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안방마님 종횡무진 행보 열전

2010.02.23 09:12:06 호수 0호

치맛자락 팔락이며, “정치, 게 섰거라”

정가 안주인들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청와대에서도 여의도에서도 단아한 ‘어머니’가 ‘그림자 내조’를 펼쳤지만 이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권양숙 여사가 각각 사회기관단체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의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몇몇 정치인의 부인들은 선거전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현 대통령, 잠룡 부인들 그림자 내조 옛말
전방위로 뛰며 쌓은 성과로 정치인 ‘앞바라지’


전면으로 나서는 안방마님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따라붙고 있다.
발걸음을 시작한 이들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있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각자 사회기관단체장으로 변신했다. 이희호 여사는 사단법인 ‘김대중 평화센터’의 이사장직을 맡았고, 권양숙 여사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에 오른 것.

추모열기 타고 선거 뛸까



이 여사는 ‘김대중 평화센터’를 통해 빈곤퇴치, 남북협력 등 김 전 대통령의 유지와 업적을 이어가고 있다. 권 여사도 노 전 대통령의 묘역과 생가관리 등 추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여사와 권 여사가 정치권의 시선을 받는 데는 서거 1주기를 즈음해 각종 선거들이 치러진다는 이유가 크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난해 ‘서거정국’이 한동안 정치권을 휩쓸었던 만큼 1주기 추모행사를 계기로 추모열기가 다시 되살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여사의 경우 젊었을 적 수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남편 대신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친 바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따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여사는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소외계층 권익 신장과 복지를 위해 일했으며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박지원 의원과 김홍업 전 의원의 지원유세에 발 벗고 나섰었다. 

최근에는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인 부인이 적지 않다는 것도 지방선거 등에서 이들의 활동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는 박희태 전 대표의 부인이 직접 선거현장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부인이 아닌 당 대표의 부인이 직접 선거 지원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자신만의 ‘일’에 매진하는 안방마님들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대표적이다. 김 여사는 ‘한식 전도사’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닭강정’ 등 한식으로 세계 주요 인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한식 세계화 교육을 통해 주변에 나누고 있다.

김 여사는 재외공관장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세계화 교육에 참석,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식이 호평을 받은 비결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또한 각 재외공관에서 한식을 대접하면서 겪은 애로사항과 한식에 대해 궁금함을 공관장 부인들과 공유했다. 참석자들에게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식을 세계에 퍼뜨리는 유능한 ‘홍보대사’라는 점을 인식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한식의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과 한식 세계화 홍보는 외국에 나가 많은 일을 하는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으로 복당한 정동영 의원의 부인 민혜경씨도 음식으로 정 의원의 주변을 챙겼다. 지난 설에 직접 담근 ‘고추장’을 정 의원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것. 이 고추장을 위해 민씨는 정 의원 동생이 충남 계룡산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11번이나 찾아가는 정성을 들여야 했다.

대통령 대신 법정행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아직 납부하지 못한 일부 추징금 납부에 한몫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씨와 조카 호준씨 등을 상대로 낸 ‘재산 찾기’ 소송에 증인으로 나선 것. 김 여사는 지난해 말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직접 법정에 출두했다. 이는 역대 영부인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재판장에 들어선 김 여사는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로 노 전 대통령이 준 120억원의 비자금으로 동생 재우씨가 설립한 냉동창고업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최근 법원은 이 냉동창고업체의 지분 50%가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아직 납부하지 못한 미납 추징금 289억원에 대한 추가 추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사의 소유권이 확보되면 이를 팔아 추징금을 낼 계획임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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