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8)BYC-남호석유

2013.05.10 19:52:55 호수 0호

'간당간당' 빌붙어 사는 좀비회사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67년 전통의 내의전문업체 BYC는 28개(해외법인 제외)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남호섬유'와 '제일상품' '경동흥업' '신한에디피스' '신한방'등 무려 5개나 된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비슷비슷한 업종

1989년 설립된 남호섬유는 섬유제조업체다. 문제는 자생력. 계열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매출 100%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호섬유는 지난해 매출 58억원이 전부 계열사에서 나왔다. 2011년에도 매출 63억원이 그랬다. 남호섬유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2005년 29억원 ▲2006년 47억원 ▲2007년 39억원 ▲2008년 43억원 ▲2009년 47억원 ▲2010년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0년 설립된 섬유제조업체 제일상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식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100% 내부거래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제일상품은 계열사 덕분에 ▲2005년 15억원 ▲2006년 18억원 ▲2007년 18억원 ▲2008년 21억원 ▲2009년 29억원 ▲2010년 26억원 ▲2011년 23억원 ▲지난해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동흥업과 신한에디피스 역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 물량이다. 이를 통해 매년 수십억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65년 설립된 경동흥업은 스타킹·양말 제조업체로 부동산 임대업도 한다. 경동흥업은 매출 136억원 가운데 70억원(51%)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계열사들은 2011년에도 매출 129억원 중 68억원(53%)에 달하는 일감을 경동흥업에 퍼줬다. 경동흥업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53%(총매출 53억원-내부거래 28억원) ▲2006년 55%(56억원-31억원) ▲2007년 56%(59억원-33억원) ▲2008년 61%(69억원-42억원) ▲2009년 50%(88억원-44억원) ▲2010년 56%(110억원-62억원)로 나타났다.


2004년 설립된 신한에디피스는 부동산 임대·관리업체다. 이 회사의 2009년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91%나 된다. 매출 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22억원에 이른다. 2010년엔 매출 27억원 중 22억원을 계열사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81%로 조사됐다. 신한에디피스는 두 해만 공시했다.

계열사에 매출 의존…100% 몰아주기도
수십∼수백억 퍼줘 "한씨네 개인회사"

1972년 설립된 면직물제조업체 신한방의 경우 내부거래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관계사 의존도는 매년 평균 20∼30%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마다 100억∼300억원대를 거래했다. 신한방이 계열사와 거래한 금액은 ▲2005년 177억원(매출 603억원) ▲2006년 159억원(583억원) ▲2007년 185억원(576억원) ▲2008년 178억원(643억원) ▲2009년 193억원(765억원) ▲2010년 236억원(981억원) ▲2011년 332억원(1104억원) ▲지난해 264억원(853억원)이었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5개사 모두 BYC ‘한씨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남호섬유는 한영대 회장의 차남 한석범 사장과 3남 한기성 전무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각각 60%(3000주)·40%(2000주)다. 신한방도 형제의 개인회사다. 한 사장은 88%(70만4000주), 한 전무는 10%(8만 주)의 지분을 쥐고 있다.



신한에디피스는 한 사장의 가족들이 장악하고 있다. 아들 승우씨가 지분 53.3%(1만6000주)로 최대주주. 나머지는 한 사장(33.3%·1만 주)과 부인 장은숙(13.3%·4000주)씨가 나눠 갖고 있다. 제일상품엔 한 전무(12%·1200주)의 지분이 있다. 경동흥업의 경우 계열사인 한흥물산 자회사(지분율 100%)다. 한흥물산은 한 전무 58.17%(11만6340주), 한 사장 18.5%(3만7000주), 장남 한남용 전 사장과 딸 한지형 이사 각각 11.67%(2만3340주) 등 100% 오너일가가 소유해 경동흥업도 사실상 한씨 회사나 다름없다.

1946년 '백양 메리야스'를 창업한 이후 속옷 외길을 걸어온 한 회장은 올해 구순(1923년생)이다. 일선에서 물러났을 법한 나이지만 여전히 '회장'직함을 달고 있다. 큰 사업 방향은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아직도 한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업장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한 회장은 슬하에 3남1녀(남용-석범-기성-지형)를 뒀다. 이들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양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장남 한 전 사장은 2004년 BYC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010년 사임했다. 현재 한나건설개발 등 계열사를 경영 중이다. 한 전 사장의 빈자리는 차남 한 사장이 꿰찼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 사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떠오른 상태다. 고려대 어문학과 출신의 3남 한 전무는 관재사업부를 맡 고 있다. 외동딸 한 이사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나와 디자인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고만고만한 업태

BYC는 한 사장이 지분 8.51%(7만1520주)로 개인 최대주주다. 한 전무와 한 이사는 각각 0.2%(1710주·1709주)를 보유 중이다. 한 전 사장만 지분이 없다. 이외에 지원(2.13%·1만7920주)·승우(2.05%·1만7260주)·서원(1.65%·1만3840주)씨 등 3세들도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5개사 기부는?

BYC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5개사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방은 지난해 26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853억원) 대비 0.0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남호섬유와 제일상품, 경동흥업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신한에디피스는 공시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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