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T 사장 거침없는 비하발언 속내

2009.11.10 09:48:26 호수 0호

맹공만이 잡음 막는다

정만원 SKT 사장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거침없는 발언 탓이다. 실제 정 사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경쟁 이통사 및 수장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새롭게 선보인 KT의 통신정책을 두고 ‘뻔히 보이는 수’라며 평가절하 하는 한편 KT와 LGT가 잇따라 장관 출신 CEO를 영입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정 사장의 행보에 통신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업계에 퍼진 자신의 낙마설로 인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취임 1년 만에 교체설이 나돌자 정 사장이 강한 어조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자 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LGT 정통부 장관 출신 CEO 영입 거친 비난
끈 약한 정 사장 취임 1년 만에 낙마설 퍼지자 ‘발끈’

    
“SKT가 시장점유율을 50.5%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라.” 지난달 29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만원 SKT 사장이 이동통신 경쟁사를 향해 내뱉은 말이다. 정 사장은 SKT의 3분기 실적발표 및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 경쟁사를 향한 서슴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거듭된 ‘실력’ 강조



정 사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이석채 KT 회장의 시장 점유율 드라이브에 대한 대응책이 있냐’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우선 최근 KT가 발표한 유무선통합서비스(FMS)에 대해 “그런 정도의 서비스로는 SKT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KT는 지난달 14일 무선인터넷 요금을 내리며 무선랜(Wi-Fi)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전화(VOIP)를 이용할 수 있는 유무선통합서비스(FMS)를 내놓아 SKT 중심인 이동전화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를 두고 “KT가 무슨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모르고 리딩컴퍼니를 하고 있겠냐”며 “SKT는 절대 호락호락한 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힘이 없거나 실력이 없어서 (경쟁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점유율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라”는 등의 발언으로 KT의 경영을 비꼬았다.

정 사장의 폭탄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근 경쟁 이통사가 정통부 장관 출신을 CEO로 영입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경쟁사에 정통부 장관 출신이 대표로 온다면서 나한테는 과장 출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로 운을 띄운 뒤 “경쟁사 대표 두 분이 장관 출신인 것이 나랑 뭔 상관이냐”고 항변했다.

그는 “공무원 출신들은 뭐로 끝냈는지 따지지 않고 (행정고시) 몇 기냐를 따진다”며 “내 동기들이 노준형, 유영환 장관 등 차관만 9명이고 경제 전반으로 따지면 손으로 꼽을 수 없다”고 인맥을 자랑(?)했다. 정 사장의 날선 발언들이 알려지자 통신업계 일각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행동을 두고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망언”이라는 한마디 말로 정의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도 “경쟁사의 수장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상대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발언은 업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정 사장이 이 같은 업계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 점에 대해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낀 게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최근 경쟁사가 잇따라 정통부 장관 출신 CEO를 영입하면서 업계 내 정 사장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올 1월 KT는 KTF와의 통합에 앞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을 수장으로 취임시킨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SKT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내년 1월 LGT·LG데이콤·LG파워콤 등 LG통신 3사가 LGT로의 합병을 앞두고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을 새 수장으로 내정하면서 정통부 출신 장관들이 통신업체를 장악하게 됐다.  이들의 이통사 진출을 두고 일각에선 경영능력보다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관계가 우선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장관 출신이 수장으로 등장하면서 정통부 고위 간부 출신의 연줄이 향후 방통위에 대한 영향력으로 확대돼 시장 장악에 수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인사란 분석이 업계에 퍼졌었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다. 업계에선 이상철 LGT 신임 내정자가 재계 및 정계 중심에 포진한 경기고 인맥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지면서 ‘로비성 인사’라는 실체 없는 소문은 한때 힘을 받기도 했다.

끈 약해서 퇴출(?)

문제는 이 같은 일련의 소문이 정 사장의 낙마설로까지 확대된 것. 낙마설의 주요 골자는 동력자원부, 통상산업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의 정 사장은 정통부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끈이 약할 것으로 보여 취임 1년째를 맡고 있는 그가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었다. 더욱이 업계 일각에선 정 사장의 후임으로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 이미 내정되어 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정 사장의 이번 발언은 결국 낙마설에 강하게 맞선 행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 아닌 낙마설에 스트레스를 받아 온 그가 자신의 입지에 대해 더 이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유영환 장관 등 동기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정치권 파워를 강조한 것도 인맥 탓에 영업전선에서 밀릴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겠냐”며 “더 이상의 소문을 막기 위해 정 사장이 직접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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