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끝없는 표절 논란

2009.10.06 10:02:45 호수 0호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가수들이 계속된 표절 시비로 거센 폭풍우를 맞고 있다.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 ‘버터플라이’, 2NE1의 ‘아이 돈 케어’, 빅뱅의 ‘위드 유’, 산다라박의 솔로곡 ‘키스’까지 표절 논란 중심에 섰다. 처음 지드래곤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YG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수장 양현석 대표가 최근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이 글 발표 후 논란이 더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표절 논란이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드래곤·2NE1·빅뱅 등 소속 가수들 표절 논란 휩싸여
양현석 대표 “인터넷 시대에 함부로 표절할 수는 없다”


소니뮤직의 지적재산권을 총괄하는 소니ATV뮤직퍼블리싱(이하 소니)은 지난 9월21일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와 ‘버터플라이’, 빅뱅의 일본 발매곡 ‘위드 유’, 투애니원의 ‘아이 돈 케어’에 대해 “원곡과 상당히 유사하다. 법무법인을 통해 저작물 무단이용에 대한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YG는 소니의 저작물 무단이용 통지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절대 표절이 아니다”라는 코멘트만 날렸을 뿐 지드래곤의 표절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암묵적인 관행도 문제

YG가 소니의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우선 절대 표절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일 수 있고 표절 논란에 대응하면 오히려 논란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황이 YG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YG 양현석 대표는 홈페이지에 표절과 관련된 글을 남겼다.

양 대표는 홈페이지에 “원작자가 아직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지금까지 표절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함부로 표절을 할 수는 없다. 추후 문제를 제기한 네 곡이 원작자 또는 법원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판결날 경우 무참히 짓밟혔던 YG의 꿈틀거림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겨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표절 논란에 대해 직접 책임지고 대처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양 대표의 입장 표명이 알려진 후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일부나마 파악할 수 있다.
한 누리꾼은 “표절이 아니라면 원작자의 입장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고의든 아니든 결과가 거의 같다고 들린다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댓글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드래곤은 잇따른 표절논란에 휘말린 경험이 있다. 너무나 인기가 많아서일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처럼 표절논란에 많이 휩싸인 가수가 있을까. 이처럼 상습적인 표절 논란 때문에 그동안 경고장 한 장 보낸 적 없는 해외저작권 관리 회사가 경고장까지 보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에서의 표절 시비는 늘 거세게 의혹만 제기되다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표절 논란이 점화되더라도 소속사가 원 저작권자와 사후 합의하는 암묵적인 관행이 존재했다. 동종 업계 내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정서가 통용돼왔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처음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그런데 표절 의혹에 휩싸인 가수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후속곡으로 바꿔 활동을 시작하면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활동이 뜸해지면서 표절 의혹도 함께 사라졌다. 표절 시비는 이제 가요계에서는 연례행사이다. 표절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창작의 고통을 겪거나 모험할 필요가 없이 이미 검증된 틀을 이용해 안전한 수익과 인기를 얻으려고 할 때 표절이 일어나기 십상이다”라고 말한다. ‘잠시만 속이면 대박, 걸리면 장난’이란 인식이 잇단 표절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가요계에서 표절 시비가 불거질 때면 늘 작곡가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올랐을 뿐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오랫동안 몸을 숨기는 ‘잠수’를 택한다.
가수들에 대한 표절 시비가 제기되면 팬클럽들은 “안티들은 꺼져라” “남들 다 하는데, 왜 우리 오빠만 갖고 그러느냐”며 똘똘 뭉친다. 이런 현상을 꾸짖는 사람이나 기구도 없어 일부 청소년에게는 표절에 관한 도덕 불감증이 번져 있다.

자율 규제가 바람직

그렇다면 표절 시비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표절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죄가 되는 이른바 ‘친고죄’다. 아무리 논란이 거세도 원작자가 대응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다. 표절 시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절임을 확실히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문화관광부는 문화계와 법조계에 용역을 의뢰해 장르별 ‘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음악인들이 자율적으로 법률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인들이 모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면 수없이 제기되는 표절 시비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표절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시만이 해결책이다. ‘표절가요 41’ 동영상을 만든 누리꾼이 이런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표절 논란의 공론화는 한국 사회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한류 문화상품이 세계로 나가고 있어 앞으로 표절 논란은 세계적 소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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