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퇴출’전윤수 회장 책임론

2010.03.16 09:18:50 호수 0호

“족벌경영 독재체제가 추락 부채질”


위태위태하던 성원건설이 결국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성원건설 위기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회생의 길이 없지 않지만 벼랑 끝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할 모양새다. 벌써 두 번째로 이미 공적자금이 투입된 터라 더 이상 도움의 손길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때 도급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성원건설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린 것일까.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공중분해 위기’회사 안팎서 오너일가 전횡 비판
“혁신 뒷전 경영권만 혈안”…침몰 원인으로 지적


성원건설은 지난해 대주단 평가에서 B등급(양호) 평가를 받아 비교적 건전한 건설사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도 채 안 걸렸다. 성원건설은 지난 8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사실상 퇴출된 셈이다. 성원건설은 다음날 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어느 한곳 ‘아군’이 없다.

우선 법원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고 주요 은행들의 여신은 물론 수출보험공사 등의 보증 거부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정부도 이번 만큼은 봐주지 않을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성원건설은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54위에 오른 중견 건설사다. 한때 30위권 안에 들기도 했다. 성원건설은 1977년 설립 이후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연달아 스캔들, 논란…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한둘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다. 게다가 무리하게 추진한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해외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이때부터 밀린 직원들의 체불임금이 2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이다.

결국 지난해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지난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성원건설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부도 위기에서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이르렀지만 또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성원건설은 지난해 매출 4175억원을 올렸다. 이는 2008년과 비교해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08년보다 73.6% 감소한 22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2008년 4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34억원 적자로 늘었다. 성원건설 안팎에선 전윤수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방만경영이 회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족벌 경영진의 전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실제 전 회장과 관련된 스캔들과 논란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성원건설의 윤리성과 이미지, 신인도는 한없이 추락했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2004년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는데,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1999년 회사가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했다.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녀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2008년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전 회장은 이런 와중에도 ‘족벌경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경영혁신은커녕 계열사 대한종금의 연대보증 채무 ‘족쇄’가 채워진 자신을 대신해 외아들과 부인 등 친인척들을 내세워 오너경영체제를 지속한 것. 전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올해 16세인 그의 외아들 동엽군은 성원건설의 개인 최대주주다. 2004년부터 성원건설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동엽군은 지난 2월 현재 12.0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엽군은 지난해 말까지 200억원이 넘는 지분평가액으로 ‘미성년 주식부자’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동엽군의 주식 매입을 놓고 편법상속 의혹과 매입자금 의혹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원건설은 부인 조애숙씨(0.08%), 장녀 전정원씨(1.02%), 차녀 전순원씨(0.36%), 3녀 전기정씨(1.02%), 처남 조해식씨(0.03%) 등 개인주주 모두 전 회장의 친익척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성원건설 임원으로 ‘한자리’씩 차지했다. 성원건설은 이들 오너 일가가 1대주주였으나 담보로 맡긴 주식이 매각되면서 최근 2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23.07%)가 1대주주가 된 상태다.

‘미검증’친인척 장악

성원건설 노조는 “(전 회장) 가족 족벌경영 독재경영체제 속에서 실속 없는 사업만 매달린 결과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렀다”며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회사의 고통을 분담해왔지만 회장 일가는 부실 경영 및 족벌 경영의 책임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총도 최근 ‘악덕기업의 결정판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 당장 구속하라’는 성명서에서 “전 회장의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성원건설과 그 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성원건설의 유동성 위기 책임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고액 급여와 주주배당에만 열을 올린 족벌 경영진에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