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인천 송도 하자 아파트 구설수 오른 포스코건설

2009.07.21 09:51:53 호수 0호

고가 주상복합 ‘때 아닌 물난리’

인천 송도에 위치한 ‘더샵 퍼스트월드’의 입주민들이 연이은 물난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집안 곳곳에 비가 새는 탓이다. 입주민들은 요즘 창틈을 타고 들어오는 빗물을 걸레로 닦아내기에 바쁘다.

새어 들어온 빗물 탓에 집안의 벽지와 마루바닥이 젖으면서 곰팡이까지 생기는 등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입주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불과 6개월 전 완공한 새 아파트란 이유에서다. 국내 유수의 건설사란 네임밸류를 믿고 계약했는데 입주하자마자 터진 누수피해에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인천 송도 신도시의 ‘더샵 퍼스트월드’는 포스코건설이 지난 2005년 분양을 시작해 올 1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지하 2층, 지상 64층 총 1500여 세대(6개 동)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부터 ‘송도 최고의 주상복합’으로 불리며 이목을 끌었다. 실제 이 아파트가 위치한 송도 신도시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오는 2020년까지 갖가지 편의시설과 업무단지가 갖춰지는 등의 화려한 청사진 덕분에 청약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이토록 인기를 끌었던 ‘더샵 퍼스트월드’의 계약자들은 정작 입주가 시작되자 난감한 표정이다. 평당 1500여 만원의 고가를 지불한 새 아파트가 입주하자마자 곳곳에 하자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집안이 온통 물바다?

지난 9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자 아파트 6개 단지 중 상당수의 집안에 빗물이 흘러들어 입주민들이 물난리를 겪었다. 아파트 거실 창가는 이음매가 모두 막힌 통유리인데도 비가 새 손바닥이 잠길 정도로 물이 흥건했다. 입주민들은 밤새 물을 닦아내느라 사투를 벌였지만 날이 갠 다음 날까지도 집안 곳곳에 물이 흘러내렸다. 입주한 지 한 달이 안된 A씨는 “비가 오자 창틀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와 온 가족이 빗물을 닦아내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초속 24m의 강풍으로 이 아파트 6동 32층 외벽의 유리창이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도 일어났다.

곳곳 누수에 강풍으로 유리창도 떨어져…피해 주민 분통
포스코 “1년간 하자보수” 약속에도 입주민 “믿을 수 없어!”

다행히 당시 아파트 아래를 지나가는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입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은 즉각 포스코건설 측에 항의했고, 포스코건설은 사고 접수 후 50여 명의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포스코건설 한 관계자는 당시 “현재 비가 새는 것으로 파악된 가구는 40가구 정도”라며 “조속한 후속대책을 통해 입주민들의 불편사항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리창 파손의 경우 “확인결과 깨진 유리창에 총알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를 볼 때 강풍에 의해 인근 공사장의 볼트 등이 날아와 깨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경기지역에 또 한 차례 폭우가 쏟아지자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징검다리처럼 하루 간격으로 쏟아지는 비로 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4일, 아파트에는 피해 접수를 위해 관리실 내 입주민지원센터를 찾는 입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간혹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지난 3월에 입주한 한 입주민은 센터를 찾아 “당신네들이 와서 직접 살아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작은 방과 부엌, 세탁실까지 비가 새어 들어와 흥건할 정도”라며 “노부부가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물만 짜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입 주민도 “본사 측 처리가 늦어져서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며 “누수가 계속돼 새로 바른 벽지와 마루에 곰팡이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는데 언제까지 고스란히 피해만 입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기자가 피해 복구를 확인한 결과 14일 현재까지 피해가구의 25%에 해당하는 10여 세대만이 복구가 완료됐다.

포스코건설 한 현장관리자는 “지난 9일 피해 접수 후 현장에 바로 내려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연일 비가 내려 아직까지 누수에 대한 조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누수는 유리창 외부 실리콘 작업 시 일부 작업자들의 미흡함으로 인해 틈 사이로 비가 새는 것 같다”며 “날이 개는 대로 신속하게 복구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곳곳에 드러나는 ‘하자’

입주민들의 불만은 비로 인한 누수피해뿐만이 아니다. 완공된 지 6개월이 안 된 아파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결함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입주민은 “이사 후 거실에 TV를 설치하려 했으나 설치기사가 벽이 너무 얇아 설치가 안 된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벽 뒤쪽 철판을 고정해 설치하기는 했지만 설치기사가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어떻게 이런 시공이 가능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들은 “아파트의 거실 문이 휘어져 닫히지도 않아 건설사 측에 하자보수를 요청한 상태”라며 “지하 주차창에 비가 새 곰팡이가 생겨 퀴퀴한 냄새에 숨을 쉬기 힘들다. 냉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급기야 입주민들은 최고의 프리미엄을 자랑한다는 포스코건설의 명성에 고가를 지불하고 입주했다가 완공 6개월만에 곳곳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더 이상 건설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입주민 동대표들이 자체적으로 감리회사를 선정해 제대로 된 시공인지 진단·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시 재시공을 요청한다는 계획의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시설의 하자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보상하는 것이 원칙으로 피해 접수 후 조속히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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