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철학의 끌림

2008.09.16 16:56:51 호수 0호

“왜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냐”라고 서문을 열고 있는 이 책은 전통사상을 뒤엎고 새 사상을 제시한 20세기 혁명적 사상가 3인을 한데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기존의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 리쾨르 등에 의해 이 3인이 함께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좀더 ‘휴머니즘’적인 접근법에 의해 씌어진 이해하기 쉬운, 읽기 편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위대한 사상과 철학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는 기치 아래 그들의 사상에 초점을 맞추되, 3인 사상가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과정을 3인이 남긴 책과 사진, 편지 등과 함께 소개하며 알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예수 이후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 마르크스는 대학시절 “시인이 될 것이냐, 철학가가 될 것이냐” 고민하며 자신이 직접 쓴 시와 노래를 약혼녀 예니(마르크스 부인)에게 보냈다. “신은 죽었다” 외치며 창조적 ‘힘에의 의지’ 철학을 펼친 니체는 신봉하던 바그너 음악을 돌연 ‘질병’이라 혹평하면서, 정작 코지마를 잊지 못해 말년의 자작시 <아리아드네의 탄식>에서 그녀를 ‘내 마지막 심장의 불꽃’이라 예찬한다. 유대인으로서 어려서부터 한니발과 크롬웰을 존경하던 프로이트는 게르만인들에게 복수할 그날을 꿈꾸며, 33번의 구강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리비도 연구에 몰두, 세계 최초의 정신분석학자가 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20세기의 3대 혁명적 사상도 번갯불에 콩 볶듯 어느 한순간에 생기지 않았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격정적 삶을 살다간 3인의 사상가 주위에는 당대의 번뜩이던 인물들도 한몫한다. 본문에는 전당포를 오가며 담뱃값조차 없는 마르크스와 그 가족을 평생 돌봐주던 엥겔스, 당시 마르크스보다 인기 있었던 라살레의 이론, “나는 당신의 학생”이라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예찬하던 혁명가 바쿠닌이 등장하는가 하면, 니체의 정신을 지배했던 두 인물 바그너와 쇼펜하우어, 니체를 힘겹게 했던 어머니와 누이동생 엘리자베스, 그가 사랑한 여인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를 열흘 만에 완성하는 니체의 초인적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프로이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스승 브뤼케와 샤르코, <히스테리 연구>를 함께 저술한 브로이어의 ‘안나 O의 경우’, 프로이트의 애제자 아들러와 융 등이 스승 프로이트의 성충동 이론이 잘못되었다며 어느 날 반격에 나서는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 테제>에서 “철학은 지금까지 세계를 오직 해석하기만 했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했고, 니체는 낙타→사자→아이 단계로 이어지는 ‘영원회귀성’을 강조하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의 나라를 사랑한다. 배를 저어 그 나라를 찾고 또 찾으련다”라고 했다. 또한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은 잠의 방해자가 아니고 잠의 보호자이다. 꿈은 억압된 욕구의 충족이다. 꿈을 제대로 해석하면 ‘노이로제’ 치료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저자는 세 사상가에 대해 이렇게 일축한다. “마르크스와 니체, 프로이트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내면서 인간과 사회의 혁명을 부르짖었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는 유대인으로 말 못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 이론적, 실천적 정열을 불태웠다. 니체는 말년 10년을 정신병자 신세로 폐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인류사가 계속되는 한 이 세 인물의 이름은 망각되지 않을 것이다.”
관념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절망하지 않았으며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끊임없이 행동했던 세 사상가의 삶과 사상이 담긴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세계를 변화시키려면 관념에 머물지 말고 행동하라” 외치는 3인 사상가의 울림의 호소를 들을 수 있으리라.

강영계 저/멘토프레스 펴냄/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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