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5)SPP그룹

2013.04.19 14:50:27 호수 0호

실적 나누다 결국 '도미노 부도'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SPP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계열사에 수백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최근 SPP그룹 본사와 지역 조선소, 이낙영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시작

톱스타 강동원씨의 부친이 임원으로 재직해 유명세를 탄 SPP그룹은 연매출이 3조원에 달하던 중견그룹. 그러나 2009년부터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급기야 지난해 8월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그룹 계열사는 다른 회사에 매각됐거나 모기업인 SPP조선에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수주잔량 세계 10위, 국내 6위권 조선사였던 SPP그룹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조선업황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다만 그 이면엔 무리한 계열사 확장과 방만 경영이 원흉으로 꼽힌다.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꾸역꾸역'그룹 일감을 몰아주다보니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주력사가 무너지면서 거기에 딸린 계열사들도 도미노 식으로 모두 쓰러진 것. 이번 수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은 SPP그룹 계열사간 자금 등 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SPP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는 어떨까. SPP그룹은 구조조정 전 9개 계열사를 뒀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SPP머신텍'과 'SPP건설' 'SPP로직스' 등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88년 설립된 SPP머신텍은 2005년 SPP그룹이 인수한 운반하역·선박 크레인 제조업체다. 문제는 자생력. 계열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렸다. 주거래처는 모회사인 SPP조선이다.

SPP머신텍은 2011년 매출 1370억원 가운데 1297억원(95%)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SPP조선(876억원)과 SPP율촌에너지(194억원), SPP해운(28억원), 기타 관계사(199억원) 등이다. 관계사는 SPP자원, SPP로직스, SPP건설, SPP강관 등이다.

계열사들 서로 매출 의존하다 '연쇄 파산'
수백억∼수천억씩 거래…사실상 오너 회사

SPP머신텍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20%대를 넘지 않다가 SPP그룹이 인수한 이후부터 급증했다. 금액은 십억원대에서 천억원대로 늘어났다. 이상한 점은 매출보다 내부거래액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부실 경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SPP머신텍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3년 20%(총매출 240억원-내부거래 49억원) ▲2004년 23%(282억원-64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005년 47%(212억원-99억원) ▲2006년 47%(331억원-157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72%(628억원-454억원) ▲2008년 79%(644억원-509억원) ▲2009년 146%(592억원-862억원) ▲2010년 138%(994억원-1376억원)까지 치솟았다.

2006년 설립된 SPP건설도 계열사 공사로 유지되다 지난해 일감이 뚝 끊기자 부도처리됐다. SPP건설은 2011년 매출 712억원에서 723억원(102%)을 SPP율촌에너지(439억원), SPP중공업(203억원), SPP강관(62억원), SPP자원(11억원), SPP조선(6억원) 등 계열사에서 채웠다.

SPP건설 내부거래율은 ▲2007년 91%(251억원-228억원) ▲2008년 101%(457억원-463억원) ▲2009년 104%(624억원-651억원) ▲2010년 102%(734억원-748억원)로 나타났다.

2007년 설립된 SPP로직스는 지게차, 크레인 등 건설장비 운영업체다. 주로 SPP조선에서 선박을 건조 후 선주에 인도할 때 연료를 공급한다. 때문에 이 회사 역시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식구'들이 도와줘서다.

지난해 매출 286억원 중 211억원(74%)을 지원받았다. SPP조선(195억원), SPP중공업(9억원), SPP머신텍(7억원) 등이 받쳐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SPP로직스 내부거래율은 ▲2007년 100%(18억원-18억원) ▲2008년 100%(52억원-52억원) ▲2009년 80%(89억원-71억원) ▲2010년 84%(204억원-171억원) ▲2011년 79%(308억원-243억원)로 조사됐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3개 계열사 모두 '이씨일가'가 포진하고 있다.

100억 배당금도

SPP머신텍은 이 회장이 지분 32.14%를 소유한 대주주다. 이 회장의 부인 김선주씨(3.86%)와 형 이낙천씨(1.29%)도 지분이 있다. SPP건설은 이 회장의 차남 동민씨가 지분 61.54%를 쥔 최대주주. SPP로직스도 동민씨가 100% 보유한 개인회사다.

SPP그룹 오너일가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까지 챙겼다. SPP머신텍은 2008년 주당 1만6000원씩 총 10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배당성향이 무려 156%의 고배당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32억원, 김선주씨는 4억원, 이낙천씨는 1억원을 받아갔다. 방만한 경영이 아닐 수 없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3개사 기부는?>

SPP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은 SPP머신텍과 SPP건설, SPP로직스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PP머신텍은 2011년 67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1370억원) 대비 0.00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SPP건설은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SPP로직스는 지난해 매출(286억원) 대비 0.00003%에 불과한 1만원만 기부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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