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탄받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왜?

2014.01.06 13:30:27 호수 0호

대물림 없다더니…결국 각본대로

[일요시사=경제1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재벌 본색을 드러냈다. 두 아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모두 넘겨주며 후계구도를 위한 승계를 마무리 지은 것. 그간 대외적으로 ‘2세 대물림 경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상반된 결과다. 돌이켜보면 두 아들은 언제나 이 원칙에서 제외가 됐다. 결국 웅진이 일군 ‘샐러리맨 신화는’ 사라졌고 ‘부의 대물림’만 남은 꼴이다.






자수성가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 회장은 맨손으로 연매출 5조원의 웅진그룹을 일군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그래서일까. 후계 구도와 관련해 그가 내뱉은 말은 훈훈한 귀감이 돼 왔다.

믿을 건 아들뿐?

“아들에게 경영권을 그냥 물려주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2세라고 해서 무조건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직원들과) 똑같이 경쟁해 자질이 있는지 검증해보고 사내에서 키운 인재에 못 미치면 과감하게 전문 경영인을 세울 겁니다.”
“회사가 잘된 것은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인데 오너 친인척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동안 윤 회장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온 경영권 승계에 대한 지론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현 상황은 윤 회장의 의지를 무색케 할 만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 회장이 최근 자신이 보유한 웅진홀딩스 지분 전부를 두 아들에게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윤 회장은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 297만393주(지분율 6.95%)를 지난 27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장남인 윤형덕씨와 차남인 윤새봄씨에게 절반씩 매각했다. 전일 웅진홀딩스의 종가가 3010원인 점을 고려할 때 거래규모는 89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윤 회장 지분을 인수하면서 형덕씨는 웅진홀딩스의 지분 3.67%를, 새봄씨는 3.63%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장남 형덕씨는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윤 회장의 지분은 0%가 됐다. 현재 병행하는 343억원의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형덕씨의 지분은 12.52%, 새봄씨는 12.48%로 늘어나게 된다.

두 자녀의 지분을 합하면 25%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웅진그룹 오너일가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있는 웅진홀딩스의 지분을 최대 25%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자녀가 최대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웅진홀딩스의 경영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두 아들에 지분 넘겨…장남 최대주주 올라
직원들과 공정경쟁 한다더니…초고속 승진

윤 회장의 두 아들은 현재 계열사 핵심 부서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덕씨는 지난 2008년 9월 웅진코웨이 영업본부에 대리로 입사해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번씩 초고속 승진했다.

현재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으로 있다.

차남 새봄씨는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다 2010년 9월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웅진케미칼은 신성장 동력 사업인 화학 신소재 분야 전문 기업으로 섬유소재·전자소재·필터사업을 펼쳐왔다.

그간 웅진그룹이 주력하던 곳 중 하나였으나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 9월 일본계 화학소재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로 인수됐고,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인수 절차가 끝나면 새봄씨는 웅진그룹 내로 다시 인사가 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그동안 단 한명의 친인척도 ‘웅진’에 입사시키지 않았다고 밝혀왔지만, 두 아들은 늘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됐다. 형제는 지분도 차곡차곡 늘려왔다. 이들은 2009년 2월까지 웅진홀딩스 주식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아들이 입사와 동시에 초고속 승진을 하고, 지분을 서서히 늘려오면서 그룹 안팎으로 2세 경영을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윤 회장 스스로 투명 경영과 대물림 경영 배제를 강조한 탓에 대놓고 드러내진 못했지만 웅진 사태 이후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고 주장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웅진그룹이) 조만간 법정관리 졸업이 가시화됐다는 점을 가정할 때, 2세 경영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웅진홀딩스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와 법정관리 조기졸업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이달 말이나 2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계열사인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이 예상보다 비싸게 팔리면서 웅진홀딩스가 채무 조기 변제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웅진그룹은 이미 전체 부채의 82%를 변제했다.

본격 경영전면에?

법정관리가 끝난 뒤, 3월쯤 열릴 주주총회에서는 장남인 형덕씨가 등기이사로 오르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윤 회장의 두 자녀는 앞으로 웅진홀딩스와 웅진씽크빅, 북센 등 IT·교육·출판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활동을 벌일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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