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 ‘1천억 증발’ 미스터리

2010.05.04 09:19:43 호수 0호

‘검은돈 눈덩이’… 서서히 드러나는 오너의 두 얼굴


보람상조 비자금 미스터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오너의 횡령 금액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그 규모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초 100억원대에서 200억원대로 늘더니 급기야 10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오락가락한 회사의 입장도 수수께끼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버티다 사장이 나서 더 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보람상조 사태를 재조명해봤다.

최철홍 회장 회삿돈 250억원 횡령 혐의 전격 구속
임직원·계열사 수사 확대 “빼돌린 돈 더 늘 수도”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거액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보람상조를 비롯해 장의업체, 병원, 건설회사 등 여러개의 계열사를 가족과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수년간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최 회장이 횡령한 돈의 출처와 규모, 사용처 등을 밝혀내기 위해 전 계열사 압수수색을 끝낸데 이어 최 회장의 형인 최모 부회장을 구속했다. 또 광범위한 계좌 추적도 병행 중이다.

장례 물품 값 부풀려
회원들 회비 가로채

검찰이 당초 파악한 최 회장의 횡령금은 100억원대였다. 처음 최 회장의 횡령과 리베이트 착복 문제를 제기한 보람상조 노조도 1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노조 측은 “최 회장 일가가 부산지부에서 가져간 돈만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14억여 원으로 전국에 13개 지부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최 회장 일가가 빼돌린 돈이 1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검찰 수사 결과 보람상조의 ‘검은돈’은 최 회장이 외국으로 떠나기 직전 개인통장과 법인계좌에서 ‘뭉칫돈’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164억원으로 늘어났다. 최 회장과 가족들은 검찰의 내사 중 지난 1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수사를 피해 출국한 게 아니냐는 해외 도피 의혹을 받았다. 이때부터 횡령금 규모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만약 최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면 대부분 고객돈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최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그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 측이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추진하자 지난달 23일 급히 입국해 검찰에 자진출두했고, 3일 뒤 전격 구속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그룹 자금을 맡아 관리한 이모 재무부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계열사 대표를 맡은 최 회장의 부인 김모씨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횡령금은 더 불어났다. 최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상조회원들이 낸 회비를 빼돌리거나 장례 물품 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총 24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람장의개발 동래 사무실에서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상조회비 2억8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 받는 등 회사 계열사 9곳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도 포함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최 회장 측은 “회사간 계약에 따라 돈이 오간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최 회장이 지난 2년간 모두 249억원을 횡령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보람상조 회원들은 상조회비를 완납하기 전에 장례나 결혼식 등의 행사를 치르게 되면 남은 미납금을 행사 때 일시불로 내도록 돼 있다”며 “최 회장은 회사가 현금으로 받아놓은 미납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뒤 분식회계를 통해 정상 처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2008년 6월 부산 수영구의 한 호텔을 72억원에 구입하는가 하면 교회부지 등 부동산 구입에만 125억원가량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정기예금, 펀드, 생활비, 자녀 유학비용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횡령이 이뤄지면서 보람상조는 2008년 기준 회원 75만명이 낸 납입금 3500억원 가운데 현재 850억원만 남아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건으로 해약자가 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최 회장과 부인은 6개 계열회사의 대표와 임원을 맡으면서 한달 평균 1억3300만원의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갔다.
이들 부부는 기사가 딸린 고급 외제 차량을 굴린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회사 영업사원들의 수당은 줄였다. 최 회장은 2008년 4월 “상조법 개정에 대비해 회사 재정을 건전하게 해야 한다”며 영업사원 3000명의 수당을 평균 27% 삭감하도록 지시했다. 삭감한 금액만 월 10억원이 넘는다.



임직원 수당은 삭감
수억 월급은 꼬박꼬박

보람상조 한 임원은 “최 회장이 ‘할부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회사의 유보금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직원들의 상여금을 삭감했는데, 직원 상여금 삭감분 수십억원마저도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리지 않았나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최 회장의 횡령금이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그것도 보람상조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회사 대표가 회장의 추가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
문영남 보람상조개발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이 배임·횡령한 금액은 검찰에서 추정하고 있는 250억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 대표는 “고객들이 납입한 상조회비 1000억원가량의 자금 행방이 불투명하다”며 “2009년 말 기준 보람상조 고객 예수금 총액은 3500억원인데, 850억원의 회사 보유자산과 그동안 1500억원의 일반 관리비, 인건비 등의 지출을 감안하더라도 약 1000억원 정도가 모자라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보람상조의 수상한 내부 거래를 통해서도 최 회장의 추가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1년에 1만건의 행사(장례)를 치른다. 이들 행사는 모두 계열사인 보람장의개발에 하청을 준다. 보람장의개발은 최 회장의 개인회사로 용품 제공 등 행사를 대행한다. 보람장의개발은 하청 대가로 행사비의 75%를 챙긴다.
“고객 납입 상조비 1천억 행방 불투명”
보람상조 대표, 추가 횡령 의혹 제기
수상한 내부 거래 750억 차익 의심도

한 행사가 평균 36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70만원이 보람장의개발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건당 50만원씩 리베이트도 챙겨 모두 320만원에 이른다. 이중 순익이 150만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따질 경우 150억원이란 계산이다. 결국 이 돈이 최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최 회장은 이같은 수법으로 최근 5년간 최소 400∼500억원에서 최대 750억원의 개인 이익을 남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최 회장의 ‘황제 경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최 회장은 오너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가족을 위한 이익만 창출했다”며 “법인이 기계처럼 돈 벌어다주면 개인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일부에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도리어 욕만 얻어먹었다”며 “대표이사로 있었지만 자금집행권도 인사권도, 결재권도, 심지어 도장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수사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 역시 최 회장의 횡령 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최 회장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인출한 160억원 중 아직 밝혀내지 못한 수십억원의 행방 ▲2008년과 2009년 2년간(250억원 횡령 혐의) 이외 기간의 횡령 여부 ▲장례시 상품을 업그레이드 할 때 발생하는 부가수익 ▲혐의에 들어간 장례 외 결혼, 돌잔치, 회갑 등의 하청을 받은 다른 회사의 돈흐름 ▲오너일가가 소유한 외주용역업체의 거래 내역 등을 추적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진행될수록 최 회장의 횡령 액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람상조의 공식 입장은 기존과 전혀 다르지 않다.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

“문제 제기했지만
욕만 얻어먹었다”

보람상조 홍보대행사 한 관계자는 “보람장의개발은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체이기 때문에 최 회장 개인 명의의 통장을 사용해 마치 최 회장 일가의 횡령처럼 비춰진 것 같다”며 “최 회장 일가가 지역 사무실에서 돈을 거둬갔다는 주장도 장례행사를 후 정산한 행사금 잔액이 통상 현금으로 수금되기 때문에 이를 각 지역단위센터에서 취합해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이 과장된 것으로 지난해 세무조사에서도 아무런 불법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고, 외부 감사를 받는 회사에서 사업체의 돈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혐의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설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개인회사인 보람장의개발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람상조와는 절대 무관하다”며 “개인 기업, 개인의 횡령으로 인해 보람상조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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