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으로 본 룸살롱 변천사

2009.06.23 09:36:30 호수 0호

하드코어 찍고 텐프로 돌아 기업형으로 탈바꿈

‘룸살롱’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불황의 여파를 누구보다 실감하는 곳이 유흥업소인 만큼 손님을 끌어오기 위한 비책들이 난무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룸살롱의 대세는 이른바 ‘풀살롱’이라는 형태다. 룸에서 성매매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변종 룸살롱인 풀살롱은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 경기불황으로 인해 비교적 싼 가격에 2차까지 가능하다는 매력에 이끌려 손님들이 늘고 있다.


유흥업소, 불황 직격탄 맞으면서 손님 끌기 위한 변신 거듭
질펀한 서비스 상징인 북창동식 룸살롱, 텐프로 등 인기몰이

룸살롱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더 질펀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인해 손님들의 발이 뚝 끊기자 ‘북창동식’ 룸살롱 등 이른바 ‘하드코어’ 업소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서울 북창동과 무교동 일대에서 싹트기 시작한 ‘하드코어 서비스’는 강남으로 옮겨갔다. 그만큼 그와 같은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직장인들은 유흥업소를 선택할 때도 본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룸살롱들은 날이 갈수록 화끈한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그 뒤를 이은 형태는 일명 ‘텐프로’란 업소다. 텐프로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 중 자신의 수입의 10%만 업주에게 주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팁의 10%만 업주에게 줘도 업주들이 서로 데리고 갈 정도의 출중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것이 보통이다. 이 같은 ‘얼짱’ 여종업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텐프로 업소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텐프로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탤런트 오지호의 옛 연인의 자살사건이었다. 당시 전 애인으로 알려진 여성이 텐프로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 이를 통해 일부 부유층의 ‘그들만의 룸살롱’이었던 텐프로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텐프로는 빠르게 몰락해 갔다. 이유는 ‘짝퉁 텐프로’ 업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늬만 텐프로인 업소를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손님들의 말이 입소문을 타면서 텐프로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대세를 이루는 것은 이른바 ‘풀살롱’이란 형태의 룸살롱이다. 이는 룸살롱의 여종업원들과 손님간의 2차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풀살롱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달아오른 기분을 그대로 2차로 가져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변종 유흥업소가 처음으로 서울 강남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은 지난 4월. 첫 타자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N업소였다.

경찰에 따르면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10층짜리 빌딩이 업주 강모씨가 소유한 업소로 술 마시기에서 성매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신종 유흥업소였다.
이 건물 1~3층은 여자 종업원들이 기다리는 대기실로 사용됐고 4~7층은 24개의 룸으로 이뤄진 룸살롱으로 운영됐다. 그리고 문제의 8~10층이 18개 객실로 꾸며진 성매매 장소였다. 이 객실에는 방마다 침대 등 성관계를 위한 물건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업주 강씨는 손님을 선별했다. 돈이 있다고 해서 이용이 가능한 것은 아닌 셈이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만들어 철저히 예약제로 업소를 운영했다. 

짝퉁 텐프로 우후죽순
텐프로의 몰락 불러



강씨는 지난해 9월 이 빌딩을 빌려 구청으로부터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은 뒤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해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신 손님들과 여종업원들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알선해 온 것. 이를 위해 강씨는 여종업원 35명과 남자종업원 30명을 고용한 뒤 1인당 42만원을 받고 술에서부터 성매매까지 제공해 왔다.

경찰에서 강씨는 “종업원이 한 것이기 때문에 몰랐다. 8~10층은 다른 사업자가 준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직원들이 임의로 손님을 올린 것 같다”며 발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출장부와 증거품 등으로 경찰은 강씨에게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여종업원 13명, 남성 손님 등 24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처럼 변종 룸살롱인 풀살롱은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 경기불황으로 인해 비교적 싼 가격에 2차까지 가능하다는 매력에 이끌려 손님들이 늘면서 이 같은 업소는 더욱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다.

일부 업소들은 아예 룸살롱의 방 안에서 여종업원과 손님이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손님들이 비싼 술은 적게 먹는 대신 같은 값으로 더욱 기억에 남을 만한 유흥을 즐기길 원하고 있고 이를 맞추려는 업소들이 도를 넘어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싼 값에 질펀한 서비스
풀살롱 인기몰이 원인

지난 4월 적발된 풀살롱 역시 보다 싸고 보다 질펀한 유흥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생긴 업소 중 하나다. 40만원 정도에 술과 안주, 성매매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는 것은 파격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풀살롱을 자주 다닌다는 한 40대 남성은 “접대를 하기 위해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가격대비 매우 만족스런 서비스였다”며 “2차를 전제로 룸살롱을 간다는 것이 꺼림직하기는 해도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업소들이 오랫동안 인기몰이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를 알선하는 풀살롱은 사실 업계 물을 흐리는 업소인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가 호전되고 유사한 업소들이 더욱 늘어나면 결국 이런 업소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용실, 의상실까지 갖추고 계열사까지 둔 기업형 룸살롱도 적발돼
최근에는 숙박업소와 연계해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풀살롱 우후죽순


최근에는 호텔이나 모텔 등의 숙박업소와 계약을 맺어 성매매를 알선하는 룸살롱들이 속속 생겨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이 지하 룸살롱에 객실 58개를 임대해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호텔은 전체 객실 246개 중 5층과 7층에 있는 방 58개 전부를 C주점에 임대해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고 2차 손님만 받게 했다.

업주는 방 한 개에 하루 8만8000원씩 객실료로 매일 510만원을 호텔에 지급했다. 호텔 지하 1, 2층에 60여 개의 룸을 갖춘 C주점은 성매매 여성 150명 등 250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해 하루 평균 320명의 손님에게서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흥업소와 인근 호텔 사이에 비상통로까지 만들어 성매매를 알선해 수십억 원을 챙긴 룸살롱도 적발됐다.

지난해 5월부터 강남구 대치동의 한 빌딩 지하에 유흥업소를 차린 업주는 바로 옆 건물인 호텔을 지하 통로로 연결한 뒤 성매매를 알선해 4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 객실을 장기임대한 뒤 간판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 단속을 피해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종업원 300여 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기업형 룸살롱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D유흥주점과 H호텔을 단속, 업주 이모(44)씨 등 술집·호텔 관계자 32명과 성매수 남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흥주점과 호텔 주인인 이씨는 호텔 지하 1층 유흥주점과 호텔을 연계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여종업원 300여명을 고용해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소유인 호텔 3개 층 객실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씨는 대기업처럼 계열사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술집과 호텔뿐 아니라 여종업원 전용 의상실·미용실·식당까지 지하 2층에 갖춰놓고 거기서도 매출을 올렸다.

여종업원들은 의상실에서 화려한 옷을 사거나 빌려 입었고 월 45만원 정액제 방식으로 미용실을 수시로 이용했다. 대기실 옆 식당에서 저녁식사와 야식 등을 해결했다. 여종업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생수 한 병에 1000원씩 받는 등 식당 음식값도 무척 비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업원만 300명
기업형 룸살롱 적발

경찰 관계자는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업 중이라 경찰이 비호하는 업소라는 소문까지 나돈 곳”이라면서 “월매출 8억원 정도를 올려 업계 2위로 널리 알려진 업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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