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리스 노골적 소비마케팅 논란

2010.04.06 10:19:09 호수 0호

이벤트 한 번에 회사는 ‘억’ 고객은 ‘악’

금강제화의 자회사인 스프리스가 노골적인 이벤트 행사로 소비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자사 홍보모델인 인기연예인을 이용한 이벤트 진행 방식이 순전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인 것. 이번 이벤트로 스프리스는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최소 수억원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여 져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이벤트가 오히려 스프리스를 향한 질타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연예인 내걸고 소비자 사냥…구매금액 따라 팀 초청
20일 이벤트에 총 3만회 응모 몰려… 매출 8억원 가량


스프리스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최근 이 회사가 실시한 한 이벤트 행사 탓이다. 스프리스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간 매장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제9회 스프리스 반을 찾아라”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 행사는 스프리스가 자사 홍보모델과 고객들의 오프라인 만남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초청될 반에 선정되면 팀당 40명의 인원이 모델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올해는 가수 2PM과 카라와의 팬미팅이 경품으로 내걸렸고 스프리스는 총 1000여 명의 고객들에게 참가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3만원에 한 장(?)



이번 이벤트는 시작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아이돌 그룹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이점에 팬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던 것. 홈페이지는 이벤트 시작 후 몇 번씩이나 트래픽 초과로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이벤트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서울 일부 매장에선 응모권이 바닥나기도 했다.

하지만 스프리스는 뜨거운 관심만큼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스프리스의 이번 이벤트 진행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스프리스는 이벤트 응모 대상자 선정 조건을 매장에서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 한정했다. 즉 3만원 이상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 한해 한 장의 응모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스프리스는 해당 응모권을 각 팀별로 모아 가장 많은 응모권을 모은 상위 20개 팀에게 팬미팅 참가 기회를 제공했다. 고객이 팬미팅에 참가하고 싶다면 팀별로 무조건 많은 제품을 구매해 응모권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특히 스프리스는 팬미팅 행사 후 상위 1, 2위 팀에 한해 2PM의 팬사인회에 초청하는 경품도 덧붙였다. 80명 소수 정예로 갖게 되는 팬사인회 참가 기회는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혹할만한 경품이기에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한 팬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결국 이벤트 시작 2주 만에 전체 응모 건수가 1만여건이 넘어서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자 일부에선 이벤트에 대한 불신마저 생기면서 여고생 이모씨(19)는 “한 팀이 수천장씩 응모한다는 건 결국 수천만원어치 물건을 샀다는 것인데 정말 가능한 일이겠나 하는 의문들이 팬들 사이에서 일부 매장의 응모권이 불법적(도난·현금거래 등)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스프리스는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습득한 응모권은 응모가 불가하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실제 이번 이벤트의 주 고객인 2PM 팬들의 팬사이트를 살펴보면 스프리스를 향한 반감의 글이 상당수다.

‘신사쿤’이라는 한 사이트에는 ‘이벤트라는 게 원래 소비자들 입장에서 제품 홍보도 하면서 좋은 취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반면 스프리스는) 팬덤을 부추겨 경쟁적으로 소비자들 지갑만 털고 있다’, ‘상술이 도를 넘었다. 스프리스 이벤트는 없어져야 한다’, ‘이번 스프리스 이벤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상사에게 예쁨 받고 통장엔 보너스가 들어오겠지만 팬들은 허리가 부서진다’ 등 이벤트의 부도덕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프리스 한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과거부터 수년째 실시해 왔던 것으로 이벤트 방식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인기 연예인의 팬들에 의해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것 일 뿐 지금에 와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앞서 진행된 8회의 이벤트는 이번 이벤트와는 그 방식이 상이했다. 7, 8회 ‘반을 찾아라’ 이벤트의 경우 응모권 누적 방식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팀을 선발해 응모 당시 처음부터 과열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5, 6회 이벤트의 경우 최근 이벤트처럼 응모권 누적 방식에 따라 상위 팀을 선발했지만 당시 응모가 가능한 반을 중·고등학교로 한정했다. 일반인 응모권도 특정 학교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반인의 참여를 일정부분 제한해 과다 경쟁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실제 6회 당첨반의 경우 총 누적된 응모권의 수가 66장에 그쳤다.

이처럼 그동안 스프리스 특유의 ‘학교 이벤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왔던 ‘스프리스 반을 찾아라’는 이번에 들어 본래 의미는 퇴색된 채 소비자들의 지갑만을 공략한 이벤트로 전락한 것이다.

응모 접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제9회 스프리스 반을 찾아라’ 이벤트의 총 응모 수는 2만9264건에 달했다. 응모권 한 장당 최소 가격인 3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구매금액은 8억7792만원이다. 단 20일간의 이벤트로 스프리스는 수억 원에 달하는 판매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응모 허수 있다(?)”

이에 대해 스프리스 한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 중 일부 응모권은 허수가 있다”며 “매출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수억원 정도는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관계자는 “이벤트 준비 당시에도 이렇게까지 관심이 뜨거울 줄은 몰랐고 회사에서도 놀라울 정도였다”면서도 노골적인 마케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회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모델료에 대비해 일정 부분 효과를 봐야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고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팬미팅 행사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앞으로 이벤트 기획 시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