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창업>맛ㆍ품질로 전문점 거듭나라!

2009.07.21 09:53:08 호수 0호

대중성 발판 사업모델 업그레이드 시급
업계 “저가음식 편견 깰 차별화 갖춰야”

경제위기에 따라 생계형 창업을 찾는 이가 늘면서 분식창업이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떡볶이, 국수, 김밥 등과 달리 라면전문점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보다 개인창업에 머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은 분식 중에서는 가장 외식에 가까운 메뉴에 속한다. 또 농심, 오뚜기, 삼양 등 굵직굵직한 식품제조사들의 라면 제품들이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대중성 역시 뛰어나다.

또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해 초보 창업자라도 주방장 없이 운영할 수 있다. 또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조리시간에 소비자들의 식사시간도 20분 안팎으로 짧다. 한식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라면전문점의 장점이다.

이처럼 라면전문점의 여러 장점에도 떡볶이, 국수, 김밥과 달리 전문 브랜드가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저렴한 음식이라는 대중성이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웰빙소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라면이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외식메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면은 저가음식?

라면을 저가음식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편견은 물가상승에 창업자의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라면의 원재료값은 최근 판매가격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 그릇에 3000원 안팎인 라면의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점포 임대비, 종업원 인건비 등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

일본라멘전문점의 경우 저가음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을 고급화하고 한 그릇에 6000원에서 8000원의 가격을 받고 있지만 불황에 4000원 안팎의 백반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서민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1981년 개인라면집으로 출발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한 ‘틈새라면’에서는 품질은 높이고 가격대는 유지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자체 생산한 면과 전용 소스를 공장에서 직접 제조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는 것.

틈새라면 변영수 부장은 “모든 분식메뉴가 그렇듯 기존 제품보다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본사의 노력이 있어야 전문점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또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분식점에서 흔히 팔고 있는 라면과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 라면전문점의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브랜드를 급하게 만들어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본사가 많은 창업시장의 실정에서 라면전문점으로 제대로 된 차별화를 이룬 곳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브랜드만의 면발과 스프 개발

유행에 휩쓸리기 쉬운 소비심리도 올해 라면전문점 브랜드가 많지 않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2000년을 전후로 김밥전문점이 인기를 끌었고 냉면전문점, 라면전문점에 이어 올해는 떡볶이전문점이 유독 강세다. 소비심리의 변화가 창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비창업자들이 라면전문점에 대해 잘 모르는 점 중 하나는 매장의 위치와 그곳을 지나가는 소비자의 수가 창업성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 음식이다 보니 차별화 요소가 부족할 경우 소비자들이 멀리서 라면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가음식임에도 라면전문점은 점포 임대료 부담이 큰 곳에 매장을 얻기 일쑤다.

라면전문점의 외식문화 만들어야


신씨화로에서 최근 출시한 라면전문점 브랜드 ‘광면’에서는 같은 라면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부가가치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본사의 핵심역량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일본 현지의 라멘전문점처럼 바 형태의 주방을 지향한다. 열린 주방을 통해 창업자와 고객이 자연스레 대화하는 라면전문점만의 외식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신라면ㆍ안성탕면ㆍ너구리ㆍ이라면 등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 20여 종을 취급하고, 여기에 다양한 토핑을 더해 소비자들이 라면을 자유롭게 조합해서 만들어 먹는 재미까지 더했다.

광면 윤여훈 부장은 “라면의 맛을 높이고 양을 늘려 소비자에게 식사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창업자에게 식품원재료비의 부담을 줄 수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세련된 분위기와 위생적인 시설관리로도 저가음식이라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외식의 경우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시설과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라면전문점에서는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라면전문점 역시 종합분식점 형태로 대표메뉴와 식사메뉴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층이 라면 마니아로 국한돼서는 창업 시 매출부진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문점의 성격이 흐려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가 메뉴를 운영해야 하고, 조리가 간편해 주방 업무량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라면전문점이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장인이 주도하는 외식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메뉴의 연구ㆍ개발이 병행되면 면과 국물을 결합한 라면은 수많은 퓨전요리를 만들 수 있어 소비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쉽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라면이 전문점에 걸맞은 독자적인 외식문화와 음식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창업시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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