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보험사기 백태

2009.10.06 09:38:16 호수 0호

“안 걸리면 쉽게 한몫 챙긴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대들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만큼 그 방법도 수월해졌다. 그러는 동안 보험회사와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입은 피해는 커져만 간다. 지난해에만 무려 1조9000억원의 돈이 보험사기로 새어나갔다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일가족을 동원한 보험사기범부터 일부러 신체를 훼손해가며 보험금을 타낸 자해공갈 사기단까지 보험사기 백태를 알아봤다.

보험사기 갈수록 늘어 1조9천억원 보험금 누수 현상
10대 청소년까지 보험사기극 가담 손쉽게 용돈벌이


온갖 방법의 보험사기가 일어나고 있다. 일가족을 동원해 역할을 분담해 사기를 벌이는가 하면 고의로 자해를 해 보험금을 뜯어내기도 한다. 최근엔 10대 청소년들까지 보험사기극에 가담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보험사기를 벌이는 이들은 ‘안 걸리면 쉽게 한몫 챙긴다’는 생각으로 교묘한 방식의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 이들로 인해 보험금이 새어나가면서 보험금이 올라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계형 보험사기 급증

보험사기 역시 여느 경제 범죄와 다름없이 불황이 깊어지면서 급증하는 양상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험사기 규모추정 및 보험범죄방지특별법 제정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보험사기로 누수된 보험금은 모두 1조478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누수된 보험료는 3970억으로 총 1조8752억원의 보험금이 애꿎게 새어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업권별로 생명보험은 보장성보험금 3886억원, 보험료 1650억원 등 총 5536억이 새나갔고 손해보험은 보험금 1조896억원·보험료 2320억원 등 총 1조3216억원이 누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보험사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그 액수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액수는 1460여 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092여 억원)보다 33.6%증가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람의 수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69명이 더 적발돼 44%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난 것. 특히 무직이나 일용직 등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생계형 보험사기는 68.4%가 증가해 경기 불황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러면 보험사기에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먼저 사기적 보험계약 체결이 있다. 이는 사고가 난 것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하거나 보험회사를 속이고 비슷한 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것 등이다.

다음은 인위적 사고 유발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보험사고를 내는 경우를 말한다. 또 사고차량을 바꿔치기하거나 자연사망을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방법의 보험사고 위장도 보험사기범들이 자주 쓰는 방식의 사기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손해액 부풀리기는 직업 및 소득 자료를 변조하거나 허위 및 과다 치료비 청구, 허위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이 꼽힌다.

최근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골라 고의로 사고를 낸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는 10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청소년들의 보험사기행각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김모(18)군 등 10~20대 7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지난 2007년 10월15일 강남구 신사동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하던 승용차에 일부러 자신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뒤 보험금 약 70만원을 챙기는 등 최근까지 42차례에 걸쳐 1억40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뒤에 오는 승용차가 자신의 차에 접촉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급정거를 하거나 서행하는 차량의 백미러에 팔을 갖다 댄 뒤 다친 것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여 명씩 성동구, 중구 등의 일대를 돌아다니며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와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보험금으로 뜯은 돈을 대부분 쇼핑 등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택시기사들이 저지르는 보험사기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장상갑)는 지난달 29일 동료 택시기사 등과 짜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광주 모 택시회사 운전사 조모(24)씨 등 3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조씨는 2007년 8월18일 광주 북구 삼각동에서 공범 2명과 승합차에 탑승한 채 또 다른 주범 임모(49)씨 등 2명이 탄 승용차가 추돌사고를 낸 것처럼 조작해 입원비와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 3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런 방식으로 조씨는 택시기사와 친구, 선후배 등을 동원해 12차례에 걸쳐 4000여 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조씨는 범행과정에서도 치밀함이 엿보였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전력이 있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조씨는 탑승자 명단에서 자신을 제외시키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자해까지 벌이며 보험사기로 돈을 번 일당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의 범행에는 병원과 보험설계사의 묵인이 큰 도움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김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모 정형외과 병원 전 사무장 최모(54)씨 등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일당은 지난해 8월 둔기로 일행을 때려 다치게 한 뒤 병원에서 교통사고에 따른 부상인 것처럼 진단서를 받아 10여 개 손해·생명보험사에서 1300여 만원을 받는 등 2006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40여 차례에 걸쳐 모두 9여 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자해공갈단까지 등장

이들은 교통사고로 다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일부러 신체에 손상을 가하기도 했다. 피해자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진통제를 먹이고 둔기 등으로 때려 상처를 입히는 방식이다. 일당 가운데는 부부, 아들 등 일가족이 범행에 가담한 가족사기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병원 사무장 최씨는 또 자신이 일했던 병원이나 다른 병원에 김씨 등을 소개시키거나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입원기간을 늘려주는 등 범행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들은 최씨의 말만 믿고 실제로 교통사고로 다쳤는지의 여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진단서를 떼 줬고 보험설계사는 보험사기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사기극을 묵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보험사가 아니라 결국 보험료 인상에 따라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가 보게 된다”며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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