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여주발 역풍’ 초긴장 막후

2010.04.27 09:05:35 호수 0호

지뢰밭 걷는 공룡… 여차하면 터진다


CJ그룹이 좌불안석이다. CJ그룹은 이기수 여주군수가 지역구 이범관 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로 구속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과연 무슨 이유에서일까.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관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CJ그룹이 ‘이기수 입’에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을 들춰봤다.


이기수 여주군수 2억원 ‘공천헌금’ 혐의 구속
해묵은 의혹들 재점화…‘CC 비리’ 수사도 확대


이기수 여주군수는 지난달 16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범관 의원(한나라당)에게 현금 2억원을 전달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군수는 “이 의원에게 건넨 돈은 공천헌금이 아닌 당 운영경비”라고 주장했지만, 이틀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군수는 지난 16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커피숍에서 이 의원과 만나면서 수행비서를 시켜 이 의원 비서에게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쇼핑백을 돌려주려 했으나 이 군수 측이 거부한 채 여주로 내려가자 이 군수를 차량으로 뒤쫓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서울 톨게이트에서 이 군수의 차량을 세운 뒤 이 의원 측에 건넨 쇼핑백을 열어 2억원의 현금을 확인, 현행범으로 이 군수를 체포했다.

‘골프장 불허’ 군수 방침
1년 뒤 CJ에 착공 허가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받을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당 운영경비를 영수증 처리 없이 개인적으로 건네 정황상 공천헌금으로 보이는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군수가 이 의원에게 전달한 돈은 개인사업을 하는 후배에게서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총무과장과 문화관광국장, 고양시 부시장 등을 지낸 이 군수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2006년 민선 4기 여주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중소기업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달려 지역에서 ‘일하는 군수’로 불렸다. 그중에서도 지역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는 이 군수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유치해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유치 사업을 벌일 때마다 특혜 논란, 금품수수 의혹 등 ‘검은 커넥션’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 군수의 취임 이후 여주에 10여 개의 골프장이 거의 동시에 들어선 만큼 골프장 비리가 잇따라 터졌다. 검찰은 골프장 허가 청탁과 함께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황규선 전 한나라당 의원 등 브로커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골프장 대표들의 수십∼수백억원 횡령 사실도 연달아 드러났고, 이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정황도 속속 밝혀졌다. 실제 최근 여주군의회 이명환 의장이 골프장 인·허가 대가로 업체로부터 수억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된 공무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CJ그룹이 바짝 긴장하는 대목이다. 여주 소재 골프장을 갖고 있는 CJ그룹은 여주 지역 골프장 비리 수사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그 후폭풍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욱이 이 군수의 구속 이후 현지에서 그를 둘러싼 해묵은 의혹들이 다시 나돌고 있다는 점에서 더 좌불안석이다. CJ그룹은 여주군 여주읍 연라리에 해슬리 나인브릿지CC를 운영 중이다.

CJ 나인브릿지 ‘특혜 의혹’ 부상
“인·허가, 진입로 공사 석연찮다”


112만8370㎡(약 34만2000평) 18홀 규모로 총 8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이 골프장은 지난해 9월 개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나인브릿지CC 조성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CJ그룹이 받고 있는 의혹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착공 인·허가 과정이 석연치 않다. 이 군수는 2006년 7월 취임 직후 ‘여주지역 골프장 불허’방침을 발표했다. 군내 골프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해서다.

그는 “현재 군이 운영 중이거나 입안 결정된 골프장 면적이 임야면적의 7%(문화관광부 고시 5% 이내 규정)를 차지하는 등 골프장 입지를 제한하지 않으면 지역 균형개발은 물론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단순히 골프장만 건설하는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을 제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여주엔 추가로 골프장 건설이 어렵게 될 것으로 보였다. 당시 이 군수는 정치권과 검찰 등 외부 인사들로부터 골프장 인·허가를 문의하는 외압성 전화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CJ그룹은 2005년 나인브릿지CC 설립안을 여주군에 접수했고, 환경·교통 영향평가 등을 거쳐 2007년 6월 체육시설업으로 착공 허가를 받았다. 당초 골프장 증설에 반대했던 이 군수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주군 측은 “주민들을 위한 지역경제활성화 기여 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나인브릿지CC가 들어선 곳은 유물 산포지로 확인됐다. 2007년 10월 골프장 부지 개발 도중 수백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편과 도자편, 구들장, 평석 등이 발견된 것. 여주군이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허가를 내준 셈이다. 문화재 출토로 공사는 한때 중단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진행했다.

현지 환경·문화 시민단체들은 “나인브릿지CC 지역은 청동기, 삼국,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유물이 묻혀있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전해진 곳”이라며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면밀한 검토를 요구했지만 여주군은 이를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여주군 측은 “골프장 사업 인가 전 민간연구소와 수차례에 걸쳐 조성부지의 문화재 발굴조사를 벌였으나 유구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출토 후 즉각 공사를 중단시키고 충분한 추가 시굴조사를 벌인 뒤 공사를 재개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나인브릿지CC 진입로 의혹도 CJ그룹을 들쑤시고 있다. 여주군의회 장학진 의원은 나인브릿지CC 정문에서 인근 지방도까지 연결되는 도로 개설에 특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주군이 처음 도로 폭을 20m(4차선)로 결정했다가 CJ그룹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11m(2차선)로 줄였다는 것이다.

장 의원에 따르면 이 도로 개설은 1∼3공구로 나뉘는데, 이중 2·3공구를 CJ그룹(각각 CJ건설, CJ-GLS)이 맡았다. 여주군은 2006년 1월 4차선 도로로 도시계획시설안을 확정해 고시했지만, 2008년 3월 1공구를 제외한 2·3공구만 도로 폭을 2차선으로 축소했다. 도로면적으로 보면 2만4087㎡에서 6127㎡로 줄었다.

도로공사 돌연 축소
갑자기 20억원 지원

두 구간을 담당한 CJ그룹 소유의 토지수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주군의 특혜가 아니냐는 게 장 의원의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이 맡아 지난해 6월 공사를 끝낸 1공구(프리미엄 아울렛 신세계첼시로 이어지는 도로)는 기존 공시 그대로 4차선으로 완공했다. 장 의원은 “1∼3공구 도로계획은 전임인 임창선 전 군수 때 결정됐다가 이 군수 취임 이후 변경됐는데 확정된 도시계획이 이렇게 갑자기 바뀐 것은 여타 지자체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이로 인해 나인브릿지CC는 도로에 편입되는 부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CJ그룹 소유의 토지 수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혜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뿐만 아니라 도로 공사비 책정도 논란거리다. 여주군은 사업시행자가 이 도로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각각 사업장을 인·허가했다. 신세계첼시, CJ건설, CJ-GLS 등 시행자 3개사가 도로 개설비 60억과 토지보상금 40억 등 100억원을 여주군에 납부하기로 약정한 것.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여주군은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군 예산 20억원을 3공구 토지보상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CJ 위한 짜맞추기 정책, 그 배경 의심스럽다”

여주군과 CJ그룹은 2007년 12월 이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1공구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토지보상비를 포함한 공사비 23억원을 모두 부담했다. 장 의원은 “도로 폭을 갑자기 줄인 것과 같이 군의 20억원 분담도 사전에 없던 계획이 돌발한 것으로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군정질문에서 이 군수에게 밀약 부분을 질의하자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고 답변해 협약서를 제시하니까 그때서야 말을 바꿔 MOU 체결 사실을 털어놨다”고 지적했다.

여주군은 장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혜는 물론 모든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1공구와 달리 2·3공구는 도로 개통 후 하루 9500대 미만인 예상교통량을 감안해 4차선까지 필요 없이 2차선으로도 차량 통행이 원활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2006년 최초 고시대로 4차선 계획은 지금도 변경 사항이 없는 상태로 향후 교통량 및 지역개발 여건을 보면서 4차선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도로 공사는 군에서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사업비 절감을 위해 사업자가 직접 시공하는 것으로 조정했다”며 “다만 3공구에 편입되는 토지보상비만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개발비 수십억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CJ그룹도 특혜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대꾸할 가치가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룹 관계자는 허가 배경에 대해 “이 군수가 골프장 불허 방침을 번복한 것은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당시 나인브릿지CC만 착공 인가가 난 것이 아니다. 그전에 벌써 여러개의 골프장이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터무니없다” 일축
여주군·CJ  ‘펄쩍’

그는 진입로 축소를 두고 “군이 제시한 대로 따랐을 뿐 기업이 군정에 개입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토지수용 특혜 의혹과 20억원 지원에 대해선 “도로 공사 확정 전 이미 토지 수용은 끝난 뒤로 특혜를 받은 게 전혀 없다”며 “군에서 20억원을 분담했으나 그룹이 지역사회 기부 차원에서 체납하기로 한 나머지 금액을 따지면 본공사와 별도로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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