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전·현 공무원, 시의회 등 바닥부터 훑었다
화력 장전하고 여의도 향해 진격, 곳곳서 외압 의혹
골프장 로비 의혹이 여의도에 상륙했다. 정치권이 스테이트 월셔CC 공모 회장의 구속 이후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치권 인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이 알려지면서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공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데다 정치권에 금품을 건넨 정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사건은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된 공무원과 시의회를 정조준 한 것. 그러나 김모 전 안성시의회 의장의 구속 이후 의혹은 정치권으로 빠르게 물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어디까지 불똥이 튈 것인가.’ 스테이트 월셔CC 골프장 로비와 관련한 의혹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의 시선도 검찰에 고정되고 있다.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한껏 파장을 키웠던 이번 사건은 지역을 돌아 여의도를 정조준 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 내부에 함구령이 내려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의 ‘꼬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지역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안다”며 토착 비리에 대한 검찰의 강경한 의지를 전했다.
검찰은 김모 전 안성시의회 의장의 구속으로 지역에서의 수사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공 회장에게 청탁과 함께 1억8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 전 의장을 구속한 것. 또한 공 회장이 안성시 전·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해당 공무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깃털 떼고 전면전 돌입
김 전 의장의 구속으로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간 실체를 파악한 만큼 검찰 안팎에서도 “이제는 여의도”라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지역 토착 비리에서 정치권 로비에 대한 수사로의 전환점이 다가온 셈이다.
그동안 제기된 현역 여당 의원들의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 회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나라당 공성진, 현경병 의원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K, L 의원 등 여권 의원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여당 현역 국회의원 3명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 “스테이트 월셔 사무실에서 여당 국회의원 K씨의 보좌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공 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원과 해당 보좌관의 소환 조사와 함께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돈의 성격과 최종 사용처다.
공 회장은 회사 자금 84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34억원을 유용했다. 34억원 가운데 일부는 주식거래자금, 회사 직원의 개인 승용차 구입 및 카드대납 대금, 자신의 전세자금 등에 쓰였다. 하지만 상당액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때문에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2명을 지원받아 정관계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의혹과 관련, 정치권은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 것이냐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외압 등으로 사건이 축소·은폐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기동 부장검사의 전적에 주목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BBK 주가조작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담당했는데 이 사건들을 담당했던 검사들이 현 정권 들어 영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은 비리 현장에 살아있는 인사가 출현하자 수사를 머뭇거리는 정황을 나타내더니, 안성시의회 전 의장을 구속시킴으로써 꼬리를 자르고 의혹을 덮으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문제와 관련, 당 차원에서 TF팀을 구성하고 진상과 의혹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부장검사가 골프장 로비 의혹과 그림로비 의혹을 같이 수사하고 있는데 외압 때문에 상당히 자존심 상해한다는 말이 들린다”며 “두 사건 중 하나는 크게 일이 날 것”이라는 말도 흘러 나온다.
또한 이번 사건에 정권의 실세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정가 관계자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K의원의 보좌관이 수천만원을 받았다는데 자칫하면 보좌관 선에서 사건이 덮일 수 있다”며 “K의원까지 가면 정권의 실세 L씨까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 측근까지 갈까
이 관계자는 “여태까지 몇몇 정치 사건들이 그러하지 않았냐”며 “K의원은 ‘모르는 일’이 돼야 보좌관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역학관계가 성립하는 이상 전달받은 액수가 억대를 넘지 않는 한 깃털만 뽑히고 몸통은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당내 권력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사실 이번 사건은 1년 전부터 정치권 안팎에 말이 돌았다”며 “공 회장 본인도 구속 전 언론에 자신이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을 언급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버려졌다는 것 아니겠냐”는 말로 정치권의 관측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