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고객의 눈을 가져라!

2009.06.09 09:46:37 호수 0호

고객불만카드ㆍ미스터리 쇼퍼
친절 서비스도 시스템 



경기가 어려울수록 고객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은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벗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과 실업, 미취업 등의 이유로 창업전선에 나서는 이들은 흔히 자금에 여유가 없는 생계형 창업자일 때가 많다. 이들은 생존을 걸고 일하는 만큼 절박하고 그래서 더욱 고객의 입장에서 돌아보기가 어렵다.

가맹점주 인심을 마케팅으로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고객 중심 경영, CCO를 중심으로’ 경영분석자료에 따르면 많은 서비스, 상품이 기업과 창업자가 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질 뿐 고객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창업자 자신에게 필요한 것, 자신의 자금여유에 맞춰 창업한 업소를 마치 고객도 똑같이 필요로 할 것이라 가정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은 CCO(Chief Customer Officer)로 불린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기업을 비판하는 일이다. 1980년대에 처음 생겨난 CCO는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2003년 미국내 30개 기업만이 이를 운영했지만 4년 뒤인 2007년에는 북미 은행의 54%가 CCO를 운영했고, 다른 기업까지 포함해 모두 300곳에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마케팅 인력을 보유한 미국 내 굴지의 기업들이 이처럼 CCO를 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우물 안 개구리처럼 기업 내부에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규모가 작은 소자본 창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인건비 등의 어려움으로 CCO를 고용하기 어렵다면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식업소처럼 접객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경우 가맹본사는 가맹점의 접객을 세심한 부분까지 체크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춘식동태탕찜에서는 전 가맹점에서 ‘셀프 공기밥’ 제도를 운영중이다.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밥을 추가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이때 고객에게 제공되는 밥은 주방에서 내온 것이 아닌 고객이 눈앞에서 직접 퍼 담는 ‘새밥’이다.
이곳에서는 또 고객이 많은 점심, 저녁 시간대 고객이 테이블 구석에 섞여 앉을 경우 소주 한 병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쪽상’에 앉는 고객은 업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단골일 때가 많아 이들에게 배려할 수 있도록 가맹본사에서 제도화한 것이다.

조현식 조춘식동태탕찜 마케팅 팀장은 “남는 밥이 아닌 갓 만든 따뜻한 밥을 제공받을 때 고객들은 업소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며 “고객이 창업자의 인심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셀프 공기밥 제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가맹점주가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창업자의 가게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는 직원, 아르바이트 등 구성원의 의견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다. 이들이 접객을 하다 보면 반드시 반복적으로 고객들이 요구하는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창업자가 이를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적용할 수 있는 요구들을 재빨리 고쳐 나간다면 경쟁업소보다 한 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객불만카드 역시 창업자의 가게를 찾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충분히 많은 고객이 고객불만카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몇 안 되는 고객의 불만을 하나하나 적용하다 보면 오히려 업소 운영에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또 고객들이 고객불만카드를 얼마나 성실하게 작성하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화장실 등 비교적 생각할 시간이 많은 곳에 카드를 비치하고, 경영에 반영될 경우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고객불만카드 만들자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를 중심으로 미스터리 쇼퍼(mysterious shopper)를 시행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흔히 수퍼바이저라고 불리는 본사 직원이 가맹점을 방문해 QSC(Quality, Service, Clean) 등의 세 가지 요인들을 평가하지만 이 경우 창업자가 자신도 모르게 평가를 대비하다 보니 평소 가맹점이 운영되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미스터리 쇼퍼는 고객으로 가장한 평가단이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상품의 품질, 접객 서비스, 매장의 위생관리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실제로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하는 이들은 해당 브랜드를 오래 찾아온 단골들로 구성될 때가 많다. 바로 고객의 눈으로 가맹점과 창업자를 직접 평가하는 제도인 셈이다.

LG경제연구원에서는 자료에서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기업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며 “창업자, 경영진이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하고, 업무를 직원에게 위임할 때는 직원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고객의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창업자, 기업의 생존능력을 기르는 일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창업자들이 흔히 경계해야 할 것은 ‘대박 창업’이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가맹본사를 선별하는 눈 역시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보다도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가맹본사는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만 신규 가맹점 모집에만 열을 올리는 가맹본사는 수명이 짧을 때가 많다. 불황이 이어질수록 고객의 눈으로 사고하려는 창업자의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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