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건설> 익산 크레인사고 책임론 공방

2009.09.01 09:30:00 호수 0호

관리 감독 미비 노후 장비 사용 쉿(?)

호남지역 최대 건설업체 ‘남양건설’이 호된 바람을 맞고 있다. 최근 시공 중이던 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크레인 증설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업계는 사고 당시 남양건설이 인부들에 대한 관리 감독 미비와 노후 장비 사용을 제재하지 않는 등 사고를 키웠다며 책임을 묻고 있다. 반면 남양건설은 사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크레인 사고가 비단 자사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책임이 가중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익산서 크레인 증설 작업 중 인부 3명 추락사, 1명 열상
업계…“건설사 낮은 단가 책정에 인부만 위험 노출” 비난


지난 8월23일, 남양건설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전북 익산시 모현동 배산지구 내 주공아파트 신축공사장으로 사건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벌어졌다. 50m 상공의 타워크레인 리프트(텔레스코핑 케이지)가 갑자기 땅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타워크레인 상단에서 작업을 하던 허모(40·서울 금천구)씨와 김모(60·서울 성동구)씨, 또 다른 김모(52·서울 성북구)씨 등 인부 3명이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원인은 노후 장비(?)

지상에서 일하던 이모(48)씨도 크게 다쳐 출동한 익산소방대원들에 의해 현장과 2km 정도 떨어진 인근 원광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는 떨어진 타워크레인 부품의 파편에 맞아 우측 다리가 심하게 찢어지는 등 열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모두 남양건설과 타워임대 계약을 맺은 영동타워의 하청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허씨 등은 아파트 건설 자재를 고공으로 나르기 위한 타워크레인의 높이를 1m씩 위로 올리는 크레인 증설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이는 아파트 한 층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타워크레인도 수직으로 높여야하는 데 따른 작업이다. 인부들은 타워크레인 조종석 1m 아래에 있는 지상 50m 위 가로·세로 각 1.5m의 리프트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허씨 등이 타워크레인 상승작업을 모두 마치고 내려오다 리프트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일어났다. 동료인 타워크레인 기사 김모(38)씨는 “4m짜리 마스트(타워 몸체) 네 개를 올린 뒤 내려가기 위해 마스트와 리프트(텔레스코핑 케이지)를 연결하는 안전핀을 뽑는 순간 리프트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리프트(텔레스코핑 케이지)는 작업자가 수동으로 유압을 조절해 오르내리며 작업을 마친 뒤에는 안전을 위해 크레인 몸체 중앙부에 고정하도록 돼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인부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한 후 이를 리프트 발판에 고정했다. 하지만 리프트와 함께 해당 발판 자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인부들은 손 쓸 겨를 없이 사고를 당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노후된 크레인 장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후된 크레인의 유압장치 고장이 원인이라는 것. 경찰 한 관계자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프트가 타워크레인에서 떨어진 사고는 매우 드물다”며 “기계 오작동에 따른 사고인지 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해 사고원인이 제품 결함에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이번 공사현장에서 사용된 크레인의 사용 수명도 10년이 넘은 노후 장비로 확인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중국 등 어느 나라를 봐도 10년 이상 된 크레인을 사용하는 곳은 없다”며 “연식이 10년이 넘은 크레인은 고철 덩어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사고원인이 노후장비의 결함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이번 사고의 근본적 책임이 시공사인 남양건설에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업계는 남양건설이 노후장비 사용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규제하지 않고 타워크레인 임대 단가를 떨어뜨리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애초 타워크레인 임대에 따른 하도급 업체 선정 시 장비나 업체의 시공능력 등의 확인 작업과 고민 없이 낮은 임대가를 써낸 업체 선정에만 열을 올렸다는 해석인 셈이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공사현장 인부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인 남양건설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의 경우 현장공사가 없는 휴일에 주로 이뤄지다 보니 시공사의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로 일요일에 발생해 시공사의 관리가 철저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남양건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사고 당시 현장에는 시공사 직원이 상주했으며 오전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안전교육도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관계자들에 의하면 당시 사고현장에는 숨진 허씨를 비롯해 5명의 인부만이 일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대해 건설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건설사가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하는 하도급 업체에게 지불하게 되는 크레인 한 달 사용료는 평균 600만원 정도로 여기엔 인부들의 임금과 크레인 임대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하도급 업체들은 인부들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평균 8~9명의 인부를 써야 하는 작업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익산 사고도 마찬가지의 경우로 해당 현장에도 겨우 인부 5명이 작업했다”며 “적은 인부에 노후한 장비를 사용해 공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인지 시공사가 뻔히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책임 공방 가시화

또한 “크레인사고에 대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그렇듯 이번 사고 역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공사와 크레인 임대업체 간의 ‘핑퐁’ 작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남양건설은 예민한 사고인 만큼 입장 표명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남양건설 한 관계자는 “아직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사의 입장을 밝히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다만 건설현장의 크레인사고가 비단 당사의 문제만이 아닌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만큼 책임 문제는 두고 볼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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