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도 모자라 조폭까지 호령했다

2010.06.01 09:50:00 호수 0호

검찰 기소장으로 본 보람상조 비리 전말

국내 최대 상조업체 보람상조 경영진이 결국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횡령금이 당초 1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늘어났고, 한 호텔을 인수하면서 조폭까지 동원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이 밝힌 그 수법과 의도를 보면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보람상조의 ‘검은 거래’를 담은 검찰의 기소장을 펼쳐봤다.



오너 형제 등 회삿돈 300억 사적유용 혐의 기소
호텔 인수 과정에 폭력조직 동원 사실도 드러나

보람상조 오너 형제와 측근들이 고객 돈을 빼돌려 유용한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불공정 계약을 통해 회삿돈 301억원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과 그의 형인 최현규 부회장을 전격 구속 기소했다. 또 그룹 자금관리 책임을 맡은 이모 재무부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월부터 보람상조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앞서 최 회장 등이 횡령한 돈의 출처와 규모, 사용처 등을 밝혀내기 위해 전 계열사 압수수색을 끝낸데 이어 광범위한 계좌 추적도 벌여왔다. 검찰은 “보람상조의 대표와 주주를 맡은 최 회장과 부인, 친형 등이 특수관계자의 지위를 이용해 전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통해 돈을 빼돌림으로써 상례에 대한 국민감정을 축재 수단으로 악용했다”며 “가입자 대부분이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민생침해 사건이자 신종 금융비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00억→250억→300억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등은 ‘보람장의개발’이란 개인 사업장 형태의 장례서비스 대행업체를 설립한 뒤 영업을 담당한 보람상조개발(주)·보람상조라이프(주)·보람상조프라임(주) 등 계열사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계열사가 보람장의개발에 장례를 의뢰하면 상조회원 납입금의 25%만 계열사에 돌려주고 나머지 75%를 보람장의개발이 차지하는 수법으로 납입금을 빼돌렸다.


장례비용이 평균 36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건당 270만원이 보람장의개발로 흘러갔다는 계산이다. 보람상조는 1년에 1만여 건의 장례를 치른다. 그나마 계열사 몫인 25%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보람장의개발은 최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다. 100% 오너일가의 소유인 것. 최 회장이 지분율 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김모씨가 22%, 최 부회장이 11%를 갖고 있다. 보람상조 주요 계열사들은 2008년 기준 약 850억원의 영업손실 누적액으로 자본 잠식 상태인 반면 보람장의개발은 연매출 250억원을 올려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 등은 이같은 수법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다른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 모두 9개 회사에서 301억원을 횡령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5억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들의 횡령액은 당초 검찰의 수사 시작 당시 100여 억원에서 3배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4월 최 회장의 구속 때 250억원보다도 50억원 정도 불어났다. 검찰은 최 회장 일가가 이렇게 빼돌린 돈을 부동산 구매와 자녀 유학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 등은 지난 2008년 6월 수영구 캐슬비치호텔을 72억5000만원에 개인 명의로 구입하고, 남구 대연동의 교회 부지 등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17억원을 들이는 등 모두 125억원을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썼다”며 “나머지는 교회 헌금과 자녀 유학비용 등으로 지출했고, 개인 계좌에 183억원 안팎의 예금과 펀드도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 중 새로운 점은 한 호텔을 인수하면서 조폭을 동원한 사실이다. 검찰은 보람상조의 관계사인 한국상조보증이 부산 소재의 한 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폭력배를 동원해 호텔을 불법 점거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이모 한국상조보증 대표와 폭력배 윤모씨를 구속 기소하고, 이 대표의 동생 이모 한국상조보증 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올초 경매로 낙찰 받은 부산 사상구 한 호텔을 인수하는 협상이 여의치 않자 지난 2월 부산 동래구 온천동 일대를 무대로 활동 중인 ‘진구파’폭력배 40여 명을 동원, 호텔을 강제로 점거하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 작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씨는 ‘진구파’행동대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호텔 강제 인수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2년간 보람상조개발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최 회장 등이 회삿돈 33억원을 횡령하는데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람상조 측은 검찰의 기소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감정, 축재로 악용”

보람상조는 최근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법인이 회원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영업수당과 광고비가 투입되고 향후 영업수당 등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일정시점 이후엔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데도 사업초기의 결손만 문제 삼아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또 검찰이 최근 3년 간 장의개발에서 행한 행사비의 총액인 269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나 이 행사비는 주로 장의행사비용(장례용품 비용 및 인력서비스 비용) 및 관리비로 사용돼 269억원을 횡령했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조직폭력배 동원에 대해선 “호텔 인수 당시 폭력배를 동원한 것이 아닌 일부 유체동산 해결을 위해 정식 계약을 맺은 경비용역업체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며 “경비용역업체의 도움을 받은 것도 한국상조보증 직원의 판단 실수로 인한 것으로 보람상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보람상조는 “상조업은 지난 몇년간 급격한 성장으로 현재 400여 업체가 난립해 있어 아직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은 이 때문에 생긴 오해로 법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조업 새 규제법은?
고객돈 함부로 못 굴린다

정부가 상조업체들의 불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고객 선수금 절반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달 17일 입법 예고했다. 법제처 심사 및 차관회의 등을 거쳐 확정·공포되는 이번 개정안은 오는 9월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불이행 등 상조업체의 불법 행위 해결을 위해 공정위는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키고, 계약자가 내는 선수금 합계액의 50%를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했다.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돌입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또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관할 시·도에 등록하도록 했고, 등록사항이 변경되거나 합병 등 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토록 규정했다.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설립을 추진 중인 공제조합은 최저 출자금 규모를 200억원으로 규정하고, 창립총회의 의결을 거쳐 공정위에 인가신청을 받도록 했다.
한편 상조회사는 현재 전국적으로 160여 개, 가입회원 수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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