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⑤성범죄 해결책

2013.05.21 11:22:56 호수 0호

매뉴얼 타령 그만…이젠 실천할 때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사회 고위층의 모럴헤저드도 관심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정부 고위직에 있는 인물도 성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잇단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그 이면에는 점차 '변태 천국'으로 변해가는 우리네 씁쓸한 자화상이 자리한다. 늘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지 짚어봤다.





성매매 업소가 밀집된 서울의 한 유흥가, 불법 성매매 전단 단속에 나선 한 경찰은 "(국민들이 듣기에는 푸념으로 들릴 수 있지만) 성매매 전담 TF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전단 단속까지 (아래로) 떠넘기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고 입을 열었다.

뾰족한 대안 없어

박근혜 정부가 '4대악 척결'을 국정 과제로 공언하면서 경찰은 이른바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성범죄를 틀어막을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강간과 강제추행범죄는 꾸준히 증가했다. 2007년 1만3396건이던 성범죄는 2011년 1만9498건으로 5년 새 무려 45.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중 정신이상 판정을 받은 범죄자는 241명으로 전체의 1.8%라는 다소 미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범행 당시 정상 상태에 있던 피의자는 7527명(56.7%), 주취 상태에 있던 피의자는 5518명(41.5%)이었다. 이 같은 결과 때문에 한 경찰 관계자는 "옛날처럼 수행원들에게 금주령을 내렸으면 이번 '윤창중 사태'는 피하지 않았겠느냐"는 뼈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성범죄는 피해자와 직접적인 안면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주로 범죄가 행해진다. 친족에 의한 성범죄가 2.9%, 직장동료가 4.0%, 애인(친구)·지인(이웃)이 각각 5.6%, 9.7%인 것에 반해 타인은 6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또 이들 중 600여명 이상은 1년 내에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통계 결과 드러났다.

재범 가능성이 높다보니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한다는 주장은 늘 끊이지 않았다. 전직 의사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동료의원 19명의 동의를 받아 '성폭력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은 "악질적 성폭행 범죄자에 한해 고환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범죄자를 거세함으로써 성충동을 억제하고 성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2009년 있었던 '강호순 사건' 등 잇따른 성범죄 파문에 법무부가 내놓은 해법도 '처벌 강화'였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24일 언론보도를 통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골자는 ▲정보공개가 명령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및 최근 사진을 공개하는 것 ▲읍·면·동 단위로 공개되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집 주소 지번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것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 유형을 대폭 확대하는 것 ▲미성년자의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정보 열람권을 확대하는 것 등이었다.

아울러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자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서를 통해 공개하는 것' '성폭력 정신이상자의 치료감호기간 상한제(최대 15년)를 폐지하는 것' 등의 제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처에도 대한민국의 성범죄는 여전히 증가세라는 게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5년새 45% 증가…처벌로 해결 어려워
전담팀 가동 등 감시인력 대폭 늘려야

한 경찰은 "법무부 인력이 모자란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 업무를 떠넘기면) 경찰 인력만으로는 늘어나는 성범죄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의 성범죄 신고는 목격자가 없는 만큼 진술의 신빙성을 가려내는 게 핵심인데 그러려면 각 서마다 전문 인력이 배치되는 것이 순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즉 성범죄를 전담하는 TF팀을 각 경찰서마다 가동하던지 이도 안 되면 순찰이나 감시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지난 오원춘 사건 때도 그렇고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되면서 여러 해결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불심검문 강화 등의 성과내기식 대응으로는 성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찰은 각 관할 지역마다 성범죄자가 몇 명 있는지, 그들의 동향은 어떤지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범만큼은 확실히 막겠다는 것. 그러나 국회 법사위 소속 전문가가 내놓은 말은 경찰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성범죄 형량이 낮은 건 아니다"라면서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처벌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범죄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건 경찰의 인력 문제가 아니라 성범죄에 관대한 사회의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찰은 경찰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2차 가해 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법사위 관계자 역시 "성폭력상담소 등 관계 기관의 성평등 교육, 성범죄자 알림이 서비스 등 여러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성범죄율은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아직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만들어진 제도나 매뉴얼을 그동안 실천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라면 원인"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해법은 제각각

지난해 방한한 LA검찰청의 성범죄 전문가 박향헌 검사도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 피해자의 적극적인 제보 역시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해자에 대한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성범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사각지대에 놓인 CCTV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윤창중 사건'처럼 CCTV가 설치될 수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는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경기 한 민간단체에서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하고 있는 A씨는 "거의 대부분의 성범죄는 위력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성범죄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함께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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