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드러난 ‘경찰-유흥업소’ 공생관계

2010.01.12 09:34:38 호수 0호

오고가는 금품 속에 비리 냄새 ‘풀풀’


새해벽두부터 우리 사회 고질적인 비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중 하나는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공생관계. 잊힐 만하면 밝혀져 경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던 이 공생관계는 연초에도 드러났다. 이번에 밝혀진 지역 역시 서울 강남이다. 뇌물 수수혐의로 동료가 실형을 선고받은 지 채 몇 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 소식에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찰 스스로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개선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지역 경찰 안마시술소 업주에 뇌물 받은 정황 포착
경찰-유흥업소 간 끊기지 않는 공생관계 또다시 도마

연초부터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 곳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은 현직 경찰관들이 성매매업소의 단속무마 등 영업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서울 강남지역.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서초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 몇 명이 관할 서초동 D안마시술소에서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잊을 만하면 또…

이는 검찰이 지난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폭력조직이 이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를 수사하던 검찰은 성매매업소가 담당 경찰에게 뇌물을 상납하며 단속을 무마 받는 등의 혜택을 누린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확한 상납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경찰관 다수가 해당 업소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들이 상납 받은 뇌물 액수와가담자의 수 등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덜미를 잡힌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은 지난해 11월에도 D안마시술소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당시 단속무마 대가로 2600만여 원을 받은 혐의로 조모(44)경위와 업주 박모(41)씨가 구속기소 당했다. 그리고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1월 사이 박씨로부터 “경찰서 담당 부서 및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우리 업소에 대해 성매매 단속을 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2600만원을 받았다. 이 같은 소식에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폭발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자정 노력을 다짐하면서도 전혀 개선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경찰과 유흥업소의 부적절한 공생관계가 드러난 뒤 ‘강남경찰 물갈이’를 선언하는 등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는 펼쳤지만 정작 비리가 개선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 수서, 서초 경찰서의 형사과, 여성청소년계, 교통사고조사계, 생활안전계, 지구대 등 ‘민원부서’ 경찰관 중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직원에 대한 전보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물갈이 명분은 ‘인적교류를 통한 근무기강 확립’과 ‘균등한 근무기회 부여’라는 것.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최근 드러난 강남지역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물갈이의 원인이 된 것은 유명 안마업소 여주인이 수년간 관할지역 경찰들에게 뇌물을 주고 단속을 피해온 사건이다.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115억원이란 돈을 벌어들인 조모(40·여)씨와 남모(46·여)씨의 영업비결은 단속경찰관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두는 것이었다. 2005년 2월부터 서울 역삼동과 논현동에서 K안마와 D안마를 운영한 이들은 2006년 5월부터 2년 동안 자신의 업소를 관할하는 논현지구대 경찰관들에게 한 달에 30만원이 든 봉투 3개를 건넸다. 목적은 하나였다. 자신의 업소 앞에서는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담긴 봉투였던 것.

이런 방식으로 2년 동안 경찰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2200만여 원. 돈을 받은 경찰 중 한 명은 지구대 앞으로 업주를 불러내는가 하면 안마시술소 앞까지 찾아가 뇌물을 받았던 것으로 검찰조사 드러났다. 이처럼 경찰과 유흥업소 업주 간 끈끈한 유착관계가 만천하에 공개된 직후 강남경찰의 물갈이계획이 발표된 것. 그러나 그 후에도 경찰과 유흥업소 업주간의 주고받는 공생관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강남지역 지구대에 근무했던 경찰관 21명이 유흥업소 업주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역삼지구대 관내 안마시술소와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단속 정보를 제공하거나 불법 영업을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모(47)경사는 관내 유흥업소 30여 곳에서 매달 600~700만원을 받아 일부를 지구대장 등에게 상납하고 나머지는 팀원과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경찰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갈이 등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고질적인 내부 비리를 뿌리 뽑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관련 경찰들에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정노력은 어디로

이 방침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서 근무한 이모(57) 경감 등 15명을 파면하고 2명을 해임했다. 또 3명은 감봉처분하고 소속이 바뀐 경찰관 1명에 대해서는 비위사실을 해당 경찰청에 통보했다. 파면과 해임은 비리 등에 연루된 국가공무원에게 내려지는 최고 수위의 징계처분이란 점에서 경찰의 자정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밝혀진 이번 비리로 인해 지난 1년간 경찰이 공들인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다. 한 네티즌은 “경찰이 불법업소를 단속하기는커녕 그런 업소에 투자를 해 돈을 벌어들이기도 하는 세상이니 놀랄 것도 없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쇼’ 대신 비리의 근원을 뿌리를 뽑겠다는 대대적인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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