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화 한계 넘은 동양화가 차영규

2015.02.02 10:43:20 호수 0호

자연 벗삼아…"생명을 그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동양화가 차영규는 한국화의 한계를 넘어 현대미술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전통 채색화를 바탕으로 화려한 색상과 신비로운 조형성을 더한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인의 귀감이 됐다. 한지로 빚어낸 보석 같은 아름다움은 그가 꿈꿨던 '자연'을 닮았다.



"꽃이 좋아 꽃을 따라, 냇물이 좋아 시냇물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왔습니다. 산이 좋아 산을 바라보면서 산촌으로 들어왔습니다. 해맑은 자연의 품이 좋아 별을 따라 은하수가 펼쳐진 장작골에 들어왔습니다. 나의 작업도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파 한지 속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한지로 작업

'한국화의 장인'으로 알려진 차영규 작가가 지난달 28일부터 갤러리그림손에서 '자연을 벗삼아'란 전시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닥나무를 직접 갈아 만든 한지 위에 담아 낸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을 향한 예술가의 끝없는 동경. 도시를 떠나 강원도 강릉 어느 산골마을에서 그려낸 색색의 생명들은 밤하늘을 수놓은 우주만상의 황홀함을 드러냈다.

차 작가는 동양화가 지닌 특유의 깊이감과 색채, 섬세한 필치, 몽환적 화면 등을 구현해 온 중견작가다. 전통 진채화에 대한 내공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1960년대부터 그림을 그려왔으니 화가 경력만 해도 50년이 넘는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황조근정훈장도 받았다. 훌륭한 경력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그림을 향한 위대한 노력이다.

차 작가는 작업에 필요한 한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제작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한지에 스민 물기는 자연을 닮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빨강·파랑·노랑 등 그가 사용하는 원색은 질리지 않는 충만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때론 평면으로 때론 입체로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소개하는 듯하다.


화가 경력 50년…전통 채색화로 귀감
화려한 색상 섬세한 필치 몽환적 화면

차 작가는 산천에 피어나는 색색의 생명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크건 작건 생명이 태동하는 땅 위에 있는 형상들은 이상적인 형태로 그림에 표현됐다. 차 작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꿈꿔왔다. 지난 2000년 자신이 쓴 작가노트에는 "작업은 삶의 일부다"라고 쓰여 있다. 아름다운 것을 그리려 노력한 시기, 유토피아는 항상 먼발치에서 아른거렸다.

그렇지만 차 작가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밝은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작업과 삶,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지금의 차 작가는 행복하다. 그는 "소박하게 자연 속에서 숨 쉴 수 있고, 그릴 수 있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에 오직 감사할 뿐이지요"라고 적었다.

차 작가 그림의 주된 특징은 한지의 형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한지는 인간이 사용해 온 가장 고전적인 표현재료 가운데 하나다. 차 작가는 단순히 한지를 재료로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닥나무를 직접 갈아서 종이죽으로 만들고 그것을 손으로 빚어서 형상을 만들거나 형틀로 주조한 후 서서히 건조하고 채색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모나지 않고 구불거리는 선과 겹겹으로 이어진 조형, 오랜 기다림에서 우러나온 색감이 어울린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유려함은 여유의 미학으로 발전한다.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채 손 끝에서 한지로 피어나는 삼라만상을 그린다. 이는 차 작가가 생각한 자연과의 교감을 가장 완전하게 담아낸 방식일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

차 작가에게 작업은 단순히 형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 그는 한지를 통해 자신이 느낀 자연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자연은 사슴과 꽃, 바다와 태양으로 변해 청아하고 맑은 기운을 생동케 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그림을 보는 관객도 어느덧 낙원 앞에 와 있다.

 

<angeli@ilyosisa.co.kr>

 

[차영규 작가는?]

▲홍익대 미술학부 동양화과 졸업 및 경희대 교육대학원 졸업
▲갤러리그림손, 금호미술관, 조선화랑, 파리 이집트문화원(프랑스), 공아트스페이스 등 개인전 15회(1976∼2015)
▲현대미술전(예술의전당) 수교기념전(가나·미얀마·방글라데시·케냐) 현대한국화 정립전(서울시립미술관 등) 기타 초대전 출품(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 등 그룹전 및 초대전 500여회(1964∼2015)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금호미술관, KT, 서울지하철6호선 연신내역 벽화, 주가나 한국대사관 등 작품소장
▲강릉원주대 예술체육대학 학장 및 시립강릉미술관 관장 역임
▲대한민국미술대전, 경인미술대전, MBC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역임
▲현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및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학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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