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바위 그리는 한국화가 장영애

2014.07.21 10:54:58 호수 0호

"돌은 자연의 생명을 노래하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한국화가 장영애 작가의 개인전이 7년 만에 열렸다. 전시 주제는 바위산수. 이번 전시에서 바위는 가장 큰 소재이고, 주체이다. 장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그릴지, 무엇을 전달할지 늘 고민했다"고 했다.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태풍이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뭉친 돌덩이는 서로 엉겨 하늘로 향했다. 마모되거나 둔탁해지지 않은 뾰족한 바위가 자연 그대로의 생명을 노래했다.



바위는 견고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강하다. 움직이지 않기에 죽은 것처럼 보여도 숨 쉬고 있다. 예로부터 석암(바위)은 '살아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어떠한 것보다 강한 생명력을 상징했다. 바위 위에 뿌리 내린 나무는 가지를 뻗고, 흙으로 쪼개진 바위는 자신의 생명을 나눠 거대한 숲을 이뤘다.

7년 만에 전시

장영애 작가는 지난달 우진문화재단이 후원한 57번째 청년작가초대전에 선정됐다. 우진문화재단은 6월26일부터 7월8일까지 장 작가의 그림을 전주 천동로에 내걸었다. 우직하고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자신의 길을 걸었던 장 작가는 기암이 포개진 산수화를 7년 만에 선보였다. 이어 장 작가는 지난 15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그림손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완성도 높은 산수화가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과거 화가 정선은 '금강전도'에서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가파른 바위산으로 그렸다. 태극 중 양의 기운을 상징한 것인데 바위산 왼편의 초목은 음의 기운을 보조하면서 금강전도는 바위산수의 손꼽는 대작이 됐다. 뿐만 아니라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등은 바위산수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장 작가의 이번 작업은 선배 문인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조선 바위산수와 관련이 있다. 형식은 차용하되 내용은 달리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바위는 그림 속 수려한 풍경의 뼈대역할을 한다. 꽃과 새의 화려함 옆에서 바위는 영원한 생명을 불어 넣는다.


장 작가는 그의 선배들처럼 바위를 보기 위해 직접 섬을 오갔다. 스케치여행을 다니면서 매번 같은 풍경이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알았다. 바위는 지금껏 살아 있었다. 아니, 섬 전체가 바위였다. 산과 바다, 하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바위였다.

간혹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어질 때면 바위는 이성을 초월한 상상의 영역이 됐다. 물위에 드문드문 떠오른 조각배처럼 바위섬들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장 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면 아래 깊게 뿌리 내린 바위는 섬을 지지하는 수호신이었다. 태풍에도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았다. 강철 같은 바위가 내뿜는 풍경은 장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조선 바위산수 재해석…화면 역동성 특징
한지에 어두운 수묵…차가운 분위기 의도

가늠하기 힘든 깊이에서부터 수면 위로 솟아 오른 날카로운 형상이 시각적으로 표현됐다. 음양의 조화로운 산수화가 주는 안락함을 포기하고 장 작가는 위태로움과 간절함을 택했다. 바위를 중첩해 겹겹이 배치함으로써 삭막한 현대인의 정서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바위산수인 셈이다.

장 작가의 준법 화풍은 역동성이 특징이다. 화면에 흐르는 긴장감은 교차된 직선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면서 극대화된다. 장 작가는 송곳 같은 바위를 통해 견고한 사회구조 꼭대기에 있는 지배층을 암시했다. 바위 주변에 흩뿌려진 흙들은 "희노애락으로 살 맞대며 살고 있는 산 밑 불빛들과 같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회 구성원인 우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한 듯하다.

바위섬서 영감

한지에 어두운 수묵이 강조된 작품들은 일면 메마르게 느껴진다. 서늘한 색감은 차가운 분위기를 돋운다. 그의 작품에서 얼핏 겨울이 연상되는 건 우리 삶이 쉽지만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장 작가는 '동풍을 기다리며'란 작품을 통해 잿빛 돌덩이를 파란 하늘로 날렸다. 열기구라는 희망의 매듭도 양지 바른 곳에 놓았다. 바위들이 우거진 굽은 길이지만 '우리는 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봄은 언제나 겨울 뒤에 오는 법이다.

 

<angeli@ilyosisa.co.kr>

 

[장영애 작가는?]

▲홍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장영애전(2007·노암갤러리), 장영애전(2014·갤러리그림손) 등 개인전 3회
▲국제미술협력기구 창립초대전(2006·경향갤러리), 전북의자연전(2011·전북도립미술관) 등 단체전 다수
▲전 한국전통문화고·전주예고·예원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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