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오리온 돈잔치 논란

2013.04.29 15:14:19 호수 0호

재판 중에…뭘 해도 욕먹는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오리온이 '돈잔치'를 벌였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임원에겐 두둑한 성과급을 나눠줬다. 실적은 물론 시기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봐주기식'선처로 가까스로 풀려난 담철곤 회장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다.



오리온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당 3000원의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금 규모는 총 158억원. 이에 따라 오리온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는 배당금 51억원을 챙겼다.



담철곤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14.5%·86만5204주)은 26억원을, 담 회장(12.92%·77만626주)은 23억원을 받았다. 이들의 자녀인 경선·서원(각각 0.53%·3만1669주)씨도 1억원씩 수령했다. 여기에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오리온 등기이사 급여로 각각 최소 15억원(등기이사 1인당 평균 지급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 회장은 오리온 대표이사를,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배당성향 270%

담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아이팩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중 106억원을 담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오리온그룹은 아이팩을 1988년 인수해 위장 계열사 형태로 운영해왔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담 회장 일가의 '돈잔치'를 두고 말들이 많다. 먼저 배당금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사업 호조로 연결기준 매출(2조3680억원)과 영업이익(2637억원)이 전년(1조9126억원·2151억원)보다 각각 24%, 23% 증가했다. 순이익도 1105억원에서 169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실적은 엉망이다. 오리온 개별기준 매출(8207억원)은 전년(7607억원) 대비 7.9%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720억원에서 619억원으로 14%나 줄었다. 순이익은 460억원에서 58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오리온은 예년과 비슷한 금액을 배당했다. 순이익보다 1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을 퍼준 것이다. 배당성향이 무려 270%나 되는 초고배당이다. 오리온은 2011년에도 158억원(배당성향 34%)을 배당했다. 당시 순이익은 460억원. 166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2010년엔 118억원(배당성향 7%)을 배당했었다.

아이팩 배당도 다르지 않다.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아이팩의 매출은 43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억원, 9억원에 불과했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이익 줄었는데 예년 수준 거액 배당 지급
오너일가 주머니 채우기?…수백억원 챙겨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2011년 6월 구속 직전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아이팩은 오리온,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 그룹 계열사들과 거래해 유지되는 회사다. 매년 매출의 70% 이상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다.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한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돈잔치'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의 '봐주기식'선처로 가까스로 풀려난 담 회장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다. 오리온은 "담 회장과 무관한 예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엔 이해할 수 없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담 회장이 석방된 것은 지난해 2월.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2011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비판이 일었다. 사법부가 서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재벌에겐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후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법정에 선 총수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현재 3심 재판 중인 담 회장으로선 여간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담 회장의 비리 발원지인 서미갤러리가 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오리온그룹과 서미갤러리의 유착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고가의 그림 거래를 통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리온그룹과 서미갤러리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외 유명 작품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져 서미갤러리 수사 불똥이 오리온그룹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읍소할땐 언제고…

담 회장이 회사가 어렵다고 법원에 읍소했다는 점에서 배당금 지급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회사가 어려운데 무슨 배당이냐는 것이다. 담 회장은 재판 때 오리온의 위기를 내세웠다. 오리온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오너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남편의 구속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남편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오리온 임원들 기막힌 주테크>

줄줄이 스톡옵션 '대박'

오리온 임원들이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고 있다. 줄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뒤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 차익을 남기고 있는 것.

장세칠 익산공장장(상무)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173주)을 지난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팔아 1억9000만원을 쥐었다. 

이상윤 전 감사도 지난달 주식(413주)을 4억4000만원에 모두 팔았다. 최필규 부사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 부여받은 스톡옵션 670주를 지난 1월 4차례 걸쳐 모두 매도해 7억2700만원을 가져갔다. 이규홍 부사장은 지난 2월 스톡옵션 578주를 행사해 총 680주가 됐다.


주식 팔아 수억원대 차익
앞으로 매도 릴레이 예상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임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나눠줬다. 1685주의 자사주를 10억원에 취득한 뒤 고위 임원에게 지급했다. 당시 성과급을 받은 오리온 임원은 모두 23명이었다. 오리온이 지금까지 부여한 스톡옵션(2만3933주) 가운데 미행사 물량은 42%(10만146주)에 달한다. 때문에 앞으로 임원들의 매도 릴레이가 예상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