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기업화되는 성매매 조직 <파헤치기>

2010.05.25 10:14:28 호수 0호

‘실제업주-바지사장-영업실장-보도방-아가씨’ 빵빵하네!

국내 성매매 조직들이 점차 ‘기업화’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포주-아가씨’의 단세포적인 조직이 아니라 ‘실제업주-바지사장-영업실장-보도방-아가씨’ 등과 같은 체계적인 조직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못지 않다. 종업원 1인당 수익률, 당기 순익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업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성매매 조직들은 기획력과 정보력에서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점차 기업화되는 성매매 조직의 실체를 파헤쳤다.

종업원 1인당 수익률, 당기순익률 등 기업화 변신
체계적 조직 완비, 투자 대비 수익률 대기업 뺨쳐


국내 성매매 조직들은 이제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컨셉트를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됐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쌓아왔던 사회 곳곳의 인맥들이 양질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순히 ‘여자 장사’를 넘어서 ‘여자를 매개로 한 기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 뽑는 수사
‘녹록치 않다’

성매매특별법의 시행과 그에 따른 강력한 단속은 겉으로는 상당히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그 결과 이제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집창촌이 차지하는 비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비록 현재도 집창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얼마 시간이 가지 않아 완전히 망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한 남성들도 집창촌에 대한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에 성매매 조직들은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키워왔다. 과거 집창촌이라는 ‘온실 속의 화초’를 벗어나 거친 세상에서 자신을 단련해온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큰 변화는 ‘바지사장’의 존재다. 물론 과거에도 바지사장은 존재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실제 운영자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가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지사장들은 모든 죄를 스스로 뒤집어쓰고 실제 운영자를 ‘부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는 바지사장이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몸통’이 남아있기 때문에 성매매 조직은 굳건하게 재가동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그 어떤 단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찰 역시 이러한 ‘몸통’을 잡고 싶겠지만 그것이 도통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 실제 운영자들은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를 가지고 어둠 속에서 국내 성매매 시장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 관계자는 “사실 범죄수사와 처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실질적인 권력과 돈, 조직적인 체계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성매매 시장에서 그런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바지사장과 실제 운영자들의 고리가 워낙 단단해졌을 뿐만 아니라 또 일부는 바지사장들이 실제 운영자 자체를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 바지사장들이 잡힌다고 하더라도 운영자들이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바지사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이 널려있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돈이 된다면 뭐든 하는 것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성매매 조직에 대한 수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른바 ‘뿌리 뽑는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경제적인 상황이 끊임없는 공급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도 성매매 조직들이 강하게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의 공급이란 결국 ‘여성’을 의미한다.

과거 성매매는 그저 일부의 여성들만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매매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알바’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여대생이 낮에 공부하고 밤에 룸살롱에 나가는가 하면, 직장여성이 주말을 이용해 역할대행을 통해 성매매를 하면서 돈을 버는 구조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노래방 도우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를 이용해 파트타임 도우미가 되어 알바성 성매매를 한다. 이제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는 성매매 조직에게 있어서는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성매매 여성들은 오로지 성매매만을 함으로써 남성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성매매 여성들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매매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남성들에게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에는 꿈도 꿔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언제든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흥을 좋아한다는 김모(37)씨는 “정말이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특히 아마추어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선다는 것이 남성들로서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집창촌 여자’나 ‘술집 여자’에 대한 인식은 그저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이어 “그런데 이제는 창녀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 돈만 주면 너무 많은 여자들이 순식간에 창녀로 변하는데 창녀라는 개념 자체가 뭐가 필요한가. 술집 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이 저녁에는 술집여자가 되는 세상이다.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조직들 뛰어난
기획력 보유해

이렇듯 경계가 허물어진 사이에 점점 강해진 건 성매매 조직이다. 또한 이들 조직은 이제 탁월한 기획력까지 갖췄다.
예전에는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여자 몇 명 데려다 놓고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하고 경쟁자들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거친 환경이 그들의 기획력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고 있다.

한 대딸방 관계자 오모(32)씨는 “아는 사람 중에 강남권 안마시술소 업주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여러 가지 컨셉트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몇 명인 줄 아는가. 10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직장에서 기획을 하는 단골손님들, 혹은 부장이라 불리며 일하는 전직 경찰관들, 혹은 아예 분기별로 연단위로 계약을 맺은 기획사가 있기도 하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탁월한 기획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때로는 아가씨들이나 업소의 간부진들과 함께 해외로 단체 외유성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하는 일종의 연수를 기획해 실행에 옮기거나 다녀온 자료들을 놓고 수시로 난상토론을 하면서 업소의 컨셉트를 새로 잡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매매 업소들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속적인 기획의 결과다. 그들이 점점 뛰어난 두뇌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혜택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아”

이렇게 ‘돈’이 되니까 아가씨들 역시 쉽사리 성매매시장을 떠나지 못한다. 성매매시장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대략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들이 벌어갈 수 있는 돈의 액수다. 그 정도의 나이에는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한 달에 500만원을 버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직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미 상위 10%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학력, 집안, 스스로의 능력까지 최고의 것들을 갖춘 여자들만이 그 정도의 나이에 그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아가씨들 성매매시장 떠나지 못하는 이유 ‘돈’
특명 “머리싸움으로 밤의 강자 독주 꺾어라”


결국 성매매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그런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매매시장은 그녀들에게 ‘기회의 땅’을 제공한다. 그녀들이 성매매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새로운 유사성행위업소인 패티시 대딸방에서 일한다는 박모(22)양은 “사실 처음에는 이 일을 하면서 ‘하루 빨리 그만두어야지’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는 100%의 여성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나 스스로의 변화에도 놀란 적이 많았다. 이제 이곳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이 일은 나에게 너무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남들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단속 때문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박양은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누리는 경제적 혜택을 생각하면 결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는 나이가 삼십이 훨씬 넘은 유부녀언니들까지 에이스급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들의 남다른 자기관리에 경탄을 하게 될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객관적 상황은 모두 성매매 조직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불황, 돈이라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IT 기기를 활용한 발 빠른 홍보 등 이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성매매 조직들이 향후에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이제는 수사 및 사법당국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성매매 조직들은 ‘대충 잡아서 솎아내는’ 허접 쓰레기 같은 존재가 아니라 ‘치밀하게 머리싸움을 해서 싸워 이겨야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밤의 강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수사당국은 ‘성매매와의 전쟁’에서 이길 의지가 진정으로 있다면 지금 같은 관할서 위주의 상투적인 단속이 아닌 지속적인 교차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등 더욱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럴수록 업소에서 지불하는 이른바 ‘관’ 작업비의 규모는 점점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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