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멍 때리기’ 건강에 좋다?

2010.05.18 09:15:00 호수 0호

멍 때릴 때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뇌 자체는 활성화

최모(여·23)씨는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면 생각의 정리가 된다”며 “멍 때리는 건 나에게 일종의 휴식과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박모(여·21)씨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뭔가를 하기보다 창밖을 보거나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멍 때릴 때가 많은데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속내를 밝혔다.



건강에 나쁘다 VS 좋다

요즘 유치원생조차 입에서 “나 멍 때렸다”는 말을 할 정도로 ‘멍 때리기’라는 신조어는 우리에게 그렇게 어색하지 않는 익숙한 표현이 돼 버렸다.
또한 젊은 여성들이라면 최씨처럼 커피숍에 앉아 멍 때린 경험은 적어도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멍 때리기’ 습관은 건강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멍 때리기’는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있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버스 줄서기 등 반복적인 습관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수면부족이나 만성피로가 누적됐을 때, 저산소증이나 뇌손상 등 외상을 당했을 때 멍해지는 순간을 기습적으로 느껴봤을 것이다.

전문의들은 ‘멍 때리기’에 대해 병적인 상태의 ‘멍 때리기’와 건강한 ‘멍 때리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병적인 상태의 경우 외상으로 인해 정신이 멍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상처를 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멍한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간질을 앓을 때도 멍 때리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간질을 후발적으로 앓고 지나가는 증상으로 아주 짧게 경련이 오거나 의식이 짧게 나갔다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식사 중에 본인도 모르게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한 시간 동안 15번 정도 반복적으로 그런 증상을 보인다면 간질의 후발적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병적인 상태에서도 소위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는 등 멍 때리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만약 병적인 상태에서의 멍 때리기가 반복된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차원에서의 멍 때리기도 있다.

경희의료원 의과대학 부속병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명상이나 참선을 한 상태에서 머릿속을 비우는 작업이다”며 “겉으로 보기에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뇌 자체는 활성화된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 교수는 “일명 커피숍에서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가만히 있는 것 또한 아주 가벼운 명상의 일종으로 생각을 떨쳐내는 작업이 오히려 뇌의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기분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잡념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치료 목적으로 ‘생각끊기’ 훈련이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불안 중 80%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20%는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한다고 한다.

일부러 멍 때리기

그런데도 걱정이 많고 생각이 복잡하다면 생각을 끊어버리고 잠시 의식적으로 멍하게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끊기 훈련이 혼자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면 상담자, 치료자,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남대병원 정신과 서완석 교수는 “멍 때리기를 하면 뇌의 휴식과 이완을 담당하고 있는 세타파가 증가된다”며 “뇌파검사를 해보면 참선이나 명상을 하면 알파파가 주로 많이 나오고 세타파가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이외에도 멍 때릴 때 코르티솔 호르몬이 줄어 혈압과 맥박,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베타 엔도르핀을 생성해 인체의 면역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현대정보사회에서 빠른 변화와 고강도 업무를 소화함으로써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면 잠시 쉬는 시간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잠시 멍 때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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