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경쟁구도 구상 속내, 후보 3~4명
날카로운 지적과 평가, 거듭 “열심히 하겠다”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정몽준 대표가 차기 대권 경쟁구도에 관한 속내를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유망한 (대권) 후보”라면서도 “국민이 보기에 좋은 후보감이 여럿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민주 시장경제에선 플레이어가 많아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 국민이 볼 때 대통령감이 되는 후보가 3~4명 있어야 여당으로서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그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점을 들어 “박 전 대표를 도울 생각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피곤하게 (경쟁)하지 말고 쉽게 하자는 뜻이죠”라고 받아 넘겼다.
또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유망후보인 박 전 대표 외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대권주자로 거론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한 패널이 “정 총리와 이 위원장이 섭섭해하겠다”고 하자 언론 여론조사를 토대로 후보를 거명했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자신에 대한 냉혹한 평도 들었다. “어떤 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몽준을)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한나라당 입당이 시류를 쫓은 결정이어서 당내 기반이 없다’ ‘승부사 기질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것.
그는 “고용사장은 오너보다 더욱 잘할 수 있다. 사람은 일을 저지르는 사람, 뒷수습하는 사람 등 두 종류가 있다는데…. 하여간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서는 “음지에서 양지로 간 기억이 별로 없다”고 반박한 뒤 “정치적 이상주의자로서 허업을 그만하고, 호랑이굴인 정당에 들어가 정치개혁이란 호랑이를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재벌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를 줄이고 싶었다. 이런 점에서 출신 계층을 배반한 정치인인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한나라당 대표직도 정치개혁의 자리인 만큼 여러 번 죽을 각오로 대표직을 받았다”며 개헌,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개혁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 역할론에 대해 “응접실 논객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숨 가쁜 부엌의 주방장이 돼야 하고, 정치는 열매를 맺는 실업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당청관계에 대해선 “과거 정권을 보면 당 사무총장이 하루에 청와대를 세 번 왔다갔다 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당청이 수시로 편하게 만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했으며 여야 관계에 대해서도 “여야 복원의 제일 중요한 방법은 대화다. 강물에 물이 말랐는데 물이 깨끗한가, 더러운가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대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