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비밀 곳간’ 실체

2010.03.16 09:14:42 호수 0호

380억 ‘세금폭탄’뇌관 신줏단지? 애물단지?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최근 ‘세금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뇌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바로 삼진이엔지다. 이번 380억원 과세뿐만 아니라 이 회사를 둘러싼 의문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룹 ‘비밀 곳간’으로 불릴 만큼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는 삼진이엔지를 해부해봤다.


삼진이엔지, 홀딩스 상위 포지션 사실상 지주회사
변칙주식이동 의혹 진원지…물량 밀어주기 논란도


하이트·진로그룹의 후계구도는 거의 확정된 상태다. 주인공은 박문덕 회장의 장남 태영씨다. 태영씨의 등극은 새삼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황태자’로 낙점됐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이미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모양새다.

태영씨의 첫 수저가 닿은 ‘반찬’이 바로 삼진이엔지다. 그룹은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이트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내세웠지만, 전체적인 지배구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진이엔지가 하이트홀딩스보다 상위 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는 것.

‘황태자 효과’이익 40배↑



삼진이엔지는 태영씨가 지분 58%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박 회장(15%)을 포함해 모두 친인척들이 나눠 갖고 있다. 삼진이엔지는 하이트홀딩스, 하이트맥주를 통해 진로, 세왕금속공업, 하이트산업, 석수와퓨리스 등 10여개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태영씨 등 오너일가가 삼진이엔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삼진이엔지가 100% 소유한 하이스코트와 삼진인베스트도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의 지분을 쥐고 있다. 이중 삼진인베스트는 박 회장(29%)에 이어 하이트홀딩스 지분 24%를 가진 2대주주다. 결국 태영씨가 하이트홀딩스의 실질적인 2대주주인 셈이다. 세간에 알려진 사실들은 여기까지다. 삼진이엔지의 내부 사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하다못해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다만 간간이 밝히는 공시 등을 통해 매출과 임원 등 일반적인 경영정보만 노출돼 있을 뿐이다. 2000년 설립된 삼진이엔지는 맥주냉각기 제조 및 판매업체로 당초 하이트맥주의 협력사였다. 이 작은 회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하이트·진로그룹 관련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태영씨가 2007년 12월 지분 73%를 매입하면서다.

이는 삼진이엔지가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 2월엔 박 회장이 외국산 주류를 수입·판매하는 계열사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전량 삼진이엔지에 무상 증여해 후계구도와 지배구조 축이 삼진이엔지 쪽으로 굳어졌다. 삼진이엔지의 실적도 태영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눈에 띄게 향상됐다.

삼진이엔지는 설립 이후 매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다 2008년 6배 이상 늘어난 623억으로 뛰어올랐다. 당기순이익은 2007년 17억원에서 2008년 무려 40배 이상 오른 695억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역시 기존 3억5000만원에서 25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삼진이엔지의 자생 능력은 떨어진다. 그룹 차원에서 삼진이엔지에 일감을 밀어주고 있는 것.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들은 자사에 필요한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대로 삼진이엔지로선 대부분의 실적을 그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재벌그룹의 ‘문제성 거래’를 지적한 경제개혁연대의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지배주주의 안정된 부의 축적을 실현시킨 사례들 중 하나로 삼진이엔지를 지목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하이트맥주가 삼진이엔지에 몰아주기식 거래를 통해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보해 줘 지배주주에게 지원성 거래를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2008년 4월 공시한 계열사와의 거래내역만 봐도 매출액 대비 98%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하이트맥주 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삼진이엔지를 태영씨가 인수해 하이트맥주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 후 삼진이엔지 배당률이 과도하게 인상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삼진이엔지를 중심으로 오너일가의 지분 이동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최근 국세청이 문제 삼은 증여세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한 주식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국세청은 박 회장이 변칙주식 증여 수법을 동원했다고 판단, 380억원 상당의 과세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태영씨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았어도 실질적으로 태영씨에게 넘겼다고 보고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당시 증여세(총액의 50%)를 내지 않았고, 대신 삼진이엔지가 법인세(총액의 20%)를 냈다. 삼진이엔지는 그전까지 해마다 2∼5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내왔지만 주식 이동이 이뤄진 2008년 법인세로 348억원을 지출했다.

이달말 적부심 결과 발표

업계에선 이를 놓고 ‘절묘한 절세’란 평가와 ‘명백한 편법’이란 지적이 동시에 나왔지만 국세청은 ‘실질과세 원칙’(법적 실질보다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규정)과 ‘포괄주의 과세’(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편법과 유사한 증여 또는 상속 행위 발생시 과세하는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박 회장은 국세청의 추징금 통보에 대해 과세전 적부심을 청구한 상태로 이달 말 예정된 심의 결과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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