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행복한 고민’ 사연

2010.05.04 09:23:03 호수 0호

수백억 보너스, 먹어? 말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고액의 배당금 수령을 놓고서다. 박 회장은 올해 수백억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저조한 수익률 성적표가 그 이유다. 더구나 박 회장은 자신이 공언한 약속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할 처지다. 박 회장의 한숨을 담아봤다.

계열사 실적 호조 올 배당금 6백억원 추산
펀드 수익률 저조, 배당 전액 환원 등 부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받게 될 배당금은 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그룹의 순이익이 약 4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등 3개사는 3분기말(2009년 4∼12월)까지 각각 1406억원, 544억원, 82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운용사 순위 하위권



이들 계열사의 최근 3년간 배당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이 25∼37%인 점을 감안하면 박 회장에게 480억원의 배당금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4분기 순이익까지 더하면 배당금은 더 늘어나 6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54.3%,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79.8%, 미래에셋캐피탈 37.9%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다. 눈앞의 두둑한 보너스를 ‘날름’받지 못할 형편인 것.
우선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수익률이 그다지 좋지 않은 탓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지난해 거둔 성적은 주요 운용사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무는 등 한마디로 초라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0개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를 통해 평균 44.14%의 수익을 올렸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8.44%로 50개 운용사 중 40위에 그쳤다. 운용자산 1조원 이상 7대 운용사 중에선 우리자산운용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도 41.49%로 34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는 최근 실적 호조만 갖고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지난해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 악화를 이유로 2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 ‘오너의 고통 분담’이란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임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나머지 주주에게만 배당금을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인사이트펀드 등 미래에셋의 국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반 토막 난 상황이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로부터 2008년 101억원의 배당금을, 2007년엔 200억원을 받았다.

자신이 내뱉은 말도 있다. 박 회장은 2010년부터 배당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당금 전액을 장학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
박 회장은 2008년 3월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통해 “최근 양극화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며 “인재 양성, 사회 공헌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부 활동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0년부터 배당금에 해당하는 전액을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쓰겠다”며 “글로벌 금융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000억원 이상을 글로벌 투자전문가와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은 당초 매년 100명씩 10년간 총 10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박 회장의 결심 이후 투자액을 늘려 인원을 매년 500명씩 10년간 5000명으로 5배 늘리기로 했다. 기존 500억원이 배정됐던 이 과정의 지원금도 3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미래에셋은 인재 양성을 위해 2006년부터 ‘글로벌 투자전문가 과정’을, 2007년부터는 ‘해외교환 장학생 프로그램’등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오너가 수천억원대의 개인 자금을 출연해 인재 양성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화제를 모았다. 박 회장은 2000년 개인 성과급 75억원을 쾌척, 박현주재단을 설립해 재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박 회장은 올해 배당금 수령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배당금 관련 언급에서도 고민이 묻어난다.


“받는 것 생각 중”

박 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맨해튼의 한 레스토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룹의 지난해 순익(4000억원)에 대한 배당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그는 “올해는 (배당금) 받는 것을 생각해 보겠지만 많이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장학금 확대 등 좋은 일에 쓸까 생각 중으로 장기적으로는 받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 측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의 경우 실적 호조와 대내외 환경 개선, 사기 진작 차원에서 성과금을 지급했다”며 “박 회장은 배당금액과 수령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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