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휘감은 '문재인 비토론'

2014.09.01 11:20:08 호수 0호

"고비 때마다 지도부에 딴죽, 더는 못 참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대권주자가 왜 혈기왕성한 젊은 의원들이나 할 일을 하고 있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문재인 의원을 향한 ‘비토론’이 커져가고 있다. 문 의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당이 연이어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문 의원을 향한 비토론이 확산되고 있는 속사정을 살펴봤다.



한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의 단식투쟁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문 의원은 지난달 19~28일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돕겠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당시 김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0일 넘게 단식을 진행해 나날이 건강이 악화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자기 희생?

문 의원은 그런 김씨를 대신해 단식을 하겠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했지만 김씨가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한 이후에도 광화문에 홀로 남아 단식투쟁을 계속했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좌장 격인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서자 당내 수많은 의원들이 단식 릴레이에 동참하고 나서면서 그 파장이 커졌다.

문 의원이 단식을 했던 광화문 광장은 어느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하나의 구심점이 됐다. 지난 1987년 6월항쟁 당시의 명동성당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로써 세월호 정국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 이후 세월호 출구전략을 모색하던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세월호 정국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빨려갔다.

지난달 25일에는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철을 위해 총사퇴까지 불사하며 강경투쟁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의 단식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결과적으로 문 의원이 당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당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민생법안이 국회에 잔뜩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국회의 공전이 길어지면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은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인데 정치를 해야지 왜 혈기왕성한 젊은 의원들이나 할 법한 단식투쟁에 나서 사회갈등을 더 부추겼다”며 “만약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새누리당과 합의했을 때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들을 잘 다독여줬다면 우리는 벌써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의원이 고비 때마다 딴죽을 걸어 당을 어렵게 하는데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문 의원을 비토하는 당내 인사들은 문 의원이 차기 당권이나 대권을 노리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강경투쟁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단식투쟁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함이라는 비난이다.

연이은 불협화음에 커지는 비토론
당은 나 몰라라, 자기정치만 한다?

실제로 문 의원이 지난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재임 당시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한 지율 스님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에게 ‘단식을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것과도 모순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간 세월호특별법 합의가 두 번이나 무산되면서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가 흔들리자 이틈을 타 대여 선명성, 투쟁성을 강조함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나선 이후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며 문 의원의 지지율은 치솟기도 했다.

게다가 문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재보선 패배 수습에 나선 박영선 위원장의 여야 합의를 무시한 격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당 내부에서 문 의원을 비토하는 여론이 생기는 데 결정적인 한방이 됐다. 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거물급 인사가 초재선 강경파 의원들과 어울려 당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 의원이 단식투쟁을 시작한 계기가 된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이혼남이며 그동안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1년에 한두 번 자녀들을 만날 정도로 자녀부양에 소홀했다고 유민양의 외삼촌이 폭로하면서 세월호 민심이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다. 김씨는 곧바로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으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문 의원을 따라 장외투쟁에 나선 지 3일 만에 김씨가 단식투쟁을 중단하고 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국회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더욱 머쓱해졌다.

문 의원이 NLL사태에 이어 두 번째 헛발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작년 NLL포기 논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문 의원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요구해 결국 대화록 공개가 결정됐으나 이후 사초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연결되면서 새정치연합은 한 동안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만 했다.

문 의원은 지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무공천 논란이 뜨거웠을 당시에도 당 지도부와 달리 “당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사실상 무공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당 지도부를 당혹하게 했었다. 때문에 문 의원이 고비 때마다 자신의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위치에 따른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평소 초강경파로 불리던 박영선 위원장조차 당 수습의 중책을 맡은 후엔 독배를 마시겠다며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한 것 아닌가? 문 의원은 당 상임고문이고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인데 다소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자기정치만?

물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의 행동을 지지하는 세력도 많다. 또 다른 새정치연합의 관계자는 “지금 문 의원을 비토하는 세력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에 그대로 걸려들고 있는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위한 문 의원의 순수한 행동을 폄훼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라고 일갈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당내 비토론에 대한 입장은 문 의원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 김영오씨와 관련한 논란도 문 의원께서 잘 알고 계시지만 특별히 언급하신 것은 없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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