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과 관계요? 잠시 절교 중입니다”

2010.04.27 09:05:19 호수 0호

<재계뒷담화>‘한명숙 친위대’ 속보이는 잠행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이 바짝 엎드려 있다.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은 ‘1심 망신’을 만회할 만한 ‘꺼리’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 그중에서도 ‘돈줄’로 비춰질 수 있는 기업인들이 표적인 모양새다.



검찰 ‘먼지털기’수사 확대…친기업인 속속 칩거
“평소 친한 척하더니…” ‘불똥 튈라’ 전전긍긍

검찰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공방전’1라운드는 한 전 총리의 완승으로 끝났다. 법원은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리한 ‘표적 수사’란 비판 여론으로 궁지에 몰린 검찰로선 어떻해서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처지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대(?)를 거는 사건이 있다. 한 전 총리의 9억원 수수 의혹 건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옛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당시 H사 대표 한모씨(사기 혐의로 수감 중)로부터 3차례에 걸쳐 현금과 달러로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미 H사 압수수색에 이어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등 이 사건의 관련 인사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한번 물리면 끝장

이 역시 ‘짜맞추기 수사’란 지적이 많지만, 검찰은 이렇다 할 정황을 잡기 전까지 쉽게 예봉을 놓지 않을 기세다. 나아가 한 전 총리와 커넥션 의혹이 있는 기업인들은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번 공방전에서도 밀릴 경우 한 전 총리의 주변부를 압박해 불거진 제 3, 4의 사건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와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이 바짝 긴장하는 대목이다. 물론 친분 자체로 혐의를 씌울 수는 없지만 괜한 오해와 구설에 휘말리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사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인으로선 당연한 걱정일 수 있다.


실제 A회장은 요즘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있다. 잠시 대외 활동을 접은 것이다. 회사 행사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은둔과 거리가 멀 정도로 바깥나들이에 맛 들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A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 측은 “특별한 일이 없어서”라고 둘러댔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A회장이 ‘한명숙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는 게 칩거 이유로 꼽히고 있다.

A회장은 한 전 총리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둘은 함께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A회장은 한 전 총리와 외곽 조언그룹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인사가 한 전 총리를 만나려면 반드시 A회장을 거쳐야 한다는 후문이다.

B사장도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주요 공식석상 등 외부에 전혀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최근 큰 사업 성과를 거뒀지만 소감은커녕 표정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옛날 같으면 언론 인터뷰 등 자신의 입으로 자랑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꼭꼭 숨어있는 까닭 역시 한 전 총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총리와의 돈독한 친분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선 B사장의 칩거를 두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숨긴다고 친분이 없어지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B사장의 조심스런 외부 활동에 대해 “회사가 어려워 정상화 작업 등 위기를 돌파하려는 오너의 의지로 내부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의 든든한 지지자로 소문난 C회장의 잠행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 수사가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몸을 사리고 있는 것.

C회장은 외부 발길을 거의 끊고 있다.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이도 아니면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엔 곧장 집으로 향한다. 기업인의 일상적인 스케줄 같지만 그의 수많은 외부 직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의 한 측근은 “C회장은 지난해까지 외부 일이 더 바빴지만 검찰 수사 후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꾸준히 참여했던 봉사모임도 일체 나가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C회장이 ‘외풍’을 걱정하는 것은 과거 선대의 고초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의 부친은 기업을 일군 창업주로 아들에게 지휘봉을 물려주기 전까지 경·검찰의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숱한 정치적 외압에 시달렸었다.

굵직한 사건에 연루되는 등 구설수에도 여러 번 올랐다. 이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며 지낸 창업주와 달리 C사장은 왕성한 대내외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선대의 뜻에 따라 ‘은둔 경영자’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대한 바깥출입 자제

한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계산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던 이들이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이는 탓이다.

그는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잘 나갈 땐 대놓고 친한 척한 사람들이 잠시 위기에 몰리니까 ‘누구냐’는 식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부류들은 한 전 총리가 위기에서 벗어나면 또 다시 튀어나와 언제 그랬냐는 듯 친분을 과시하고 다닐 것”이라고 한심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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