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만 듣고 싶어?” ‘거짓말 탐지기’의 놀라운 진실

2009.09.29 10:57:21 호수 0호

검사관의 양심 노하우 ‘중요’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서 진실만을 대답하면 1억원의 상금을 주는 리얼리티 쇼가 방영되면서 진실과 거짓을 판명해 주는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뇌사진을 찍거나 안구의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필체를 통해 거짓말을 판명해내는 등 최근 그 기술의 진화가 눈부신데 과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는지 알아봤다.
연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할거야”라는 새빨간 거짓말이 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아무 죄책감 없이 내뱉는 이런 거짓말들도 거짓말 탐지기가 잡아낼 수 있을까?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믿어도 될까?

얼마 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 말하면 1억원의 상금을 준다는 쇼프로그램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거짓말 탐지기 진실게임 토크쇼라는 독특한 포맷으로 케이블채널 QTV에서 방영을 시작한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The Moment of Truth Korea)>는 리얼리티 원조인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100개국에서 상영되고 있는 FOX TV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의 한국판이다.

자신의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출연자들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느냐” “부모를 죽이고 싶었던 적이 있느냐” 등의 쉽지 않은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며 진실로 답해 상금을 타느냐 아니면 체면을 세우고 모욕을 피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 바로 ‘거짓말 탐지기’다.

먼저 출연자들은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게 되는데 그 이전에 검사관과 함께 30분~1시간 정도의 면담 시간을 가지고 기본적인 원리 설명, 기본 테스트를 거치며 신체리듬을 미리 체크한다.
폴리그래프 검사의 기준은 총 4가지로 흉부호흡, 복부호흡, 피부 전기 반응, 혈액 및 맥박 변화이며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검사 전에 미리 체크된 신체리듬 평균치를 기준으로 그 변화를 측정한 후 검사 판독에 활용한다.

이 검사에 사용되는 장비 기종은 Lafayette Instrument 제조사의 ‘LX-4000’이며 국내는 물론 미국 등지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지은 홍보과장은 “여태까지 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그간 1000명 이상의 피검사자를 대상으로 폴리그래프 검사를 실시한 경험이 있는 검사관이 직접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 과학수사 장비로 불리는 ‘거짓말 탐지기’는 지금까지도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 오고 있는데 과연 범인을 100% 가려낼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심리연구실에 따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도 데이터는 98.2% 정도였다.
늘 나머지 1~2%의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법원에서도 거짓말 탐지기의 단독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탐지기계 자체나 정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기계를 사용하고 기록해서 분석하는 검사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과학’의 한계는?

전문가들은 ‘거짓말 탐지기’는 임상적, 경험적 측면까지 고려해 결론을 내리는 고도의 심리 싸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기록이 나오기까지 질문으로 유도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검사결과가 정확하다는 것을 믿게 해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검사관의 역할이다.

실제로 한 검사관은 살인 용의자를 앞에 두고도 “자, 그간 얼마나 억울하셨습니까. 어디 한 번 누명을 벗어 봅시다”라고 시작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거짓말 탐지기의 가장 큰 맹점은 리허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상시와 범죄를 저질렀다고 가정한 이후의 비교가 사실상 어렵다.
현재 범죄자를 조사함에 있어서 뇌파나 동공의 움직임, 얼굴 열 화상 등을 다 사용하는데 이런 과학적 기술보다도 검사관의 노하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장비가 개발된다고 해도 거짓말의 속성이 너무 추상적이며 사람마다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검사관에게는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의 변화나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 개인차를 다루는 심리학적 기술이 요구된다.

사람을 2명 죽인 한 살인범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반응하지 않았는데 뇌파를 측정했을 때 피해자를 알고 있다는 반응이 감지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적합한 장비도 따로 있어 많은 검사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석헌 교수는 “최근에는 전형화된 양식을 만들고 검사를 하려는 추세다”라며 “보통 피의자가 검사를 받을 때 거짓말을 하게 되면 주파수의 폭이 커지고 진실을 말하면 일정한 폭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뇌파 분석기에도 한계가 있고 측정 오차가 있어 주의해야 하며 검사관들의 면담기법뿐 아니라 피의자의 태도나 진술내용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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