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재개정 놓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설전
“소신 없으면 사퇴하라” VS “먼저 사퇴하라”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미디어법 재개정 문제로 김형오 국회의장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우윤근 원내 수석부대표, 전병헌 문방위 간사,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 10여 명과 함께 김형오 의장을 면담했다. 미디어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 김 의장의 입장을 듣고 민주당의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헌재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하셨다”면서 “헌재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미디어법을 재논의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개질의서를 김 의장에게 전달했고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장이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의사진행발언을 정운찬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뒤로 미룬 것에 대해 “의장의 재량권 남용”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의장은 미디어법 문제와 관련, “여당으로부터 오해까지 받아가며 사심없이 최선을 다했다”면서 “무효 결정이 나면 즉시 사퇴하려고 했지만 이미 (유효) 결정이 난 상태에서 계속 신상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미디어법 재개정 여부는 여야가 협상할 일이지, 내가 이끌고 갈 영역이 아니다”라고 야당의 미디어법 재협상 중재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도리어 김 의장은 “앞으로 직권상정하지 않도록 국회법을 좀 개정해 달라. 직권상정에 매달려 힘으로 밀어붙이고 막는 구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듣다 보니 화가 치밀고 실망스럽다”며 “정치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무효가 아니니 책임질 일 아니라고 하고, 재협상 논의도 양당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라는 게 기관장으로서 하실 말씀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렇게 소신없이 하실 것이라면 이 자리에 왜 계시냐. 바로 사퇴하십시요”라며 “월급이 탐나서 그러냐.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 의장도 “그러면 이 원내대표가 먼저 사퇴해야지”라고 응수하며 “막말을 하면 이강래 대표답지 않다. 오늘은 이만 합시다”라고 언짢은 심정을 드러냈다.
설전은 면담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 의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장을 모욕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이 원내대표는 “그 정도 아량도 없는 의장과 같이 일하는 게 창피하다”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