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당한 고객에게 피해액 반환하라(?)”

2010.03.16 09:16:19 호수 0호

메리츠화재 황당 소송 전말

메리츠화재가 보험사기를 당한 후 엉뚱한 사람에게 반환금을 요구해 논란이다. 회사는 과거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7년이 지난 후 명의도용을 당한 피해자에게 오히려 반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이는 명의도용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받지도 않은 보험금을 돌려내라는 회사의 요구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내막을 살펴봤다.

명의도용 당한 고객에 보험사기 부당이익금 반환청구 소송
중국 거주중인 고객 항의 한 번 못하고 법원 지급명령 확정


중국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거주하는 동생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이씨 앞으로 법원에서 부당이익금 반환금 청구 소송장이 날아왔다는 것이다. 2000년 9월 이후 일 때문에 중국에 거주하고 있던 이씨의 주소지가 동생의 집으로 이전되어 있어 평소 모든 우편은 동생의 집으로 전달되지만 이번 우편물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이씨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전화를 걸었다.

“받은 것 없는데 토해내?”

성남지청 담당자는 소송의 주체가 메리츠화재라고 전했다. 메리츠화재에 가입한 적도 없던 이씨는 더욱 의아한 마음에 회사로 확인 전화를 걸었다. 메리츠화재 법무팀은 이씨에게 “2003년 보험 사기로 보험금을 타갔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며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제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됐다. 사건은 이랬다.
2004년 4월경 이씨는 동생으로부터 검찰이 출석요구서를 보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에도 중국에 거주 중이던 이씨는 성남지청의 사건 담당 김모 형사에게 어떤 사연인지 확인 전화를 했다. 김 형사는 이씨에게 “2003년 10월경 발생한 자동차 사고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석하라”고 전했다.

자동차 사고가 난 적도 당시 한국에 거주하지도 않았던 이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김 형사는 출입국 기록 확인 후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얼마 뒤 이씨는 김 형사에게 타인이 명의를 도용해 보험에 가입 한 사건으로 그 사람에 대한 처벌이 완료됐으니 추후 피해가 발생한다면 연락을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별도의 연락이 없어 모든 게 해결됐을 거라 여겼던 이씨. 그런 그에게 사건 발생 후 7년이 지난 최근에 불현 듯 보험회사로부터 소송장이 날아온 것이다.
이씨는 “지난 11월 김 형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암으로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메리츠화재에 이 같은 정황을 전하고 보험금을 타간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회사는 검찰 기록에 ‘이씨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나와 있다며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명의를 도용당한 것도 억울한데 대체 받지도 않은 보험금을 돌려달라니 말이 되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메리츠화재는 모든 것은 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회사는 검찰 조사에서 허위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타간 일행과 이씨가 공모했다는 부분이 있어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에 회사는 이씨와 나머지 일행 등 관련자 3인에 대해 연대책임을 물어 총 보험금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씨가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것은 소송 제기 후 이씨측의 일방적인 주장이지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며 “당시 사건 조사 담당자도 암으로 사망한 이후라 이씨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의도용이 아닌 공모 혐의가 있다는 회사측의 입장에 이씨는 “말도 안 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씨는 “회사측의 주장대로 설사 보험사기 공모 혐의가 있다면 7년 전의 사건에 대해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연락이 없다가 이제와 보험금 반환 소송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은 2005년경 결정됐으며 법정 소멸 시효인 10년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문제될 것은 없다”며 “그동안은 회사 내부에서 자체관리가 되며 시간이 소요된 것일 뿐이다”고 전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이씨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직접 법원을 통해 반론하라고 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이씨가 주장하는 출입국 기록과 당시 경찰 조사 등의 자세한 내용은 회사 입장에서는 확인이 안 되는 것”이라며 “억울한 점이 있다면 직접 밝혀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에게 국내 법원을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씨는 “법원은 본인이 직접 출입국 기록 등 혐의가 없다는 입증자료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고 말하더라”며 “하지만 한국에 한 번 나가면 일도 못하고, 왕복 항공비·기타 비용 등 최소 100여 만원의 경비가 드는데 여기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한다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이씨는 메리츠화재측에 오는 8월에 한국에 들어가니 그 때 보자는 뜻을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2일 이씨는 회사로부터 ‘법원에서 지급명령 판결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따졌지만 회사는 절반이든 50만원이든 내고 난 뒤에 얘기하자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송 일단 하고보자(?)

애초 이씨를 보험사기 공범으로 간주했던 메리츠화재는 법원의 지급명령 판결을 받은 뒤에야 이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이씨의 주장이 완고해 회사는 최근 오는 8월 이씨의 귀국 예정일까지 채무변제 추심절차를 일시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더 이상 보험사의 일방적인 횡포에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메리츠화재측에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조만간 한국으로 일시 귀국해 출입국 기록을 통한 명의도용 사실을 밝히고, 메리츠화재에 그동안의 물질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모두 청구할 것”이라며 “기업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정정당당히 맞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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