이들이 상당수라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도 다른 화제로 넘어가기 일쑤”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거듭 “정치적 모임이 되는 것은 다들 반대하고 있다. 또한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김 위원장은 “정치인 아버지를 두고 있다 보니 청소년 과정이 흡사하다. 80년대 아버지들이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같은 일을 겪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아버지들이 은퇴한 상황이라 생신 때 화환을 보내 드리거나 어렵게 사시는 분들의 경우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모두 ‘자식으로서 모시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교동계 한 인사도 이 모임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들어본 바 없다”면서 “김 전 의원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참여하지 않거나 모임의 성격이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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