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LIG그룹은 22개(해외법인 포함)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LIG에이디피'다. 이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잖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초딩들'이 주주
배당금도 '팍팍'
2001년 설립된 LIG에이디피(ADP)는 LCD, OLED, LED 등 평판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다. 처음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이란 회사였다가 201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2005년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80∼90%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LIG에이디피와 거래하는 '지원군'이 LIG그룹 계열사가 아니란 점이다. 주거래처는 방계회사인 LG그룹이다. LIG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지만 가족으로 연결된 '끈'은 아직도 이어져 있는 셈이다.
LIG에이디피는 지난해 매출 225억원 가운데 179억원(80%)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LG디스플레이(138억원)와 LG전자(41억원) 등이다. LIG에이디피는 이들 '식구'에 OLED 제조장비, LCD패널 제조용 검사장비, 저온폴리실리콘(LTPS) 패널 제조장비 등을 납품했다. 2011년에도 LG디스플레이(1056억원), LG전자(30억원) 등은 매출 1158억원 중 1086억원(94%)에 달하는 일감을 LIG에이디피에 퍼줬다.
LIG에이디피가 LG전자, LG디스플레이, 희성전자 등 관계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04년 87%(총매출 1035억원-내부거래 901억원) ▲2005년 98%(1082억원-1055억원) ▲2006년 92%(766억원-702억원) ▲2007년 92%(230억원-212억원) ▲2008년 97%(1047억원-1020억원) ▲2009년 92%(860억원-792억원) ▲2010년 83%(1873억원-1562억원)로 나타났다.
외부 회계법인은 LIG에이디피를 감사하면서 관계사와의 거래를 부각시킨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LIG에이디피 감사보고서에서 "회사(LIG에이디피)의 영업은 LG디스플레이와의 영업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재무제표는 이러한 영업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IG에이디피는 LG를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총자산이 2002년 219억원에서 지난해 745억원으로 10년 만에 3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38억원이던 총자본도 325억원으로 무려 8배 넘게 늘었다.
'방계회사' LG전자·디스플레이서 매출
80∼90% 의존…구씨 2·3세 지분 보유
LIG에이디피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LIG일가 '구씨' 2∼3세들이 지배하는 회사나 다름없다. 무려 13명이나 주주명부에 올라있다.
LIG에이디피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지분 4.31%(100만주)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고 구자성 LG건설(현 GS건설) 사장의 장남 구본욱 LIG손해보험 상무도 3%(69만6000주)를 쥐고 있다. 또 구본희·본미·현정·윤정씨가 각각 2.86%(66만3000주)씩을, 구연주·창모·영모·한주·준모·준희씨가 각각 1%(23만2000주)씩을 보유 중이다. 이들 중엔 미성년자까지 포함돼 있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도 지분(0.65%·15만주)이 있는 등 LIG일가의 지분은 총 25.39%(589만주)에 이른다. 나머지는 LG디스플레이(12.93%·300만주)와 LG전자(5.82%·135만주), 그리고 소액주주들이 나눠 갖고 있다.
구씨 가족들은 LIG에이디피에서 '짭짤한' 배당금도 챙겼다. LIG에이디피는 2011년 23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중 6억원가량이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미성년 주주인 창모·영모·준모·준희군과 한주양 등도 2300만원씩 챙겼다. 이들의 나이는 7∼11세로 아직 초등학생이다.
LIG그룹은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가 LG그룹에서 분리해 나오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창업고문이 주축이 됐다. 구 고문의 장남 구자원 회장이 그룹을, 막내아들 구자준 회장이 그룹 핵심인 LIG손보를 맡고 있다.
LIG그룹은 계열분리 이후 별 탈 없이 사세를 키우다 지난해부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구자원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부사장 등 삼부자가 나란히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들은 2010년 10월 이후 LIG건설의 재무상태가 나빠져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2011년 3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1894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과 257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총 2151억원에 달하는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구 부회장은 보석을 신청했지만 최근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구 회장과 구 부사장은 불구속 상태로 1심 공판 중이다. 구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손해 배상을 약속했지만 소용없었다. 악화된 여론도 그대로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LIG에이디피 기부는?
LG그룹의 일감을 받고 있는 LIG에이디피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IG에이디피는 지난해 1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225억원) 대비 0.04%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1년에도 매출(1158억원) 대비 0.02%뿐인 2770만원만 기부했었다. 2010년엔 기부금이 고작 200만원이었다. 당시 매출(1873억원)의 0.00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