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원내대표를 두고 신경전이 뜨겁다. 정치권은 세종시 정국과 지방선거 준비로 부산하지만 물밑에서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준비가 한창인 것. 원내대표 경선은 지방선거에 한 발 앞서 열리는 정치 행사들 중에서도 단박에 정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야가 각각 친이, 친박계와 주류, 비주류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각 세력의 ‘힘겨루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전당대회 등 당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도 멀지 않다는 점에서 원내사령탑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정의화·황우여·김무성·이경재·이병석 후보군
민주당…김부겸·박병석·박지원·이석현·이낙연 도전 가능
‘포스트 안상수’ ‘포스트 이강래’를 노리는 여야 의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새로운 원내대표 임기 1년 동안 지방선거, 전당대회, 재보선 등 대선 전 치러질 대부분의 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중요 정책들이 펼쳐질 정권의 ‘중반기’를 함께 하게 된다. 막중한 역할이 주어지는 동시에 정치적 도약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인 한나라당의 경우 ‘포스트 안상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4선의 정의화·황우여·김무성·이경재 의원과 3선의 이병석 의원 등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정의화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이종구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던졌었다. 온건·화합형 이미지로 친이·친박계는 물론 중립성향 의원들의 표심까지 노렸지만 1차 투표에서 39표를 얻어 3위에 그쳐야 했다.
차기 원내사령탑 경쟁
책임 뒤로 거물인증 ‘아른’
정 의원은 이후 당 최고위원과 세종시특위 위원장을 맡아 ‘내공’을 쌓으면서 원내대표 경선 재도전에 대한 의지를 굳혀왔다.
그는 지난 1월 올 한 해 정치행보에 대한 질문에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판을 바라보면서 봉사할 수 있는 길은 원내대표라고 생각한다”며 “안정된 정치, 강자의 논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정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당 화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이계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화합형 신사’로 불린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민주당 정동영 의원으로부터 “역지사지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칭찬해 주고 싶은 정치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정 의원이 이러한 ‘강점’을 살려 친이·친박계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병석 의원은 친이계의 ‘대표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가 현 정부의 집권 3년차를 함께 할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들 경우 첫손에 꼽힌다는 것.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4대강 예산을 원안대로 강행 처리한 공을 인정받고 있다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황우여 의원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황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당의 온전한 화합을 이루겠다”며 “국민이 여당에게 부여한 힘과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존중하는 진정성을 함께 갖추고 모든 협상에 당당히 임해 국민 앞에서 언제나 올바르고 현명한 국정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친박계에서는 이경재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 4일 세종시 해법을 논의할 ‘중진협의체’에 친박측 인사로 합류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김무성 의원의 출마 여부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 화합 차원에의원의 ‘원내대표 추대설’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이제는 당에 들어가서 일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정치가 결과가 안 좋다고 누구에게 책임을 미루는 식의 게임은 아니지 않냐”고 ‘역할론’을 자임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김 의원의 추대를 거부하자 “내가 하겠다고 나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터키로 출국, ‘원내대표 추대’와 거리를 뒀다.
김무성 의원 경선 출마
추대 말고 승부 택할까
하지만 최근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냉랭한 관계를 봤을 때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사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김 의원은 세종시 절충안을 제시하며 박 전 대표에게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전 대표가 “가치없는 얘기다.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비판하며 ‘결별설’에 휩싸인 것.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야당의 꽃’으로 불린다. 대여 투쟁의 최전선으로 나서는 만큼 그 역할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4선의 이석현 의원과 3선의 김부겸·박병석 의원, 재선의 박지원 의원 등이 ‘야당의 꽃’이 되기 위한 몸만들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김부겸 의원은 원내대표 도전 ‘3수’째다. 첫 원내대표 도전에서는 원혜영 전 원내대표와 단일화했으며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강래 원내대표와 맞붙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호남당 이미지 탈피 등을 골자로 한 당의 외연 확대론과 대여 투쟁의 ‘선택과 집중’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사자이자 여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싸울 때는 사자처럼 싸우고 협상할 때는 노회한 정치인처럼, 여우처럼 대화하겠다”는 그의 지난번 ‘각오’가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병석 의원은 지난해 말 “역량을 키워서 조만간 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시사했다. 정책위의장 출신인 박 의원은 경선에서 ‘정책야당’ ‘대안야당’을 강조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4선 중진이면서 효성 비자금 의혹과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의혹 등으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석현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도 눈길을 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 후발주자로 참여, 수개월간 경선을 준비해온 이들을 5일간의 선거운동으로 바짝 따라붙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1차 경선에서 77명 중 20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김부겸 의원과 2표차를 낸 것. 비록 1차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저력’은 인정받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참여 당시 “이명박 정권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맞서기 위해서는 풍부한 국정 경험이 있고, 당내 화합을 위해서는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재수에 삼수까지
‘야당의 꽃’ 잡아라
또한 “계파가 아닌 중립을 유지하고 지역을 떠나 골고루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외에 3선의 강봉균·이낙연·정장선 의원도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사령탑’ 도전을 점찍은 여야 의원들은 최근 원내대표 경선을 염두에 둔 ‘표심 모으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소속 의원들이 마련한 토론회나 의원 모임 등 각종 행사에 방문, ‘눈도장’을 찍거나 동료 의원들과의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것. 원내대표 경선은 5월이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지역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