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 마지막 날인 지난 3일까지 정가에는 출판기념회 초대장이 하루에도 몇 차례나 날아들었다. 사실상 ‘출마기념식’으로 불렸던 출판기념회의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한명숙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는 몇 가지 ‘숨은 의미’를 갖고 출발했다. 한 전 총리가 출판기념회에 선보인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는 그의 생애 첫 저서였다. 또한 출판기념회가 열린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행동하는 지성이 되라”고 외친 장소다. 63국제회의장은 또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배우 문성근씨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곳이기도 하다.
나경원·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여의도가 아닌 강남, 종로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정치권을 넘어 ‘대중’을 겨냥한 것.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두 의원은 지난 1일 각각 저서 출간을 기념한 ‘팬 사인회’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들의 사인회에는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양쪽 모두에서 초청을 받았던 오 시장은 당초 나 의원의 사인회에만 참석하려 했으나 급히 일정을 바꿔 두 곳에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의 출판기념회에는 ‘노래’가 함께 했다. 이 의원은 3·1절을 맞아 조부 이회영 선생의 삶을 조명한 ‘다시 그 경계에 서다’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동요 ‘반달’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반달’은 동요 작사·작곡가인 윤극영 선생이 이회영 선생의 유복자로 태어난 이 의원의 부친에게 헌정한 노래다.
같은 날 안 최고위원은 ‘247명의 대통령’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 활동하는 ‘징크스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지난 2일 유종필 국회도서관장의 ‘세계 도서관 기행’ 출판기념회는 ‘도서관’에 대한 고별사가 시선을 끌었다. 그는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히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갈고 닦은 학문과 교양, 지성의 힘으로 시저를 설득하고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카사노바는 단순히 여성을 좋아한 사람이 아니라 40권의 저서, 10년간의 도서관 사서 생활을 한 지성의 힘으로, 사귀었던 여성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서관장이 되고 ‘이것은 내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해 도서관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며 “이제 또 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시점이 돼 오늘 도서관을 떠난다”고 국회도서관에 ‘안녕’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