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 우울증과 동거하다

2009.11.03 11:14:09 호수 0호

낙방·취업실패 등 귀차니즘 원인
인터넷중독·우울증으로 어이질 수도


휴학생 정모(여·23)씨는 “하루종일 잠만 자고 집 밖은 물론 화장실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아예 잠옷차림으로 하루종일 있고 세수조차 하는 게 귀찮아 그냥 있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요즈음 ‘귀차니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귀차니즘이 늘어나고 있는데 귀차니즘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많다.
귀차니즘(귀찮아+-ism)이란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를 말하는 인터넷 신조어이다.

귀차니즘은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종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귀차니즘이 우울증을 불러올 수도 있고 우울증의 증상이 귀차니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낙방, 취업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귀차니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압박에 대한 수동적인 저항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저하라는 증상을 동반한다. 의욕, 의지가 없어 즐거움을 못 느끼고 만사가 귀찮게 느껴진다.
본인은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삶의 의욕이 나지 않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집에서 부모, 형제가 보기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보기에 게으르고 만사가 귀찮은 것처럼 보인다.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고 누워있고 TV만 보거나 백수생활을 길게 한다거나 결혼 적령기에 연애는 물론이거니와 친구조차 만나지 않고 방에 가만히 있거나 잠자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부들 중에서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은 청소도 안하고 밥도 안 먹고 집안 청소도 안 하고 심지어 밥을 시켜먹고 현관문 앞에 두는 경우가 있다. 남편 보기에는 청소를 안해 먼지도 구석구석 많고 빨래도 쌓여 있으며 자식교육은 뒷전이다.



 우울증과 동거하다

이런 모습에 부모나 남편이나 아내가 우울증에 걸린 상대방을 비난할 때 본인은 병을 오히려 더 숨기게 되고 더 우울한 상태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경정신과 최정석 교수는 “귀차니즘 상태가 지속되고 하루종일 TV를 본다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 반복적 습관을 보이게 되면 인터넷 중독 및 우울증 등의 증세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차니즘에 속하는 사람들은 누워서 자는 시간이 길고 바깥활동을 귀찮아하며 바깥에 잘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귀차니즘에 속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바깥에 나오는 것을 꺼리고 바깥에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이 빛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찮다고 계속 바깥에 안 나가는 것은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빛을 안 보면 뇌에서 호르몬들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분비가 잘 안 되는 호르몬이 멜라토닌이다.
고대안산병원 수면클리닉 신철교수는 “멜라토닌은 두뇌 깊숙한 곳에서 주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상적인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작용을 하는데 멜라토닌은 세라토닌과 사촌이다”며 “빛만 잘 받아도 생체리듬 밸런스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빛을 피하다?

이어 신 교수는 “우울증을 빛으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빛을 받지 않으면 멜라토닌도 세라토닌도 감소한다”며 “우울증이 유발되면 세라토닌을 항우울치료제용으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의욕이 저하되고 귀차니즘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으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있다.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사람이 밥맛 없어한다든지 식욕저하가 있고 불면증이 동반된다거나 두통, 소화장애 등 신체증상을 경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전과 달리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하는 등 삶의 변화를 보인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가 게을러보이는 것은 성격의 문제라는 둥 게을러서 그렇다는 둥 비난하고 욕할 문제가 아니라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 차이의 폭이 심한지 여부를 잘 감지해야 할 것이다.

지속된다면 전문상담 받아야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섣불리 비판하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왜 의욕이 없는지 만사가 왜 귀찮은지 대화하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귀차니즘을 보이면서 복합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본인노출을 꺼릴 경우 구마다 있는 정신보건센터에서 전화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이 마음편히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동대문구 정신보건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여전히 인식부족 등으로 병원에 늦게 와서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발병에서 내원하기까지 3-4년 지나서 늦게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백 센터장은 “귀차니즘과 함께 의욕이 저하되는 등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우울증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보거나 정신보건센터에서 정신상담을 통해 우울증을 선별적으로 진단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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