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인천공항공사 고민

2009.07.21 10:13:53 호수 0호

“조선호텔 발 뺄까봐 걱정 되네…”

인천공항공사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월1일 인천공항 식음료사업부의 큰 틀인 조선호텔이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힌 탓이다. 조선호텔은 지난 2001년 인천공항 내 입점 후 지난해 제 2기 계약까지 이뤄냈지만 누적된 적자경영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조선호텔이 발을 뺄 경우 인천공항은 조속히 해당 매장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입장에 놓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공항 이용객이 크게 줄어 수익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를 선정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말 못할 고민을 들여다봤다.

조선호텔… 계속된 적자로 공항 내 외식사업 입점철회 통보
인천공항…“이용객 줄고 국고지원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데”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01년 3월 문을 연 이래 누적 이용객이 2억명을 넘어섰다. 개장 이후 8년 만의 기록으로 그 사이 공항의 몸집도 커졌다. 개항 첫해 1450만명이던 연간 여객자 수는 현재 3000만명으로 늘어났고 화물처리량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출입국 인원의 72%, 전체 수출입액의 22%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이용객을 수용하기 위해 인천공항은 지난해 2단계 증축 공사를 마무리 지었고 현재 3단계 증축을 위한 설계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은 3단계 증축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0년에는 연간 여객 수 1억명, 화물 처리량 700만톤의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이 원대한 포부를 밝힌 인천공항에 최근 고민거리가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얼마 전 공항 내 식음료점 운영사업의 대표주자인 조선호텔이 입점철회를 통보한 탓이다. 조선호텔은 현재 인천공항 내 호텔 전문식당가를 운영 중이다. 이 식당가에는 조선호텔의 한·일식 매장과 푸드코트, 레스토랑 ‘비즈바즈’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매장 뺄 거야~”

조선호텔은 지난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 당시부터 ‘인천공항의 맛’을 책임지고 있는 원년 멤버로 지난해에는 제2기 사업자 입찰 계약까지 마쳤다. 계약에 따라 조선호텔은 별 문제가 없다면 최대 2015년까지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선호텔은 지난 1일 인천공항 측에 입점 철회를 사전 통보했다. 본사 내 누적된 적자경영이 원인이었다. 현재 조선호텔은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지난해 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경기불황의 먹구름이 채 걷히기도 전에 신종인플루엔자 발병이 터지면서 경영에 연이은 타격을 입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는 조선호텔의 올 4월까지의 적자규모가 이미 40억원을 넘었다는 얘기나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조선호텔은 경영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올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직원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대표 임원들은 자진해 연봉을 삭감했다. 이런 상황에 매달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공항 내 외식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고가의 임대료 부담이 컸던 조선호텔은 인천공항 측에 여러 차례 임대료를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타 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인천공항은 이를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조선호텔은 입점철회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조선호텔 한 관계자는 “사실 인천공항 외식매장이 지난 2001년 입점 후 지금까지 큰 수익을 얻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공항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연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철회를 고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인천공항이 지난 3월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사업장 임대료를 10% 삭감한다고는 했지만 이는 현재의 공항 매장 수익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한 조치로 차라리 입점을 철회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난 건 아니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호텔 측이 고려해야 할 제반사항들에는 임대 계약 철회에 대한 위약금과 매장 및 현장직원들에 대한 문제 등이 포함된다. 조선호텔은 매장 철수가 최종 승인될 경우 당장 3개월간의 매장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매장 철수에 따른 제반비용과 현장직원들의 차후 거취 문제도 고민거리다. 이렇듯 여러 사항을 고민해야 하는 조선호텔은 이달 말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 1차 입점철회 통보를 받은 인천공항은 시름이 깊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운영상황에 조선호텔이 발을 뺀다는 결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인천공항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상반기 인천공항 이용객은 155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가 줄었다. 이는 2003년 사스의 영향으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 든 뒤 6년 만의 기록이다.

항공화물은 여객보다 더 감소했다. 상반기 인천공항을 이용한 항공화물은 105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가 줄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하향곡선은 경기회복세와 신종플루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아 항공성수기인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토해양부가 인천공항 3단계 확장사업에 국고 지원을 전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인천공항의 자금 부담이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 3단계 확장사업 기본 계획을 고시했지만 국가에서 추진하는 대형 SOC(사회간접자본)사업임에도 1,2 단계 때와 달리 이번엔 국고 지원이 전혀 없다. 일각에선 3단계 확장사업을 위한 4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인천공항이 자체 조달해야 한다면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름 깊어진 인천공항

이런 상황 속에 조선호텔의 입점철회가 통보되자 인천공항은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시설 임대료 사업이 자칫 타격을 받지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이다. 만일 이달 말 조선호텔이 최종적으로 입점철회를 선언한다면 인천공항은 당장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내 여타 사업자들도 이용객이 줄어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높은 임대료 부담을 안고 공항 외식사업에 뛰어들 사업자를 찾는 게 여의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현재 조선호텔로부터 철회 통보는 받았지만 입점정리가 안 돼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결정이 나더라도 계약상 120일간은 매장을 계속 운영해야 하므로 그 기간 동안 재입찰 또는 동일 조건의 승계 업체를 찾아 인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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