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9)태광실업-태광엠티씨

2013.06.10 09:39:59 호수 0호

철밥통 차고 있는 '리틀 박연차'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정관계 로비 스캔들인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태광실업은 17개(해외법인 포함)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태광엠티씨'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주거래처 태광실업

2001년 설립된 태광엠티씨(MTC)는 사출금형, 커팅금형, 신발솔금형 등 주형 및 금형 제조업체다. 경남 김해시 안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당초 비에스텍이란 회사였다가 2005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대표이사는 박영석 김해상공회의소 명예회장.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연차 태광실업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계열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거래처는 태광실업이다.

태광엠티씨는 지난해 매출 97억원 가운데 96억원(9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태광실업(94억원)과 태광엠티씨비나(베트남 법인·2억원) 등이다. 2011년에도 태광실업(82억원), 태광엠티씨비나(5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88억원 중 87억원(99%)에 달하는 일감을 태광엠티씨에 퍼줬다.

그전에도 마찬가지다. 내부거래율이 92∼99%나 됐다. 태광엠티씨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4년 92%(171억원-157억원) ▲2005년 98%(169억원-165억원) ▲2006년 99%(133억원-132억원) ▲2007년 99%(100억원-99억원) ▲2008년 99%(103억원-102억원) ▲2009년 98%(80억원-78억원) ▲2010년 99%(84억원-83억원)로 나타났다.


태광엠티씨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총자산이 2004년 103억원에서 지난해 776억원으로 7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63억원이던 총자본은 576억원으로 무려 9배 넘게 늘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씨'가 지배하는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태광엠티씨는 ㈜정산이 지분 100%(12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정산의 '주인'은 박연차 명예회장의 아들 주환씨다. 결국 주환씨가 ㈜정산을 통해 태광엠티씨를 지배하는 셈이다.

매출 99% 계열사서…연 수십억씩 거래
'황태자'주환씨 ㈜정산 통해 100% 지배

주환씨 지분이 100%인 ㈜정산은 2010년 정산개발에서 분할해 설립된 부동산개발 업체로, 그룹의 두 기둥인 태광실업(4.26%·2854주)과 휴켐스(6.16%·252만46주)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태광엠티씨는 2009년 말까지 주환씨와 친인척인 신정화 태광실업 이사, 정산개발(당시 박 명예회장·주환씨 100% 소유)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가 이듬해 ㈜정산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를 넘겨받았다.

유력한 후계자인 주환씨는 현재 태광실업 전략기획부실장, 휴켐스 등기이사, 일렘테크놀러지·태광파워에너지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태광실업(9.3%·6224주), 휴켐스(2.63%·107만4696주) 등의 지분도 있다. 태광엠티씨와 주환씨 관계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0년 12월 말. 당시 박 명예회장은 휴켐스 주식 163만9864주(4.01%)를 태광엠티씨에 증여했다. 태광엠티씨는 사실상 주환씨 개인회사라 편법증여 의혹이 일었다. 일각에선 승계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명예회장이 휴켐스 지분을 아들이 소유한 태광엠티씨에 편법 증여해 세금을 회피한 의혹이 있다"며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아들의 재산가치를 증가시켜 증여세를 축소시킨 행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었다.

태광엠티씨 내부거래와 무관치 않은 태광실업 경영권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박 명예회장이 2009년 5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비리 사건으로 워낙 유명(?)해 더욱 그렇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주역인 박 명예회장은 총 286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태광실업이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20억원과 미화 250만달러를 건네는 등 정관계 로비 의혹도 일었다.

박 명예회장은 2008년 12월 구속됐다가 지병을 이유로 2009년 11월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2011년 6월 법정구속됐다. 1심은 박 명예회장의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탈루했던 세금을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을 2년6월로 낮췄다.

사실상 개인회사


2011년 1월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같은해 6월 서울고법은 징역 2년6월에 벌금 19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4개월 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징역 2년6월에 벌금 291억원을 확정했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1월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제외, 현재 1년 정도 형기를 남겨놓고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태광엠티씨 기부는?>

태광실업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태광엠티씨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광엠티씨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전에도 마찬가지다. 2010년과 2011년에도 기부금이 '0원'이었다. 두해 모두 기부 내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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