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MB 깜짝 개각론 급부상 내막

2010.05.25 09:45:00 호수 0호

말 많고 탈 많고…“확 갈아엎어?!”



당정청이 설화에 휩싸인 것을 계기로 개각론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정권의 중요한 고비에 자리하고 있는 집권 3년차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개각은 지방선거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을 경우의 수와 천안함 사태의 후속조치, 7월 재보선으로 인한 정부나 청와대의 공석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다. 또한 늦어도 8월까지는 원내대표-당대표-국회의장 등 ‘빅3’의 라인업이 갖춰져 여권이 대대적인 물갈이에 들어간다는 것도 ‘개각론’을 부추기고 있다.

설화에 휩싸인 당정청, 민감한 시기 가는 곳마다 말실수
정운찬, 박근혜 겨냥 “여자”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연타
‘새 마음, 새 뜻’ 위해 총리 바꾸고 여권 전체 물갈이 할까



말실수가 당정청에 ‘새로운 물길을 트자’는 주장을 가지고 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단행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필요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말실수의 파급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설화의 포문은 이 대통령이 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쇠고기 파동사건에서 비롯된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한 말은 ‘촛불시위 국민반성’ 발언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 어디에서도 국민이 반성해야 한다는 대목이 없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상당히 왜곡했다고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어디가나 입이 말썽
꺼지지 않은 ‘설화’

하지만 정운찬 국무총리의 말실수까지 막지는 못했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가족을 찾아 “잘못된 약속조차 막 지키려고 하는 여자가 있는데 누군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 이견을 보여 온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


정 총리는 곧바로 “농담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근혜 비하’ 발언이라는 논란으로 번졌다. 파문이 일자 총리실측은 “분위기를 맞추려고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며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난 6일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정 총리와 충청지역 일간지 서울주재기자들의 오찬 발언이 전해진 것.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지금 충청도에 살고 있었으면 당연히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를 전격 지시한 것과 관련, “그동안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는데 나만 바보가 됐다.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커지자 총리실은 “총리 발언은 충청인들이 홍보 부족 등으로 수정안의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뜻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냈다.

이어 정 총리의 발언 요지를 공개했다. 정 총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계속 충청도에 살고 있었다면 수정안에 반대했을 수도 있을다. (왜냐하면 수정안의) 내용은 아주 좋은데 너무 많이 바뀌다 보니까 속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충청도 말로 ‘부애(부아)가 난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러나) 이 시점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느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앞날을 위해선 수정안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는 게 총리실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화’를 전후로 여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던 ‘개각론’에 불이 붙었다. 당정청을 전반적으로 물갈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각론은 여러 가지 주장을 만나며 살을 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세종시 총리 무용론’이다.

정 총리는 총리로 임명될 때부터 ‘세종시 총리’라 불렸다. 이는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세종시 수정안은 난관에 봉착해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로 당내에서조차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으며 지난 3월 국회로 넘어간 ‘세종시 수정안’은 골칫거리로 불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두 명의 총리가 있었다. 집권 1년차는 한승수 전 총리와 집권 2년차는 정운찬 총리와 함께했다”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집권 3년차를 이끌 총리도 ‘새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냐”고 운을 띄우고 있다.

대규모 물갈이설
“바꿀 때 됐는데…”

이와 더불어 청와대나 정부에 ‘공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개각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의 7월 재보선 출마로 인해 부득이한 자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재보선은 미니총선급으로 준비되고 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의원직 상실, 무주공산이 된 고 이용삼 전 의원의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7월 재보선에 나설 경우 지역구는 18대 총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던 서울 은평을이 유력하다. 이 위원장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오는 동안에도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미 이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상 최고위원, 김근태·한광옥 고문, 손학규 전 대표 등 거물들의 전략공천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도 7월 재보선 출마설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일부 언론을 통해 윤 실장이 충주에서 재보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청와대는 “윤 실장이 출마결심을 굳혔다는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면서 “윤 실장의 거취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충북 충주가 지역구인 이시종 민주당 의원의 충북도지사 선거 출마로 ‘무대’는 마련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충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들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윤 실장의 출마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7·28 재보선에 정부에선 아주 센 후보를 내려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며 “오늘 각 도단위 필승결의대회가 열리는데 내가 충주에 내려 온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또 “지방선거 여세를 몰아서 보궐선거에 승리하자”며 “여러분도 짐작하는 그 분”이라고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센 후보’를 설명했다.

임동규 의원도 “대통령과 가장 친한 측근이 충주에 와서 일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윤 실장의 재보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개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 가운데는 여의도 권력이 ‘교체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꼽는 이들도 있다.

6월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여권에는 ‘바람’이 불가피하다. 지방선거에서 이겼느냐, 졌느냐에 따라 ‘뜨는 이’와 ‘지는 이’가 생기고 이로 인한 권력지형도의 변화도 예상가능하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로 정권의 반환점을 도는 것처럼 여의도 권력도 지방선거를 전후로 원내대표-당대표-국회의장 등을 교체하게 된다. 여의도 권력의 핵심 축을 이루는 3곳이 연달아 교체되고 나면 주요 당직이 바뀌는 등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당 안팎의 구조가 6월부터 8월 사이 다시 짜이는 만큼 청와대와 정부도 다시 ‘자리’를 잡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

사태해결 등에 밀려 미뤄졌던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도 이 시기면 어느 정도 가능해지리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그러나 개각의 여부와는 별개로 ‘살아남는 이들’은 한결같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이들이 ‘장수 장관’들이다.

‘장수 장관’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4명을 말한다. 이들은 그동안 몇 차례 개각이 이뤄졌음에도 정부 핵심 사업을 맡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개각 명단에서 제외돼왔다.

장수장관 롱런의 비결
정권 핵심정책 잡았다

정종환 장관의 경우 현 정부 초대 장관이면서 역대 건설·교통, 국토해양 관련 부처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맡아 만 2년째 차질 없이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보 등 핵심공정의 공정률을 6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인데다 세종시 발전방안 집행도 그의 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 개각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이 있어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각각 정부 핵심 정책을 맡고 있는데다 한번 손발을 맞추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쉽사리 바꾸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개각’은 이들과 무관할 것이라는 게 정가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촛불시위 이후 입각해 1년 반 이상 임기를 보내며 ‘장수 장관’의 대열에 합류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쉽사리 자리 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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